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이냐 명분이냐의 의견 차이로 이라크 전쟁의 파병문제가 국내에서 뜨겁게 쟁점화 되고 있는 가운데 전교조교사들의 반전평화수업자료집이 또 다른 여론의 불씨가 되고 있다.
수업자료집중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학생들을 상대로 한 이라크전쟁 퀴즈라는 7쪽 분량의 19개 퀴즈 문항이다.
그중 특히 입에 오르내리는 몇 개의 문항을 답과 함께 살펴보자.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아닌 것은’이라는 질문의 답은 ‘대통령과 원래부터 그런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이다.
‘이번 전쟁에 대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광화문 촛불시위 참석, 이라크 전쟁 반대와 평화 실현 내용의 뱃지 달기, 길거리에서 전쟁반대 서명하기, 인터넷을 통하여 전쟁중지와 국군 파병 반대를 요구하는 글 쓰기’이다.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은 ‘남의 나라 일이기 때문에 스타크래프트를 구경하듯 열심히 CNN 뉴스를 본다’ 등이었다.
퀴즈에 80점 이하를 맞은 사람은 겉은 한국인이지만 실제로는 미국인일 가능성이 많은 사람이라는 해설까지 친절하게 곁들인 자료집의 전쟁퀴즈를 전교조 사이트에서 보며 학부모의 한사람으로서 당혹 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전쟁퀴즈에 대한 각계의 의견 또한 분분하다. 침략을 전쟁이라 호도하고 무고하게 희생된 이라크인의 생명 대신 미국제 무기의 첨단성만을 선전하는 왜곡된 현실을 조금이라도 바로잡고자 전교조 교사들이 나선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칭찬하는 박수소리와 반미주의를 부추기며 특정이념과 의식을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비교육적인 발상이라는 걱정의 목소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비판의 여론에 대해 전교조는 보도자료를 내어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는데, 전쟁퀴즈의 문항을 예로 들어 자료집 전체를 싸잡아 매도하면서 반전평화수업자체를 의식화교육으로 몰아가는 것은 적절한 비판의 범위를 넘어선 의도적인 부풀리기라고 항의했다.
이번 보도 자료 중 특히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반전 평화수업을 실시하는 교사들의 유의사항이라는 항목이었다.
공동수업은 문제의 근원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토론의 장을 마련해 주고 학생들 스스로 이해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만큼 교사가 너무 많은 길을 알려주는 것은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말과 문제가 되고있는 퀴즈가 전혀 부합하지 않는 것이어서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정답까지 정해져 있는 전쟁 관련퀴즈는 학생들에게 주입식 교육을 하기 위한 것이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을 열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교조는 항의를 받고 있는 문제성 있는 항목에 대해 웃고 넘어가는 수업 분위기 전환용이라고 얼버무리며 걱정 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어린 아이들에게 전해질 수업 교재를 확인한 많은 학부모들의 마음은 선생님들의 권유대로 웃고 넘어갈 만큼 편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전쟁의 당위성에 대해 한 점 의혹도 없이 옹호를 보내는 사람은 물론 없을 것이다.
전쟁은 어떤 경우든지 무고한 생명을 살상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강성의 구호를 외치지 않더라도 누구나 평화를 갈망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이번 이라크 전쟁에 대한 극단적인 흑백논리는 곤란하지 않을까.
더욱이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의 입장으로서 자신들의 일방적인 의견을 수업 안으로 채택하고있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발상인 것 같아 염려스럽기만 하다.
전쟁을 반대하고 생명을 중시한다는 의미에서 반전평화 수업 안은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긴밀한 우방인 미국에 대해 반미감정을 강하게 심어줄 수 있는 전쟁 퀴즈 같은 수업 안은 절대적으로 곤란한 것이다.

전교조는 일반 시민단체가 아닌 선생님들만으로 구성된 특수한 조합이다. 참교육을 실천하고자 결성된 의식 있는 교원단체로 많은 학부형들의 격려를 받았던 전교조가 편중된 주장을 학생들에게 여과 없이 주입하려 한다면 전교조에 대한 시선이 우려로 바뀔 수 있음을 전교조 교사들은 명심해야 한다.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진지한 토론문화가 민주사회에서는 꼭 필요한 것이지만 그 대상이 미성숙한 학생들일 경우 완성된 지성을 가진 교사라면 여론화된 쟁점의 객관적이며 합리적인 조율에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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