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지나 찬바람이 교정의 가랑잎을 쓸어갈 무렵이면 의례이 찾아오는 것이 수능시험이다.

그 동안 열심히 배운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좋은 성적을 거두어야 일류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그래야 평생 업으로 삼을만한 전공방면의 기초를 다질 수 있게 된다.

수능의 최종 목표는 사실상 좋은 대학에 입학, 졸업을 한 후 사회에 나가 고소득자가 되는 것이라고 볼 수가 있다.

치열한 입시경쟁만 있을 뿐 인격이나 인성교육과는 거리가 먼 입시제도라는 점에서 개선의 필요성이 절실함에도 되풀이 시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원 못 채울 대학 크게 늘 듯

최근 우리의 상황은 깊은 경제불황의 늪에 빠져 있어, 기업이 줄이어 파산을 맞거나 해외로 빠져나가 젊은이들이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취업이 되지 않아 실의에 빠져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이젠 대학이 정원 채우기에 급급하여 선착순으로 모집하는 마당에 수능이나 내신이 대학 입학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생각도 들게 된다.

현재 4년 제 대학의 숫자는 국공립대 26개, 사립대 143개, 교육대 11개, 산업대 19개를 합치면 199개에 이르고, 여기다 특수대 및 특수대학원대학 25개, 기능대 18개, 사이버대 16개를 추가하면 모두 258개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국공립 전문대학의 숫자가 19개이고 사립전문대학이 148개가 있어 전문대학의 숫자만 165개이다. 따라서 이를 모두 합하면 국내대학의 숫자는 무려 423개나 된다.

그러나 특수대나 특수대학원대학, 기능대, 사이버대학을 4년제 대학의 숫자에서 제외시키면 4년제는 199개 대학이고, 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 등록된 전문대학의 숫자만 볼 때 흔히 159개 전문대학으로 통칭한다.

그래도 국내대학의 숫자는 385개나 되는 셈이다. 2003학년도 입학정원은 정원 외 입학을 포함하여 73만 명이었으며, 고교졸업생수는 해마다 줄어 2003학년도 수능응시자가 65만 여명에 그쳐 실제로 입시 미충원 인원은 8만 5천명에 이르렀다.

이를 분석하면 4년 제 대학 모집인원 36만 명 중 3만 500여명이 미달되었다. 지역별로 미달 학생 수를 보면 전북, 경북, 광주, 전남, 강원지역의 순 이었다.

전문대의 경우 모집인원 28만 여명 가운데 무려 5만172명이 미달되었는데 경북, 전북, 강원의 순으로 심각하며 정원의 70% 미달대학이 20여 개, 50% 미만도 20여 개, 4개 대학은 충원율이 30%대에 불과했다.

충북 도내 고3 수험생수도 현재 1만 9천98명이나 앞으로 1만 8천 여명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평가방법 대학에 돌려줘야

상황이 이와 같아 차라리 수능을 없애는 것이 비용절감 차원에서 낫다는 생각이 든다. 굳이 수능 점수로 각 대학들이 신입생을 뽑도록 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대학 자체가 학과별로 입시문제를 다양하게 출제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필요한 입학생을 선발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행 수능, 검정은 그 의미가 이미 상실되어 단지 일류대학으로 갈 사람을 가리기 위해 전국 수험생 줄 세우기를 하는 외 다른 의미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수능에 비중을 두어 선발한다면 정부가 새로운 발상으로 내놓은 판교의 입시학원만 불야성을 이룰 것이고, 조기유학, 이민의 열풍은 과열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우리 대학 교육의 핵심과제는 어떻게 하면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가 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하며, 이의 원만한 시행을 위해 수능의 평가 방법도 각 대학에 돌려주는 게 마땅하다.
(jkrhee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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