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땅에서 가장 첨예한 논란 중의 하나가 병역문제다. 당선을 낙관했던 대권주자, 총리의 기대를 모았던 여성 인재가 모두 자식들의 병역의혹이 도마에 오르면서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건실한 이미지로 인해 군인으로서 제일 잘 어울리는 연예인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1위를 했던 청년 가수 역시 미국 시민권 취득에 따른 병역기피로 인해 연예인의 생명은 물론 국내 입국까지 금지되었다.

그에게 동정적인 이들은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군대에 가지 않는 것이 범법행위가 아닌데 입국금지조치는 심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정의 탈 쓴 위선에 허탈 느껴

그러나 대다수의 국민들이 병역기피 의혹자들에게 느끼는 감정이 증오 이상의 분노라 해도 과한 표현이 아니다.
이제 법적으로 완전한 미국인이 된 가수 스티븐 유의 말대로 청춘의 황금기에 몇 년을 병역문제로 썩는 것이 대단한 손실일 수 있다.

그래서 권력과 돈이 있는 지배층들은 자식을 군에 보내지 않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우리나라 특권층 자제의 30∼40%가 병역 면제의 혜택을 받았고 그 중의 상당수는 부모의 힘으로 병역 기피의 의혹이 있다는 통계가 사실을 입증해 준다.
이러한 특권층의 병역비리에 날카로운 비난의 붓을 휘둘러 정치계의 판도를 바꾸고 그들의 도덕성에 분노하는 국민들에게 박수를 받았던 논객인 공영방송 사장이 정작 자신은 두 아들을 미국시민권을 취득하기 6년 전부터 적극적으로 병역면제를 신청해 군 복무를 면제받게 했다고 한다.

그는 신문의 칼럼을 통해 ‘병역 면제는 자녀의 미국 국적 취득문제 등과 함께 특수 계급이 누려온 특권적 행태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고 비판했으며 ‘3년을 꼬박 때우는 힘없고 빽 없는 어둠의 자식, 그렇게 불리는 수많은 젊은이들은 어떤 심정으로 보고 있을까’라고 한탄까지 했다.

정의로움의 포장에 숨겨졌던 위선의 실체가 허탈하기만 하다.
맹자가 혜왕에게 비유했다는 오십보 소백보(五十步 笑百步 )라는 말로 이런 경우를 빗댄다면 말을 뒤집어 백보 소오십보 (百步 笑五十步)라 해야 맞을 듯 하다. 백 걸음 도망친 자가 오십 걸음 도망 친 자를 나무란 꼴인 셈이다.
자식에게 모국의 국적을 포기시키면서까지 병역을 기피하게 만든 장본인이 특수계급의 특권적 행태라며 타인의 병역 의혹을 비웃었으나 정작 웃음거리가 될 인물은 우리네 서민들과 멀찍이 떨어져 당연히 자기 자식은 군대에 보내지 않는 잘난 양반 본인이 아니겠는가.

예수는 위선자인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에게 ‘회칠한 무덤들’이라는 이야기를 남겼다.
“이는 너희가 회칠한 무덤들처럼 실로 겉으로는 아름답게 보이나 안에는 죽은 사람의 뼈와 모든 더러운 것으로 가득 차 있다. 이와 같이 너희도 겉으로는 사람들에게 의롭게 보이나 속에는 위선과 불법으로 가득 차 있도다.”

지저분하고 볼 품 없는 무덤을 회칠하여 아무리 아름답게 꾸민다 해도 시간이 지나 회가 떨어지고 나면 본디 더러운 모습이 드러날 것이라며 위선의 추함을 경계하신 말씀이다.
남을 비난하기는 어렵지 않으나 남을 비난하기 전에 그를 비난할 자격이 있는 지 항상 자신을 돌아보는 마음을 가질 수 있음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남 책하려면 자신 먼저 떳떳해야

공자는 ‘유저기 이후에 구저인(有諸己 以後 求諸人)이요, 무저기 이후에 비저인(無諸己 以後 非諸人)’이라 했다.
나에게 먼저 있은 후에야 남에게 그것을 요구할 것이며 나에게
허물이 없는 연후라야 남을 시비할 수 있다는 뜻일 게다.

남을 책려하려거든 자신이 과연 다른 사람에게 충고할 만큼 떳떳한 사람인지를 헤아려서 분수를 지키라는 말씀이 오늘 다시 새로운 까닭은 남의 눈에 티는 빼라 하면서 자기 눈에 들보 든 줄은 모르는 이들에게 새겨주고 싶기 때문이다.

(수필가)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