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팔아먹는 나라
아이를 팔아먹는 나라
  • 류경희-논설위원
  • 승인 2003.08.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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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퀴즈 하나를 내보자.

동족의 핏줄을 완전한 자신의 DNA가 아니라는 이유로 해외에 가책 없이 팔아버리며 입양아 비율이 유럽과 미국을 통틀어 1위를 석권하고 있어 선진국 어디를 가든지 쉽사리 입양아 출신 동포를 만날 수 있는 나라는 어디일까?

그 정답은 복지시설이 낙후된 인도도 러시아도 멕시코나 중국도 아닌 어느 분야에서나 일등하기를 좋아하는 우리 조국 대~한민국이다.

정확한 공식 통계는 없지만 우리나라에서 해외로 입양된 아이들은 유럽에 10만 명이고 전 세계적으로는 20만 명에 이를 것이라 한다. 어림잡아 출생 인구의 1%를 해외로 방출한 셈이다.



미국 입양아 한국출신 최다



프랑스의 경우, 79년에는 총 971명의 해외 입양아 중39명이, 85년에는 1988명중에서 944명이 한국 출신으로 단연 으뜸이었으며 그중 상당 비율의 아이가 장애아라는 통계가 있다.

미국의 경우는 얼마 전 미국 인구 통계국이 처음으로 입양아 실태에 대해 조사를 했는데 미국 내 160만 명의 입양아 중 13%인 20만 명이 해외에서 입양됐으며 이중 한국 출신 입양아는 4만7천555명으로 5분의 1에 이른다고 발표를 했다.

미국에서 입양되는 아이들의 10% 이상이 해외 입양아이며 이들 중 한국 출신이 가장 많다는 조사결과였다. 미혼모에게서 등 열악한 환경에서 태어났거나 장애아라는 이유로 조국이 외면한 우리의 아이들이 몇 천 달러의 입양 알선비로 거래되어 외국에 팔려가고 있는 것이다.

명실공히 미국 내 최대 입양아 수입 국으로 기록된 기막힌 현실 앞에서 어떤 변명을 할 수 있겠는가. 입이 열 개가 있어도 할 말이 있을 리 없다. 다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민비자를 가지고 해외로 팔려간 어린 동포들에게 부끄럽고 죄스러운 마음뿐이다.

해외 입양아가 많이 생기는 원인은 다양하다. 먼저 성에 대한 무지와 무절제한 성관계로 인한 무책임한 출산이다. 그 다음이 미혼모에 대한 사회의 편견인데, 대책 없는 출산을 했다해도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적 장치나 편견이 없다면 적어도 자기자식을 버리는 일은 없겠지만 우리나라는 미혼모가 아이를 당당하게 키울 수 있는 아무런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마지막으로 유달리 한국인에게 뿌리깊은 혈통주의를 들 수 있다.

자기의 혈육만이 대를 이어야한다고 생각하는 폐쇄적인 유교적 혈통주의는 남의 핏줄을 입양하는데 높은 벽이 되고 있다. 해외입양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고아나 장애아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심한 우리나라에 살기보다 외국에 보내져 좋은 부모를 만나는 것이 오히려 축복이라는 말을 한다.

국내의 걱정 어린 시선과 달리 대부분의 한인 입양아들이 그들이 속한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고국을 원망치 않게 해줘야



몇 년 전 한국에서의 범국민적인 골수 기증 캠페인으로 유명해진 입양아 성덕 바우만은 대부분 미국 내 입양아가 중산층 이상의 유복한 가정에 입양되기 때문에 교육기회가 많고, 미국 사회에 입양에 대한 편견이 거의 없다는 면에서 입양이 축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한인 입양아와 가족들은 오히려 미국 내 한인사회의 편견과 고국의 냉대에 더욱 상처를 받았다고 하는데 뉴욕의 한인입양단체인 아카의 인터넷 사이트에는 한국인들이 해외입양아를 모두 창녀의 자식들이라고 멸시하는 편견이 있으며, 매년 입양아 천여 명이 정체성을 찾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지만 해외 동포도 못되는 외국인에 불과한 냉대를 받았다는 등 고국을 원망하는 글들로 도배되어 있다.

고아 이십여 만 명을 무작정 해외로 보내놓고 마땅한 지원기관 하나 마련하지 않고 모국을 찾은 입양아들을 예비 불법 체류자쯤으로 생각하는 한국이 원망스럽다는 그들의 불만을 정부는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더 이상 버려지지 않고 떳떳하게 자랄 수 있는 사회 안전망 구축이 더욱 절실하게 요구된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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