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래 작가 성장에세이 ‘유랑’
스물살부터 10년간 배낭여행
감정·이야기 솔직하게 그려내

“여행을 할 때 그 곳에 존재하는 느낌을 가지고 오는 것은 무척 중요한 것입니다. 사실은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져 잊혀져 버리지만 느낌은 온몸에 배어들어 비슷한 환경이 느껴질 때 여지없이 그 시간 속으로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행’을 통해 소중한 자아를 찾아가는 20대 그녀의 뜨거운 성장통을 엿본다.

가장 내면적으로 갈등이 많았던 이십대의 방황하던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극복해가는 평범한 이십대의 성장에세이 ‘유랑-내가 자란 잘한 여행’(사진).

이 책은 충남 안면도에서 미술 작업을 하고 있는 김나래 작가가 스무살이 되던 해인 2003년부터 10년동안의 배낭여행과 가족여행을 통해 접한 인도, 꼬따오, 로마, 아유타야, 루앙남타, 싸파, 베른, 자이살메르, 탐미, 암스테르담, 오사카, 프라하, 피렌체, 메리설산 등 다양한 도시를 여행하며 느낀 감정과 에피소드가 담겨져 있다.

산만하고 공상을 즐겨하던 어린 소녀는 스무살이 되던 해 정체성에 대한 깊은 고민을 안고 인도로 배낭여행을 떠난다.

‘그 곳에 가면 진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메모리 과다로 매일 경고 벨을 울려대는 머릿속을 비워낼 수 있을 것도 같았다’는 그녀의 고백처럼 첫 배낭여행의 두려움과 설레임 속 고된 여행은 소녀의 티를 벗고 숙녀가 되는 내면적인 성장을 이뤄낸다.

실제로 내성적이던 성격은 뻔뻔하리만큼 당차게 변했고, 융통성 없이 막혀있던 벽을 허물어 세상과 소통하면서 무엇보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저자는 귀띔했다.

매일 매일 일어나는 사소한 말다툼, 속 터지게 만드는 인도인들의 느긋함, 지저분한 거리와 냄새, 지나치게 호기심 많은 그들과의 귀찮은 실랑이 등 첫 배낭여행에서 만나는 익숙지 않은 새로운 일상들에 내일 당장 이곳을 떠나버려야지 씩씩대다가도 밤에 자려고 침대에 누우면 내게 사기친 어수룩한 인도인이 어이없어 웃고 내일 보게 될 그리고 만나게 될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감에 집 생각은 저만치 사라진다.

북적이는 갠지스 강가에서는 큰 뿔이 달린 무심한 표정의 소와 쓰레기를 뒤적거리는 마른 개들이 있지만 신기하게도 귀마개를 한것처럼 그 곳에 선 순간 모든 것이 교요하고 왜 이곳을 영혼의 강이라 하는지 마음으로 느끼며 삶에 대해 되새겼다.

저자는 “인도는 신비롭다. 그리고 재미있다. 인도에 있을때는 지긋지긋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고, 매일 사기 당할까봐 전전긍긍하고, 위험에 빠질까봐 잔뜩 긴장해 있었지만 나는 그 곳에서 한뼘은 자란 것 같다. 생전 처음이었던 여행은 내게 자신감을 주었고 많은 깨달음을 심으며 내 안에 있던 마음의 병을 서서히 치료했다”고 고백했다.

인간으로의 성장통을 겪었던 저자는 로마를 통해 처음 사랑으로 겪는 성장통으로 한번 더 성장한다.

매번 생전 처음인 것 같은 사랑에 이별이 찾아와 점점 피폐해진 감성과 이별의 상처가 치유될 거란 기대를 안고 유럽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무제한 기차를 탈 수 있는 일등석 유레일패스, 경이로운 건축 작품들이 감탄을 자아내는 훈데르트바서, 로마의 마조래 성당과 콜로세움 등은 이별의 아픔을 잊게해주는 약이 됐다.

특히 그녀가 발로 여행했던 여행지 곳곳의 추억과 느낌은 형행색색의 색들로 채워진 스테인글라스 같은 느낌을 자아내는 미술 작품으로 탄생돼 글과 함께 책을 아름답게 장식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저자는 “이 책은 20대 누구나 겪는 성장통의 자연스러운 과정을 여행을 매치해 담고 있다. 책이 전하는 여행의 생생한 느낌처럼 20대를 무미건조하게 사는 사람들에게 삶에서 여행과 같은 소소한 이벤트를 만들어 즐겁게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솔과학. 1만7천원. 3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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