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는 발언으로 구설을 몰고 다녔던 최낙정 해양수산부 장관이 취임 13일 만에 현 정권 최 단명 장관이라는 기록을 남기고 경질됐다.

취임 직후부터 계속 이어져 뛰는 망둥이라는 걱정을 들을 만큼 못 말리게 경박스러웠던 최 장관의 파격적인 말솜씨는 예사로운 수위를 넘는 것이었다. 하고 싶은 말은 모두 쏟아내고야 만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어록을 모아보면 그야말로 인기 있는 개그 프로그램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이미 해양수산부 차관 임명식 때 노무현 대통령에게 모두 한 식구니 사진이나 함께 찍자고 해 거침없이 튀는 이미지를 심어주었다는 그는 장관으로 임명된 후 자기 딴에는 소신 있는 발언들로 인해 끊임없이 논란을 몰고 다녔다.

대통령께 누끼친 장관 발언

지난달 26일 경기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예비공무원 특강에서 그는‘왜 우리 대통령은 태풍 때 뮤지컬을 보면 안 되느냐’고 눈물겨운 과잉 충정을 보였다가 대 국민 사과까지 하는 소동을 빚었다.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의 예까지 들어 태풍 당시 대통령의 뮤지컬 관람을 정당화하고 ‘국무위원들이 몸으로 막아야 할 것 아니냐’고 까지 열변했던 그의 지극한 충정은 그러나 잊혀질 만한 사건을 확대 재생산하는 악 효과를 가져오며 대통령에게 누만 끼친 결과가 되었다.

논란의 열기가 식지도 않은 며칠 후인 지난달 30일 전남 목포해양대생 특강에서 그는 양복 상의를 벗으며 ‘갈 데까지 갔으니 옷을 벗겠다’며 ‘기자들이 있으면 강의를 못하겠다’는 막말을 했다. 갈수록 아슬아슬했던 그의 망발은 드디어 지난 1일 청원의 한국교원대 종합교육원의 특강에서 절정에 이른다.

해양분야의 특강을 하는 자리에서 주제넘게도 느닷없이 교사들을 질타한 것이다. 최 전 장관은 교사에 대한 부정적 기억들을 열거하던 중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는 선생들이 많은데 그 중 몇 놈이 교장으로 올라가도 아무 소용없다”는 상식이하의 말을 했고 이에 반발한 다수의 교사들이 “어느 나라 장관이냐”고 항의하며 퇴장하는 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했다.

사태가 이에 이르자 자신의 발언을 무마하기 위해 장관은 맨 바닥에 엎드려 큰절을 하는 등 사죄의 제스처를 취했으나 이미 시위를 벗어난 화살로 돌이킬 수 없는 오점이 되고야 말았다.

자기 업무에 대한 공무원으로서의 소신이나 참신한 비전 제시보다 경거망동에 가까운 튀는 발언으로 뉴스메이커가 된 장관은 교장을 ‘놈’으로 비하한 거친 말실수로 인해 결국 최단명장관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것이다. 튀는 공무원을 자처했던 그는 ‘공무원이 설쳐야 나라가 산다’와 ‘공무원은 좀 튀면 안되나요’라는 책을 펴낸 바 있다.

그는 제목부터 튀는 자신의 에세이집에서 “다소 튄다는 말을 듣더라도 소신 있고 창조적으로 일을 해야 한다”는 지론을 펼쳐 많은 공무원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너무 넘치면 모자람만 못해

그러나 아쉽게도 그가 짧은 임기 동안 우리에게 보여 준 것은 적극적으로 봉사하며 참신하게 튀는 긍정적인 공무원의 이미지가 아니라 개구리나 럭비공처럼 방향을 예측할 수 없이 제멋대로 경박하게 튀며 국민을 경시했던 한심한 관료의 모습이었다.

‘논어’ 〈선진편(先進篇)〉에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유명한 말이 전한다.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사(師: 子張의 이름)와 상(商: 子夏의 이름)은 어느 쪽이 어집니까?” 하고 묻자, 공자는 “사는 지나치고 상은 미치지 못한다”라는 대답을 한다.

자공(子貢)이 이에 “그럼 사가 낫단 말씀입니까”라고 반문하자 공자는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過猶不及)”고 했다. 자신은 물론 대통령과 자신이 봉직했던 해양수산부에까지 누를 끼친 최 전 장관의 경박스런 행동이 소신과 창의에 찬 넘치는 의욕에서 나온 것이었겠지만 너무 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성현의 말씀을 되새길 수는 없었나 딱한 생각을 금할 수 없다.

이임식 또한 모든 의례를 생략한 채 직원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해양수산부 파이팅’이라는 함성으로 마무리했다는 그는 확실히 튀어야 사는 사람인 것 같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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