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를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지만 여성의 아름다움을 정형화하여 여성을 인격체로 보지 않고 성 상품화할 수 있다는 목소리 때문에 미인선발대회는 찬반론이 팽팽하게 맞서왔다.
그러나 올해도 어김없이 미스코리아 대회는 계절의 여왕인 5월에 개최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미스코리아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표방하며 여성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성을 상품화하는 그릇된 미인대회를 없애자는 안티 미스코리아대회 역시 미스코리아 대회에 10여일 앞서 같은 달에 행사를 가진 점이다.

안티 미스코리아는 한 페미니스트 저널지가 지난 99년부터 해마다 개최해온 행사인데 벌써 다섯 번째를 맞이한 이번 페스티발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에 대항하고, 전쟁이 자행한 폐해를 고발하며 우리의 일상 속에 있는 모든 폭력을 반대한다는 캐치 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다.
행사의 내용으로 본다면 제 5회 안티 미스코리아는 안티를 제목으로 하고 있지만 아름다움에 대한 잣대를 재는 미인대회에 대한 단순한 반대가 아닌 성에 대한 차별이나 편견과 함께 전쟁과 폭력에 항의하는 한층 성숙된 내용을 담고있는 것 같다.
안티 미스코리아와 같은 행사가 아니더라도 이미 미스코리아의 위상은 많이 낮아져 있다.
각종 미인대회가 우후죽순처럼 난무해서 희소성이 떨어진데도 그 이유가 있지만 여성들의 의식이 많이 높아져서 정형화된 틀 속에 맞춰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는다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여성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지난 30년 간 미스코리아 대회를 생 중계했던 방송 3사가 작년부터 여성단체와 정치권 등의 반대를 받아들여 중계를 거부하면서 미스코리아 대회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역시 많이 식어버렸다.
미인대회는 그리스 신화에서 비너스가 미의 여신에 오르게 됨으로써 기원이 되었다고 하며 요즘의 미인대회와 마찬가지로 미의 여왕이 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있었음이 전해지고 있다.
신들의 나라에서 열린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했던 불화의 여신인 엘리스는 분풀이를 하기 위해 ‘가장 아름다운 여인에게’라는 글씨가 쓰여진 황금사과를 결혼식장에 던져버린다.
그 황금사과를 차지하기 위해 제우스의 부인인 헤라와 지혜의 여신인 아테나 그리고 비너스가 서로 다투게 되었다.
심판관으로 뽑힌 트로이의 왕자 알렉산드로스에게 여신들은 뇌물공세까지도 불사했다는데 우리 나라에서도 간혹 문제가 되었던 미인대회 당선자와 심사위원간의 뇌물수수 관행들이 고대부터 존재했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현대에 들어 최초로 미인대회가 등장한 곳은 1921년 9월 미국의 애틀란타였는데 피서객들을 좀 더 오랫동안 붙잡기 위해 만들어진 상술에서 시작되었다.
제 1회 미스 아메리카가 된 마거리트 고먼은 키 155cm 몸무게 49kg의 평범한 외모였다고 하니 최초의 선발미인은 미인이라기보다는 관광홍보 도우미 정도로 상상이 된다.
공산국가였던 구 소련도 개방과 개혁정책인 페레스토로이카 정책을 펼친 지 2년만에 미인대회를 열었고 이후 대다수의 공산국가가 미인대회를 개최했다.
우리 나라에서는 1930년대 월간 삼천리의 발행인이었던 파인 김동환이 여성독자들에게 자신의 사진을 응모하게 하여 그 중 한 여성을 표지모델로 뽑았던 지상 미인 선발대회가 미인대회의 효시라는 기록이 있으며 정식으로 인정된 미스코리아대회는 57년 5월 5일 미스 유니버스 한국 대표 선발대회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후 2003년에 이르러 46회 째를 맞이하고 있다.
미인대회가 세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과 같이하여 미인대회에서 요구하는 미인의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해서 미인이 아니라는 식의 관념은 이제 빛을 잃고 있다.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이 다양해지면서 미인이 갖추어야 할 조건 또한 달라지고 있는데 적극적이고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자신감이야말로 최고의 미라는 가치관이 보편화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미모가 시대와 국가를 막론하고 중요한 경쟁력이 되어 왔음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기에게 주어진 일에 성의를 다하고 자신의 위치를 흔들림 없이 지키며 일을 통하여 자기 계발과 함께 자아성취를 이루는 것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경쟁력임을 미스코리아와 안티 미스코리아가 함께 열리는 이때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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