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나가보면 놀라운 일을 보게 된다. 안 되는 일을 되게 하는 한국인의 우수한 잔머리이다.

내국인들에게도 금지되어 있고 현지법에도 위배되는 행위를 교묘한 방법으로 자행하는 모습들을 흔히 본다.

한 예로 살해당한 것도 억울한데 간첩누명을 씌워 두 번 죽인 일이 있다. 87년 홍콩의 한 아파트에서 술집여인이 시체로 발견되었다.

홍콩 경찰은 범인이 누구란 것을 알고 한국 측에 현행범의 인도를 요구했었다. 범인은 싱가포르로 도피, 그곳 한국대사관에 가서 자신은 간첩의 손에 피납될 위기에서 탈출하였다고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하였다.

전두환 정부는 확인도 않은 채 정치적 의도로 범인을 영웅으로 둔갑시켜 김포공항에서 대대적인 환영 행사까지 가졌다.

엄청난 수지 김 유족 피해

그 후 범인은 변신하여 김대중 대통령과도 찍은 사진을 홍보용으로 사용하면서 까지 잘 나가는 벤쳐기업가가 되었다.

반면에 간첩이란 누명을 쓴 김여인(수지 김)의 유족은 16년 동안 사회적으로 버림을 받아 실직·이혼·정신이상 등으로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최근 사법당국의 판결이 사필귀정으로 국가가 유족에게 42억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것이 죽은 여인은 물론 16년 동안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견디며 살아온 유족들에게 부패한 전 정부를 대신하여 해줄 수 있는 전부였다.

이러한 수법은 박정희 독재정권 때부터 이미 국민들에게 익숙해져 있다. 당시에 홍콩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은 김여인이 간첩이 아니란 걸 다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6년 혹은 그 이상의 긴 기간동안 오명을 써야했던 세월이 한스러울 뿐이다. 어쨌든 한 사람은 대통령으로, 한 여인은 명예회복으로 사필귀정이란 진리를 일깨우는 사례를 만들었다. 얼마 전에는 한 재벌 총수의 자살로 세상을 경악케 했다.

물론 부의 지수가 행복의 척도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의 개인적인 고민이 있으리란 것도 짐작되는 일이다.
그러나 금강산사업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온 그를 고층건물 밖에로 떠민 것은 등뒤에 정치적 위압의 요인이 있었다는 것도 전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정치적 음모로 한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다는 긴박한 현실에 전율을 느낀다. 최근에 충청도민은 신 행정수도 이전을 공약한 노무현 대통령에게 신뢰를 보내면서 한 표를 던졌다.
그렇게 출발한 현 정부가 이인호 사건을 계기로 부패 정부라는 오명을 쓰고,, 비리로 얼룩진 정부로 위상이 추락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충청도민 정치 피해 없어야

이런 모습이 이어진다면, 선례로 볼 때 ‘신 행정수도의 건설’이라는 충청도에 대한 선물을 명분으로 표를 얻기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행정수도 이전문제를 놓고 충청권내의 충남·북 인사들간에도 의견이 분분하여 분열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타 지역 인사들의 주장도 합리적으로 반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정치의 흐름에 비추어 볼 때에 충청도 사람들은 두 번 속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경계하여야 한다.

충청도민만이라도 정치적 이용물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더욱 더 주의를 돌아보며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주위에서 억울한 누명을 쓴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권력을 남용, 악용하는 정치인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도록 그들에 대한 감시를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jkrhee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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