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정치 행태를 보노라면 과연 우리가 민주주의를 말하고 누릴 자격이 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하긴, 민주주의는 어느 곳, 어느 나라에서나 결코 완전무결하게 성취한 적이 없는 정치제도라고는 하니 그러려니 위안을 삼아야 할는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국회의원이나 정부의 고위관리들은 수뢰죄로 연일 수갑을 차고, 기업은 정경유착의 결과로 곤경에 처하고 마침내 총수가 자살이라는 최후의 방법을 택하기도 했다.

서구 선진국이 민주주의국가임을 자부하기까지 수 세대가 걸렸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이제 반세기를 지났을 뿐이라는 사실을 앞세워 자위를 해도 좋은 일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민주주의 정착 요건 다양해

선진민주주의를 누리는 나라의 학자들이 주장하는 민주주의 시행의 전제조건을 보면 우리의 경우 민주주의를 성숙시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 수 있다.

첫째, 민주주의를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국민성격과 정치문화가 제대로 확립되어야 한다고 했다. 민주주의는 국민 대다수가 지적으로 현명하고 성격적으로 유덕하며 정치적으로 유능한가 하면, 공동문제와 공동이해관계를 충분히 의식할 수 있는 상황 여건에서 제대로 운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원칙에 우리가 얼마나 접근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인지는 긍정적 시각과 부정적 시각이 엇갈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로는 경제적 조건을 들었다. 민주주의는 국민경제가 발달하여 번영과 안정을 누리고 국민대다수가 고도의 물질적 생활수준을 누리는 여건에서 성숙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아 경제적 여유가 있던 아테네, 로마 그리고 중세의 도시들과 영국 등에서 민주주의가 발달하였다. 민주주의와 경제발전간에는 밀접한 연관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의 경우 적어도 2만 불 시대쯤은 맞아야 민주주의를 제대로 평수 있다는 말은 아닐는지 싶기도 하다.

셋째로는 역사적 문화적으로 인간의 존엄성, 평등, 자유 그리고 정의에 대한 신념 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여 국민의 마음속에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깊이 내면화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의 실천경험과 시련의 역사를 겪어야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이런 과정을 거쳐야만 국민이 민주주의의 정치윤리를 체득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비추어 볼 때 우리의 경우 이런 요건을 충분히 갖춘 처지라 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역시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넷째는 안보적 요건을 들 수 있다. 민주주의는 속성상 평화를 전제로 하여 원만히 기능하도록 고안된 제도인 것이다. 그래서 한 학자는 “민주주의는 평화의 아들이며 그 어머니를 떠나서는 살 수 없다”고 했는데 지극히 적절한 표현이다. 적대세력이 있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잇는 상황이라면 진정 평화가 보장된 상황이라고 말 할 수는 없다.

우리의 경우 민주주의가 발달하기 어려운 여건임을 감지할 수 있다. 남북간 평화적인 분위기를 정착시켜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성장 조건 충족에 힘 합쳐야

다섯째, 민주주의는 이런 국내적 안정분만 아니라 국제적 안정이 없이는 유지되기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루즈벨트 대통령도 “민주주의는 국제적 불안정 속에서는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민주주의는 국제적 환경이 비교적 안정되고 평화스러우며, 국내정치는 물론 국제정치나 사회질서를 파괴할 우려가 없을 대에 성공할 수 있는 제도라는 지적이다.

어차피 육성, 성장시키지 않을 수 없는 민주주의라면 우리의 여건을 탓하고, 현실에 절망감을 갖는 것보다는 위에서 열거한 필수 조건들을 충족시키는 일에 온 국민이 뜻을 합쳐나가야 할 것이다.

(청주대학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birdie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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