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이전에 관한 지역간의 갈등, 화장장 설치에 관한 지방 정부와 주민 간의 갈등, 이라크 파병에 관한 국민간의 갈등,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의 자살을 둘러싼 전교조와 학부모와의 갈등 등이 온 나라와 지역에서 아우성이다.
인간생활 어느 영역에도 갈등은 존재한다. 그러나 지금의 갈등은 코드가 맞으면 동지 그렇지 않으면 적이라는 제로섬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것이다.
왜 어떤 민주정부는 성공하고 실패하는가. 이 물음은 비록 오래된 것이기도 하지만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타당한 질문이다.

자유민주주의자와 그 반대자들간의 격렬한 논쟁이 있었던 20세기가 막을 내리고 동서냉전의 이념적 대결은 쇠퇴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자유민주주의의 철학과 사상이 지배적인 시대에 자유민주주의의 실제 모습들에 대한 불만은 더욱 팽배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영국의 철학자 흄이 제시한 단순한 우화가 합리적 공익정신을 혼란시키는 기본적인 딜레마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우화의 내용은 “당신의 옥수수가 오늘 익고 나의 옥수수가 내일 익는다. 우리 둘의 이익을 위해서는 오늘 내가 당신과 함께 추수하고, 내일은 당신이 나를 도우면 될 것이다.
그러나 내가 당신을 위해 친절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고 당신 또한 나를 위해 그럴 이유가 없다.
나는 당신의 수지타산에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다. 내가 당신이 노동으로 갚을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오늘 당신을 돕는다면, 반드시 나는 내일 당신에 대해 실망할 것이고, 당신의 친절함에 의존해야 하는 허망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 결과 나는 당신이 혼자 추수하도록 내버려 둘 것이고 당신도 나와 똑같은 방식으로 행동할 것이다. 계절이 바뀌고 상호신뢰와 믿음의 부족으로 인해 우리 둘 모두 수확의 상당부분을 잃게 될 것이다.”
상호 이익을 위한 협력에 실패한다는 것이 꼭 무지나 비합리성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이 우화는 모든 당사자가 서로 협력할 수 있다면 보다 낳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상호 신뢰가 부재한 상황에서는 개인은 배신하고 무임승차하려는 유인체계를 갖게 되는 것이다.
즉, 만약 모든 노동자가 동시에 파업한다면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파업에서의 주동자는 다른 혜택을 추구하는 배신자에 의해 착취당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다른 사람의 강경한 노선에 무임승차하려고 파업에의 참여 여부를 유보하고 관망하게 된다는 것이다.
뿌리깊은 신뢰의 부재는 경험을 통하여 치유하기가 매우 힘들다.
왜냐하면 신뢰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사회적 실험을 통해 이를 극복하려는 시도조차 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더 나쁜 경우는 신뢰의 부재를 증폭시키는 행동에 빠지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상호불신이 생기기 시작하면, 상호신뢰가 올바르다는 것을 알게 되기가 힘들게 된다.
집단행동의 딜레마를 극복하는 데 성공하느냐 혹은 자기 패배적인 기회주의에 빠지느냐의 여부는 특정 게임이 행해지는 보다 넓은 사회적 맥락에 의해 결정된다.
지역주민들의 자발적 협력은 호혜성의 규범과 시민적 참여의 네트워크 등의 사회적 자본이 충분히 축적된 공동체에서 더 쉽게 달성될 수 있다.
지역의 현안문제인 행정수도 이전에 관한 지역간의 갈등, 화장장 설치에 관한 지방정부와 주민간의 갈등, 쓰레기 매립과 소각장에 관한 갈등은 지역과 주민의 이익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이다.
이런 문제일수록 공동체 수준의 기본적 합의, 지방정부적 수준의 절차적 합의, 그리고 정책적 수준의 정책적 합의 등 세 가지 수준으로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첫 번째 공동체 수준의 기본적 합의는 지역민간의 가장 낮은 단계에서의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두 번째 절차적 합의는 지역민과 지자체간의 합의 도출과정에서 합리적인 방법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세 번째 정책적 합의는 정책결정과정에서 나온 정책과 결정이 갈등을 둘러싼 주체들의 합의에 의해야 한다.
다른 형태의 자본과 같이 사회적 자본은 생산적이기 때문에 그것의 부재시에 달성할 수 없었던 특정 목표의 달성을 가능하게 해 준다. 구성원들이 상호신뢰하고 타인에 대한 믿음을 보이는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많은 것을 성취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자본을 건설하는 일은 절대로 쉬운 과제는 아니다. 그러나 이 일은 민주주의가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데 중요한 열쇠이다.
(충북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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