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새 정부가 들어 선지 3개월이 지나고 있다. 이제 겨우 3개월밖에 안되었으니 뭐라고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횡보 하는지 지켜봐야겠지만 짧은 기간 중에도 새 정부는 탈도 많고, 말도 많다.
대북송금특검제, 노 대통령 측근 안희정씨 정치자금 수수문제, 노건평씨 별장문제, 월드컵휘장사업 뇌물문제, 83학번 운동권의 등장, 행정수도이전문제, 사스 문제, 화물연대집단파업, 한총련문제, 나이스와 전교조문제, 29만원이 전 재산이라는 전대통령의 거짓말, 청와대조직의 파행, 공무원노조문제, 이라크군 파병문제, 한미공조문제, 북한 핵 문제, 경제위기 문제, 대졸자실업 증가 문제, 3당대표의 고급룸살롱 회동 등 태산같은 문제가 쌓여 있다.

정치가는 없고 꾼들만 판쳐

아마도 역대 정권 중 단기간 내 이렇게 많은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여당이 어디고 야당이 어딘지도 구분이 안 간다. 인치와 통치가 구분이 안 간다. 공인과 사인의 구분이 안 된다. 그리고 모든 문제는 대통령이 해결하려고 한다.
책임 총리제도 실종되었고, 민주주의의 꽃인 토론의 광장인 의회도 정치꾼들의 창당문제로 실종되고 있다. 이것은 대통령의 자업자득이다. ‘국민이 대통령이다’, ‘토론공화국’, ‘인터넷공화국’, ‘서민대통령’ 등을 강조하더니 결국 모든 국민이 대통령이 된 듯 걸핏하면 대통령하고만 상대하려고 한다.
결국 대통령은 이익단체들이 힘으로만 해결한다고 하면서 대통령 못해먹겠다고 극단적인 말을 한다. 이제 정말 청와대는 대통령인 국민들에게 내주어야할 판이다.
그러면 의회는 어떤가. 의회라도 중심을 잡아야 나라가 안정되고 국민이 편안할 것 아닌가. 그런데 정치권은 자꾸만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있다. 정책을 만드는 진정한 정치가는 없고, 정당 만드는 정치꾼들만 판을 치고 있다. 정치가가 적고 정치꾼들만 많으니 오히려 정치가가 왕따를 당한다.
자기가 만든 정당도, 자기가 몸 담고 있던 정당도 뭉개버리고 또 다른 정당을 만드는 것은 결국 자신의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시키는 행위이다. 왜 실패한 정당에 이미 들어가 있었는가. 새 당을 만들려는 자신은 자기 당이 실패로 갈 때 어디에 있었는가. 적어도 기존의 국회의원들은 새 정당을 만들 자격이 없는 것 아닌가. 만약에 그렇게 자기 당이 문제가 있다면 문제 있는 당을 통해서 당선되었으니 의원직을 사퇴하고 새로이 정당을 만들어야 그나마도 떳떳한 것 아닌가. 과거 왕왕 습관적으로 자기정당을 파괴하고 새 정당을 만들어 오히려 선거전후 정당을 새로 창당하지 않으면 몸살나는 것이 정치판의 행태가 된 것 아닌지 걱정된다.
전 세계에서 정당정치의 이합집산이 가장 심한 나라가 우리나라고, 어느 의원이 어느 당 소속인지 지역구민이 헷갈리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이러한 판국에 무슨 진성 당원이 만들어지겠는가.
전국을 대상으로 조직화를 해야하고, 지구당을 새로 만들어야 하고, 국민을 동원해야 하고, 간판을 다시 만들어야 하고, 정당 만든다고 정치꾼들이 주야로 만나서 회식을 하는 등 너무나 많은 돈이 소모적으로 든다.
역설적으로 보면 그 동안 지역구도정당은 오히려 돈이 적게 들었다. 자기지역에서는 무조건 당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새 정당은 지역을 초월하여 전국 골고루 지지를 받는 전국당을 만든다는 것이 큰 목표이다. 그러니 제일 당이 되려면 시간과 돈이 더 많이 들 것이다.
그렇게 짧은 기간에 국민들이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으로 전환하기는 매우 힘든 일이다. 정치꾼들은 선거만 끝나면 대통령이든 아니면 추종자이든 줄서기식, 편가르기식 자기세력화를 위한 새 정당 만들기를 서두른다. 그 동안 좋은 어휘는 정당 만드는 데 다 동원되었다. 어느 선진국이 그렇게 자주 정당을 만드는가. 스칸디나비아의 사민당, 미국의 공화당, 민주당, 영국의 노동당, 보수당, 독일의 기민당, 사민당, 일본의 자민당과 사회당 등 50∼100여년 씩 정당의 생명을 갖고 있지 않은가.

세계 경쟁력 추락은 막아야

그렇게 오만하게 거창한 구호를 외친 정당들이 왜 대통령만 바뀌면 사라지는가. 자유당은 이승만당, 공화당은 박정희당, 민주정의당은 전두환당, 신한국당은 김영삼당, 새정치국민회의새천년민주당은 김대중당, 그리고 지금 개혁당은 노무현당인가. 이것도 인물중심정당 아닌가. 지역과 인물을 중심으로 정당을 만들면 또 다시 개혁당도 5년 후에는 사라질 것이다.
내년 총선은 국민들이 보기에는 아주 많은 기간이 남았다. 그런데 정치꾼들은 기간이 아주 짧게 남았다고 생각한다.
내년 4월까지 선거를 겨냥한 정당 만들기에만 몰두하면 민생을 위한 정책개발은 어떻게 하나. 바로 지금의 수많은 문제들은 누가 해결할 것인가. 정당과 국회의 세계 경쟁력은 점점 추락하고 있다. 국민은 지금 정치꾼보다는 정치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충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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