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이후로 행정수도 이전 예정지로 알려진 우리 충청지역은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 지역으로 떠올랐다. 청주에서 살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도 행정수도의 충청권 이전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었다.
얼마 전에는 충청지역 3개 광역단체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행정수도 충청지역 이전에 따른 대책에 서로 공조하기로 합의하고 손을 잡고 웃으면서 찍은 사진이 신문지상에 실렸었다.
사진 속에서 3개시도 단체장들이 머리를 맞대고 웃는 모습은 그야말로 충청권 발전을 위한 공조의 웃음으로 보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필자는 사진 속의 웃음 그것만으로 보아 넘기기엔 행정수도에 대한 사안이 예사롭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 지역에 올 행정수도가 이웃 타 시도로 결정되었다고 가정해보자. 과연 충청지역 한 목소리를 주장하던 단체장들의 공조의 틀이 그 때에도 계속 유지될 것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 만일 그렇게 되었을 경우에 우리 충북지역 주민들이 과연 그 사실을 승복하고 상대편의 경사에 축하의 박수를 보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하여도 그럴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사진의 속내를 얘기하자면, 충북, 충남 지사와 대전시장의 공조는 서로가 자기지역으로 행정수도를 끌어오는데 상대방이 협조해 줄 것을 기대하는 동상이몽(同床異夢)적 공조라고 보면 더 정확한 말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충북의 입장에서 보면 행정수도 유치는 청원 오송리에 호남고속철 분기역을 유치하는 것과 맞물려 반드시 성취시켜야 할 일이라는 점에서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 되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과 그 입지 선정은 어쩌면 내년 총선과 차기 대선 까지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치적 이슈이자 국가적 대사다. 설혹 충청권으로의 이전이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결정에 전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에서부터 적지 않은 논란이 있을 수 있고, 현 수도권의 2000만 주민들의 여론의 향배도 적지 않은 변수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이것을 모를 리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차기의 정권이 바뀌면서 흐지부지 될 소지도 없지 않다. 정치권이 표를 의식한다면 150만도 되지 않는 충북에 대한 배려보다는 주민 수가 더 많은 충남이나 대전에 대한 배려가 더 있을 수 있다는 가정도 성립된다. 출향 인사들의 역할이나 물량적 지원에서도 충북은 이들 지역보다도 그리 앞서가는 조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이런 면을 고려할 때, 우리 지역, 특히 오송·오창 지역을 중심으로 행정수도 입지여건을 만들 수 있는 충북 나름대로의 논리 개발이 절실히 요구된다.
같은 맥락에서 지역 사회 단체와 각계 각층이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호남고속철 오송 분기역에 대해서도 그 유치의 당위성에 대한 논리가 너무 빈약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주장보다는 ‘되지 않으면 충북 푸대접 운운’하는 것으로는 여론의 지지를 절대로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고속전철 분기점 유치에 대하여는 대전시와 공조 약속을 하고 있지만, 이 또한 대전은 그 속내는 대전에서 호남 고속철이 갈라지기를 희망하는 것이 틀림이 없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과연 행정수도 이전이 실현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강한 의문을 갖고 있다. 서울의 한강을 건널 때마다, 한강의 엄청난 수량과 규모, 주변의 기반 시설 등, 태조 이성계가 무학대사의 도움을 받아 조선의 도읍으로 정한지 600년이 넘도록 한반도의 중심이 되어 축적돼 온 서울이라는 것이 지녀온 가치와 위상을 과연 쉽게 옮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회의가 생기기 때문이다.
통일 이후의 국가적 정통성을 고려할 때, 쉽게 이전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도 없지 않다. 또 강력한 행정력의 뒷받침이 없이 행정수도이건 그냥 수도이건 이전이 손쉽게 몇 년 안에 이뤄질 것인지에 대한 강한 의문도 생긴다. 작금의 현안들이 여론몰이에 휘둘리면서 흔들리고,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하는 판국에 과연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7세기만의 국가적 대사가 쉽게 몇 사람의 생각으로 실현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가시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모든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반드시 행정수도 이전을 실현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므로, 우리 지역 주민들은 행정수도 이전을 당연시 하고 있다.

그러므로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이 현실로 다가온다고 하면 기왕에 공조를 약속한 충북·충남 도지사와 대전광역시장은 지역주민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공조의 정신과 의미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 공평무사하게 3개 시도가 만나는 지점에 행정수도 입지선정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서도 안되며, 우리 지역만이 행정수도의 입지라는 주장을 해서도 안될 것이다.
충청권 전체의 이익과 발전을 위한 큰 그림으로 이를 수용해야 할 것이다. 다만 우리지역에 입지선정이 된다면 더 말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 대한 나름대로의 차선적 대책도 준비해두는 지역 행정가의 현명한 배려도 있어야 할 것이다. 3개시도 단체장들의 공조가 동상이몽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도 더욱 그렇다. (서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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