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마이크론사가 하이닉스 반도체의 주력 생산품인 D램 메모리 반도체에 대해 상계관세 80%를 부과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시키고 있는가 하면 독일의 인피니온사도 EU 집행위원회에 30% 상계관세 부과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져 해외시장에서 주요 반도체 경쟁국의 일방적인 통상압력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책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왜냐하면 하이닉스 반도체가 직면한 상계관세 문제는 단순히 하이닉스 반도체의 문제가 아니라 향후 우리나라 통상 정책의 방향을 제시해 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상무부가 이번 주로 예정되어 있는 예비판정에서 하이닉스 반도체에 대한 지원을 보조금으로 인정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의 통상정책에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이번에 제소국들이 제기한 문제는 우리 정부가 주채권단을 통해 부당한 방법으로 하이닉스 반도체에 보조금을 지급하여 공정한 거래를 위반하였고 이에 따라 자국 해당산업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상계관세는 자국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수출국이 특정수출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여 수출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인위적으로 높이려 할 때 수입국에서 기본 관세에 그 산업에 지급된 보조금만큼 추가로 부과하는 일종의 보복관세이다.
따라서 하이닉스 반도체의 경우 주채권단의 금융지원을 어떻게 해석하는지가 쟁점사항이다.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 경제시스템은 각종 경제제도를 객관화하고 또한 투명성을 높여왔다.
이와 같은 제도의 개선과정을 통해 정부가 하이닉스 주채권단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금융 시스템에도 공적자금을 투입함에 따라 하이닉스 주채권단도 정부지분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제도개선과 상업적 판단에 의한 경영활동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주채권단에서 취한 일련의 금융 지원은 단순한 이전 지출인 보조금이 아니라 경제적 판단에 의해 국가 경제의 순환 과정에 투입된 투자활동의 일환임은 자명한 일이다.
다시 말해서 주채권단의 금융지원은 정부의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채권단 스스로 결정한 경제적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
지난 해 하이닉스 반도체 해외매각이 활발하게 논의될 때 컨설팅사는 청산가치보다 채무재조정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기업의 가치를 제고해 채권회수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추천했고 하이닉스 반도체는 그런 맥락에서 금융지원을 받아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해 세계반도체 시장은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불황을 겪게 되었는데 이번의 조치는 미국과 EU의 반도체 생산업체들이 이것을 핑계삼아 통상압력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리고 제소국들이 제기하는 자국의 산업피해도 세계경기 침체와 이에 따른 D램 반도체 수요의 감소에 따른 시장불균형에 기인한 것이다.
지난해 미국 및 유럽 내에서 하이닉스 반도체의 시장점유율은 하락했으나 제소회사들의 시장점유율은 상승세를 유지한 것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향후 이런 형태의 통상압력은 하이닉스 반도체에 그치지 않고 해외시장에서 극심한 경쟁을 해야하는 다른 수출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상업적 판단에 의한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통상압력과 연계하려는 불순한 의도에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수출산업 전체가 어려움을 겪게 될 뿐만 아니라 우리의 경제주권을 침해 당할 우려도 있다.
하이닉스 반도체가 해외매각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앞둔 시점에서 이런 문제가 제기되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상계관세 부과가 현실화 된다면 그 동안 다각도로 자구노력을 기울여 온 하이닉스 반도체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세기를 맞이해 세계 무대에서 정치·경제의 흐름에 커다란 변혁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는 기존 질서가 완전히 무시된 상태에서 초강대국을 중심으로 인위적인 재편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추세에 부응하고 산업정책과 통상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차원에서 지금이라도 정부는 적극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여 우리의 수출산업이 세계시장에서 불필요한 불이익을 받지 않고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청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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