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으로부터의 해방 58주년을 맞는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반세기가 넘어도 변하지 않는 게 적어도 대일 관계에서는 너무나 많다.

일본은 이제껏 강제로 끌고 갔던 수십 만 명의 노동자나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무관심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거세게 비난하는 세계의 여론 앞에서 견디지 못하고 “과거의 불행한 사태에 대해서 심히 애석하게 생각한다”는 일황의 성명 몇 줄이 고작이었다.

그러고도 그들은 북한에 대해 자국 국민 납치문제를 거세게 항의하여 김정일로부터 고이즈미가 정중한 사과를 받아내고 5명의 일본인을 넘겨받는 외교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나라 잃은 과거사 곱씹어야

‘벼랑 끝 외교’ 등 능수능란한 술수를 보여오던 김정일이 어찌 이렇게도 순진한 외교적 조치를 취했는지 모두가 의아해 하기까지 했다.

일본은 한국에 대하여 그간 약간의 부분 보상을 하기는 하였지만 그것들은 ‘독립축하금’ ‘원조금’ ‘협력기금’ 등등으로 교묘히 위장, 가장시킴으로써 배상이라는 죄의 인정을 부인하는 작태를 연출하여 왔다.

그런 상황에서 김정일의 일본에 대한 사과나 납치자 인도는 일본의 입지를 강화시켜주는 잘못된 처사였던 것이다. 문책의 주객이 전도되는 웃지 못할 사태를 연출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북핵 문제와 관련 일본은 다자 회담의 일원이 됨으로써 오히려 북한에 대한 운명 결정자적 위치에 서는 현실을 보게 되는 것이다.

이제 북한은 일본의 선처나 주장에 희비를 걸어야 하는 역전된 상황에 놓이게 되었고, 이는 바로 한국에 대한 입지우위의 전략적 성공으로 자리 매김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곤혹스러운 시선을 보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한국과 같이 북한 역시 지난날 그들로부터 입은 엄청난 피해나 고통, 비인도적 처사에 대한 보상은 송두리째 잊은 것인지 참으로 의아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일본 관리들은 2차 대전 전범들의 신사를 참배하는 일에 주저함이 없고, 다시 군사대국의 터전을 다져 군림하려는 전략 전술을 구사하는 모습마저 보이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한국민이나 북한의 경각심은 여전히 느슨하기만 하게 느껴진다.

자신의 과오나 모순은 쉽게 망각하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에는 혈안이 되는 못된 이웃을 우리가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보다 큰 고민을 해야 할 시점으로 느껴진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중국대로 우리를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날의 고구려나 발해의 엄연한 역사까지 부정 왜곡하며 중국 내에서의 조선의 민족 의식을 송두리째 쓸어내려는 전략구사의 조짐이 최근 은밀하게 나타나고 있다.

뭉쳐 힘 길러야 앞길이 양양

이런 국제적 조류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정치 싸움이나 파벌 대결의 아귀 다툼만을 계속하고 있어도 좋을 일인지 냉정히 도라 보아야 하겠다. 지난날 변하는 외부 환경을 너무 모른 채 당파 싸움에 몰두하다 나라를 송두리째 빼앗긴 한 맺힌 역사를 되풀이하자는 작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압제로부터 찾은 해방에 대한 축하보다는 오늘을 도라 보며 내일을 기약할 반성, 다짐의 시간을 가져야 할 때이다. 사사로운 내 몫, 이익 챙기기에 몰두하고, 정쟁을 일삼는 가운데 국운이 쇠하고 있단 사실을 바로 보아야 한다.

공동체 의식과 공익우선의 원칙, 나보다 남을 배려하는 의식, 오늘의 향락보다 내일의 번영을 추구하는 의식이 국민 사이에 충만하여 개인 각자의 번영과 나라의 부강, 기강이 바로서 힘이 넘치는 나라를 만들어 남 앞에 우뚝 선 한국의 위상을 세울 결의를 다지는 가운데 85회 광복절을 맞고 보내야 하겠다.

(청주대 겸임교수/ birdie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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