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안이 시끄럽다. 이 나라 각계 원로들이 한 자리에 모여 나라의 장래에 대하여 걱정하고 있고, 평범한 시민들에게도 요즘 걱정이 적지 않다.
전국의 공단 지역은 노사문제 등 어려운 국내 환경 때문에 중국을 비롯한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산업체로 인해 근로자들의 일자리도 자꾸 줄어들고 있다.
실물 경기는 냉각되고, 돈 뭉치는 부동산 투기에 몰려서 집 값만 뛰어 서민들의 근심도 자꾸 늘어가고 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교육계도 시끄럽다. NEIS라는 교육정보망이 뜨거운 감자가 되어 교육계는 혼란의 와중에 있다.

갈 길은 먼데 논쟁만 일삼아

교육계의 이런 혼란이 장기화되거나, NEIS 문제 때문에 행여 입시에 차질이라도 생겨서 그에 따라 불이익을 받는 학생이라도 생기게 된다면, 필경 학부모들의 큰 반발을 사게 될 것이고 교육계는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게 될 것이다.
소위 집권 여당이라는 곳에서는 신·구 주류 사이의 헤게모니 쟁탈전에 조용한 날이 없다.

나라 일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내년 총선에서 야당을 이길 궁리에만 몰두 해 있는 소인배들의 모습이고, 국민들의 마음속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고 있는 어리석은 모습이다.
참여정부 출범 후 100일이 겨우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지금 빚어지고 있는 이런 혼란에 대해, 집권 당국자는 국민의 불안과는 달리 혼란 속에서 결국에는 안정이 올 것이라는 그들만의 매우 낙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말 해괴한 논리다.

갈 길이 구만리 같은 급박한 요즘의 국제 정세에서 우리 나라는 목하 색깔논쟁, 인권논쟁, 제몫 찾기 논쟁의 한심한 꽃놀이 패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
어느 원로 인사가 요즘의 우리 사회 모습이 4·19 후의 사회적 혼란과 흡사해 보인다고 했다는데, 많은 국민들이 이에 공감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했었다는 모 인사에 대한 대통령의 인터넷 공개 편지가 국민들을 더 헷갈리게 하고 있다.
지난번에는 e-mail에서 잡초를 뽑아내야 한다는 글을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띄었던 대통령이, 이번에는 비리 의혹으로 세인의 관심을 받고 있는 한 인사에게 ‘선생님의 고초를 생각하면 잠을 이룰 수가 없다…’는 공개 편지를 띄웠다.
이 편지글에서 대통령의 인간적이고 진솔한 면면을 읽을 수 있었다는 여당 대변인의 평가와는 달리, 일반 국민들 특히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던 절반의 국민들은 이 같은 대통령의 행동에 대하여 걱정과 함께 심정적으로 적지 않은 반발심만 갖게 되었다.

대통령은 인정에 끌리는 모습보다는 냉철하고 공정하며, 선각자적 혜안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NEIS 사용을 강행하면 집단 연가 투쟁을 벌이겠다는 전교조 교사들의 행동에도 지금 많은 국민들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국민들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도외시하고 자신들의 명분 싸움에 이 나라 교육을 망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성숙한 사회분위기 아쉬워

교사로서의 모습을 보이는 것부터가 교육의 시작이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교사들에 대한 비판 여론에 전교조 교사들은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이렇듯 요즘의 우리 사회상을 보노라면, 흡사 밥상을 받아든 아이가 반찬 투정을 하고 있는 것 같은 형국이다. 위로는 대통령으로부터, 사회 각층이 모두 그렇다.

나라 일이 투정부린다고 잘 될 리 없을 텐데도 말이다. 그래서 권위주의는 아니더라도 좀더 어른스럽고 경망하지 않은 사회 분위기가 너무도 그립고 아쉬워지는 요즘이다.

(서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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