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청주에서 170억 원의 로또복권 당첨자가 나왔다.
일등 당첨자에게 물론 170원짜리 껌 한 통도 당첨기념으로 받아본 적이 없지만 내가 살고 있는 근처에서 어마어마한 거금의 복권 당첨이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흥분할 가치가 있는 사건이었던 것 같다.
대체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권에서 열풍이라 할 만큼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이 복권이지만 복권의 효시는 고대 로마였다.
초대 로마 황제인 아우구스투스가 로마의 복구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연회에서 복권을 팔았다는 기록과 함께 네로 황제가 로마를 건설할 때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발행했다는 역사가 전해진다.

지금 온 국민의 관심이 되고 있는 로또 복권은 1530년대 이탈리아의 피렌체 지방에서 나왔다.
1500년대 이탈리아 제노바 공화국이 매년 추첨에 의해 선출된 90명의 정치가들 중 5명의 의원을 선출했던 점에 착안, 90개의 숫자 중 5개의 숫자를 추첨하는 로또 5/90게임이 복권으로 탄생했다고 한다.
복권을 영어로 로터리(lottery)라 하는 것도 바로 여기서 유래한 것이다. 서양에서 lot의 의미는 추첨·운명·경품 등 다양하지만 동양 권에서의 복권은 주로 제비뽑기를 통하여 운명을 점치는 복술로 쓰여졌다.
세계적으로 100여 개 국가에서 복권이 발행되고 있는데 우리나라 역시 로또복권과 주택복권을 비롯하여 찬스복권, 또또복권, 월드컵복권, 기술복권, 플러스복권, 슈퍼코리아연합복권 등 이름도 생경한 수많은 복권이 발행되고 있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복권 이외에도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기업복권, 근로자복지증진복권도 있고 신용카드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신용카드영수증복권이 발행되는가 하면 요즈음은 요식업소나 미용업소 등에서까지 광고 복권을 발행하여 이른바 복권의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한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성문화 되어있는 로또 복권 사업의 목적은 엄숙할 만큼 도덕적이다. ‘로또는 불법적이고 사행성 높은 도박행위를 대체 또는 감소시켜 국민에게 생활 속의 건전한 레저 문화의 하나로 정착시키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주장하며 조성된 기금은 각 사업 추진주체가 추진하는 공공이익증진과 사업의 재원으로 사용된다고 부연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서민들이 희망을 걸었던 로또 복권에 실망을 하는 이유가 터무니없는 당첨 확률이고 그래서 공중에 날아가 버린 개개인의 재화를 따져보면 공공이익증진이 이치에 맞는 복권 사업의 목적인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복권을 발행해서 국민에게 입히는 손실이 공공사업으로 국민에게 줄 수 있는 이익보다 훨씬 크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주위에서 복권을 구입하는 사람은 삶에 지쳐 온 희망을 복권에 걸고 있는 가난한 가장들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
국민 세 사람 중 한 사람 꼴로 복권을 구입한다고 하는 통계를 인용하지 않아도 너나없이 복권에 혼을 뺏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복권을 사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1등에 당첨될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로또 복권의 1등 당첨 확률은 814만 5060분의 1이라고 한다.
매주 10만원씩 복권을 구입한다고 볼 때 3120년 동안 복권에 투자를 해야 1등에 한 번 당첨될 수 있다고 하니 도저히 계산이 안 나오는 확률이지만 복권을 구입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1등 당첨자가 발표되고 있는 사실만을 보려고 하는데 문제가 있다.
한 해에 전 세계적으로 벼락을 맞아 죽는 사람이 1천여 명이라고 하는데 지구의 인구가 60억이라고 어림할 때 그 확률은 60만 분의 1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벼락맞아 죽는 일보다 훨씬 적은 1등 당첨이지만 복권을 사는 사람들은 인생역전을 꿈꾸며 계속해서 복권 판매대 앞에 돈벼락을 맞기 위해 줄을 서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대체로 생활이 불안정하고 미래가 불안할수록 복권 사업이 번창한다고 한다.
경제 위기가 다시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한 가운데 복권이라도 사야 살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희망이 없는 사회가 우리를 씁쓸하게 한다.

복권을 구입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의 73퍼센트 정도가 복권이 허황한 꿈으로 근로 의욕을 떨어뜨린다고 했고 나머지 23퍼센트 정도는 수익금의 사회 환원 비율이 너무 적다고 복권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였다.
이들의 목소리를 복권 사업 주체들은 듣고 있을 테지만 그 불만에 대한 성실하고 명확한 답변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복권을 구입하여 인생역전을 이뤄보라는 유혹만이 아닌 복권으로 인하여 망가질 수 있는 이성에 대한 경각심을 광고할 수는 없겠는지, 복권 사업주체들의 윤리 의식이 아쉽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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