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졸업자 감소 등으로 지난해에는 전문대와 4년 제 대학의 미충원 인원이 8만5천 여명이나 되었고, 올해도 전문대 신입생 미충원률이 전국 평균 17%를 넘었다.

특히 지방대의 경우 국내 인적자원 부족으로 중국으로 진출하여 해외유학 박람회를 개최하는 등 각 대학마다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국내대학은 자원고갈로 재정이 말이 아닌데 초·중·고교에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조기유학에 열중하고 있다.

대학입학까지 들어가는 교육비와 대학졸업 후 취업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차라리 외국에서 대학까지 마치는 것이 비용은 들지언정 교육의 질·환경 면에서 훨씬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기초과학 분야도 육성해야

이는 지극히 근시안적인 상황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교육정상화를 위하여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바로 잡아 나가야 한다.

첫째, 기초과학, 인문학 부문을 육성하여야 한다. 수능1등급의 우수집단이 유독 의학·법학이나 일부 경영·미술·음악 등에 편중되는 것은 취업이나 돈벌이 위주로 선택하기 때문이다.

머리 좋은 학생들이 순수과학이나 인문학 쪽에도 몰려야 한다. 왜냐하면 연구하여 발명품을 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삶의 철학을 세울 5%의 두뇌집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형·피부미용·비만·실용음악·실용법률 등 상업적·실용성만을 내세워 돈이 되는 쪽으로만 몰리는 실정이다.

둘째, 교육비 부담을 줄여야 줘야 한다. 소위 SKY대학(서울·연세·고대)에 다니는 학생들의 학부모 직업을 조사해 보면 소득수준이 상당히 높다. 자녀에게 사교육비를 얼마나 쏟아 붓는가에 따라서 일류대학의 당락이 결정된다는 등식으로도 통하고 있다.

고소득자가 고소득 생산품을 만든다는 원리이다. 그러니 빈곤층은 재능이 있어도 음악·미술은 엄두도 못 내고 기껏해야 고시에 합격하여 입신출세하는 길이 전부인 셈이다. 영국의 예를 들면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어 일정 세금만 내면 교육은 거의 무료이고 일단 대학에 들어가면 국립대학의 경우 기숙사까지 무료로 제공된다.

셋째, 교사의 교육 재량권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 잘못된 교육철학으로 말미암아 학교에서는 고소득의 직장인·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문제풀이, 족보 외우기에 온 힘을 쏟고 있으며 대학입시에 나오는 문제중심으로 학교와 집을 오가며 밤새워 기계식 암기를 하고 있다.

윤동주의 시를 암송하고, 그림을 그리고, 1학기 레포트를 위하여 실험과 연구에 몰두하는 등 전인교육은 안중에도 없이 입시만을 위한 교육에 열중하는 상황이다. 지금의 교육환경에서 현장의 교사는 뜻이 있어도 소신껏 학생을 가르칠 수 없는 처지이다.

교육의 질 높이기에 힘써야

넷째, 청소년에 대한 교양 교육이 시급하다. 교육에 상업주의가 자리를 잡으면서 학부모·학생 위주로 되어가다 보니까 학생이 맞을 짓을 하여도 매를 못 들고, 실내에서 흡연·핸드폰 사용 등의 무례 행위도 통제가 불가능하다.

교정의 담배꽁초를 줍는 학장에게 꽁초가 저쪽에도 있으니 가보라는 학생, 학생을 야단하는 교사를 향하여 당신은 누구시냐고 반문하는 학생들에게 무슨 철학이 있겠는가.

미국의 경우 수업 중 핸드폰을 사용할 경우 교칙을 적용하여 퇴학까지 시키고 있으며 교내 경찰이 있어 교칙위반학생 들을 선도하는 등 청소년들에게 기본질서에 대한 엄격한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현 사회풍조 속에서는 취업도 잘 되지 않는 지방대보다 수도권대학이나 일류대로의 지향을 탓할 것이 못된다. 또한 땜질 처방의 지방대 육성책 만으론 자유경쟁의 원리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근본적인 치유책도 못된다.

오히려 우수집단을 끌어내리려는 하향 평준화의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이제라도 교육철학을 바로 세워 교육의 질을 높이는 일에 매진하여야 할 때로 여겨진다.

(jkrhet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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