요즘은 좀 덜하지만 예전에는 집안의 대소사에 온 가족이 모이다 보면 그 중에는 집안에서 내 놓은 사람도 끼게 되는데, 이런 사람들은 그런 자리에서 꼭 말썽을 부려서 좋은 날의 분위기를 깨곤 한다.

그러나 경사스러운 날이라 집안의 어른들은 물론이고 일가 친척들 어느 누구도 이 말썽꾸러기의 말썽에 대하여 눈감고 지나치곤 했다.

×이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닌 것처럼 다만 시끄럽고 귀찮아서 그러는 것이다. 또, 좋은 날에 말썽부리는 것에 대하여 괜한 경을 치다가는 오히려 좋은 날을 망칠까봐서 그러는 것이다.

어느 집안이고 그런 일은 늘상 있는 것이라, 그 날만큼은 말썽꾸러기의 주정이라도 받아주곤 하는데, 그런 사람들이 끝내 큰 말썽으로 좋은 날을 망치는 예가 흔하게 있었다.

잔칫날 말썽꾸러기 투정부려

예전에 살기가 어려웠던 시절에 동네 잔칫날이라도 있으면 그 날은 온 동네의 축제였다. 걸식을 하는 사람들도 멀리서 소문을 듣고 잔칫집에 찾아들었고, 집주인은 그런 걸인들도 문전박대하지 않고 소반에 정성스레 음식을 차려 대접하곤 했다.

이런 날에는 걸식을 하는 사람들을 전담하는 사람이 이들과 가끔 마찰을 빚기도 했으나, 그래도 걸인들의 행패도 너그러이 봐주는 인간적인 면은 있었고, 잔칫날 흥청거림과 함께 걸식을 하는 사람의 적당한 딴지도 잔칫날의 양념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걸인들의 도가 지나쳐서 잔칫집 분위기를 망치게 한 경우도 많이 있었다.

지금 대구에서 열리는 하계 유니버시아드에 북한 팀과 그 응원단이 와서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행동에서 누가 주인이고 누가 객인지 모를 만큼, 마치 잔칫날 말썽꾸러기가 딴지를 거는 것 같이 보여 보기가 영 좋지 않다.

지금 적지 않은 사람들이, 우리 행정 당국이나 대회조직위가 북한에 밀리고, 툭하면 철수한다고 으름장 놓는 그들의 눈치를 보면서 북한 팀이 철수할까봐 전전긍긍하며 그들의 요구만 들어주는 것 같아서 매우 불쾌해하고 자존심이 상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아무리 인정으로 봐준다고 해도 이들의 요구는 국제적 관례나 대회의 스포츠 정신에도 매우 벗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회 자체보다도 소위 미색을 갖춘 20대 초반의 여학생들로 구성한 북한 응원단에만 관심을 맞추고 이들의 미색에 홀린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본말이 전도된 현상이다.

지난해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는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에게 비록 과공이었지만 처음 맞은 사람들이라 동족의 정으로 그랬으려니 했지만, 이번에는 그 도가 더 지나친 듯하다.

상투적 선전에 속지 말아야

대회 직전에는 보수단체의 소위 인공기 소각 행위에 대하여 사죄운운하면서 불참한다고 해서 대통령이 사과하더니만, 다시 대회 조직위원장이 사과하고, 관련 장관이 사과하는 등, 대구 유니버시아드는 북한에게 사과 소동을 벌이다가 대회를 끝낼 판이다.

인공기를 휘두르는 응원단의 그림이나 대형 인공기가 걸린 북한 선수단 숙소의 그림이 나오는 소식이 외국 선수들이 선전(善戰)하는 소식을 압도하는 것을 보면서 대구 유니버시아드가 북한선수단과 응원단의 선전장(宣傳場)으로 점령당한 기분이 든다고 하면 너무 과민한 탓이라고 할까?

앵무새처럼 되뇌는 이들 특유의 판에 박은 듯한 구호성 말투에 식상해지는 것도 그렇고, 순수해야할 세계 대학생 스포츠 제전이 북녘 팀에게 너무도 효율적인 정치 이념 선전장이 된 듯하여 더욱 그렇다.

어제 북한 팀의 철수를 철회한다는 기자회견이 있었지만, 차라리 그러려면 그들이 대회 중간에 철수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그들의 딴지 놀음을 대외에 널리 보여주고, 우리측의 당당함을 보이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서원대 수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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