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 말기의 재상 이홍장에게 독일 대사가 그들이 자랑하는 개인 셰퍼드를 선물로 보냈다.

얼마 후 대사는 이홍장과 만난 자리에서 개가 어떤지 안부를 물었는데 이홍장은 태연히 개가 아주 맛이 좋더라는 인사를 했다고 한다. 독일 대사의 입장에서야 경악할만한 충격이었겠지만 동양권에서는 대중의 중요한 영양 공급원이던 보편적인 음식이 보신탕이었다.

중국에서는 고대로부터 천자가 먹고 제사에도 올렸다는 기록이 주역과 예기에 전할만큼 상류층이 즐겼던 고급음식이었던 듯하다.

기호식품 개고기 비난도 사

일본에서도 개고기는 예로부터 인기 있는 식품이었는데 특히 붉은 색 개가 약이 된다하여 선호했다. 물론 우리나라의 개고기 사랑 역시 어느 나라보다도 각별한 것이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중종 때의 정승 김안로가 개고기를 어찌나 즐겼는지 개고기를 뇌물로 받고 벼슬을 주었다는 이야기가 남아있는데 개고기의 상납으로 매관매직까지 했던 희한한 사건이 개가 보신음식으로 최고의 인기인 복더위 철인지라 더욱 감칠 맛 있게 느껴진다. 보신탕 애호가들은 개고기가 최고의 정력제이며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고 여름철 허해진 체력을 북돋아 주는 여름철 최상의 보양식품이라고 예찬한다.

그러나 우리의 전통적인 음식인 보신탕이 88올림픽을 전후로 외국언론을 통해 보도된 개 식용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 때문에 큰 수난을 당하기도 했다.

프랑스 여배우였던 동물 보호론자인 브리지드 바르도는 앞장서서 우리의 음식문화를 비난했는데 개고기를 즐겨먹는 한국인은 야만인 거짓말쟁이라는 원색적인 폭언을 서슴지 않았다.

가축의 눈알이나 달팽이 등 혐오식품을 별미로 치며 피가 흐르는 날고기를 밝히는 자신들은 문명인이고 식용 개를 먹는 우리는 짐승 같은 야만인이라 매도하는 그들의 방자함에 보신탕의 간판을 내리며 소극적으로 대응한 우리의 태도가 생각할수록 분하기만 하다.

보신탕은 서양에 자랑할만한 한국의 전통음식이며 우리도 애완견은 음식의 재료로 절대 쓰지 않는다고 왜 말하지 못했을까.

최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저장성 위생당국이 청산가리가 든 개고기 14톤을 적발해 폐기 처분했다는 보도를 했다. 그래서 한국에 유입되고 있는 중국산 개고기도 각별한 검사와 주의가 요구된다고 하는데 복날 보신탕을 찾았던 이들에겐 꺼림칙하기 짝이 없는 소식이라 하겠다.

중국의 개고기는 대부분 농촌에서 구입한 토종 견인데 잡기가 쉽지 않아 청산가리 등 독극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개고기에서 청산가리 성분이 검출된다고 한다.

청산가리 자체는 아주 큰 독성은 없으나 청산가리를 흡입했을 경우 이것이 위에 들어가 강산인 염산과 만나 시안화 수소를 발생하게 된다. 시안화 수소는 우리 몸의 신경 전달을 막아 심장이 멈추게 하는 효과가 있다니 자칫 청산가리로 잡은 개고기를 먹는다면 보신탕으로 되려 몸을 망칠까 걱정스럽다.

보신탕 명맥 이어질지 의문

불교의 기본 교리를 강조하는 동남아의 소승불교권에서는 개고기를 금기 시 하는데 개의 전생이 인간이라는 설화 때문이다. 부처님의 십대 제자 중 신통 제일인 목련존자는 아귀도의 지옥에서 고통받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부처님께 간청하여 어머니를 개로 환생하게 했다.

그 후 목련존자는 기도를 통해 개로 환생했던 어머니가 극락정토에 다시 태어나게 하는데 이 날이 우란분절로 살아있는 부모나 7대의 죽은 부모를 위해 ‘우란분재’를 지내는 날이다.

종교적이거나 동물 애호 등의 이유로 보신탕을 멀리하는 사람이든 열렬한 보신탕 애호가든 모두 개인적 기호의 문제다.

그러므로 자기의 기호를 남에게 강요하거나 비난하는 일 자체가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지만 개의 위치가 웬만한 사람보다 한수 위로 격상하고 있는 세태로 미루어 한 세대 후 보신탕의 명맥이 애처롭기만 하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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