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 원인이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든 혹은 사회적인 것이든 자신의 목숨을 함부로 끊는다는 것은 매우 경계해야 할 일이다.
일반적인 자살 경향을 보면 남자가 여자보다 자살을 택할 확률이 많다고 하며 연령이 높아질수록 자살률 또한 높아진다고 한다.
이에 대한 원인분석이 다양하지만 대체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생물학적인 인내심이 강한 편이며, 사회적 활동범위가 남성에 비해 한정적이어서 사회생활에 의한 좌절이나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여성이 적기 때문이라는 통계들이 있었다.

-10대 소녀들 자살 크게 늘어-

그러나 최근 들어 빈번하게 일어나는 자살의 행태는 이제까지의 설득력 있는 통계를 뒤엎는 것이어서 당혹스럽기만 하다.
생활고를 비관하거나 사업실패를 견디지 못한 중년남성들의 자살이나 병고에 의한 노인들의 자살이 아닌 아직 자아가 정립되지 않은 십대 소녀들의 자살이 늘고 있는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자기 혼자 생을 마감하는 것이 아니고 인터넷을 매개로 하여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접속한 후 동반자살을 꾀하고 있다는 점이다.
성형 후유증을 비관해 동반자살을 한 20대 여성들의 어이없는 죽음이 몇 일 지나지 않았는데 또 다시 인터넷상에서 만나 자살을 모의한 10대 소녀 세 명이 15층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사건의 주동자인 손모양은 특정 게시판이 아닌 누구나 쉽게 찾는 일반 인터넷 게시판에 ‘같이 해주실 분 찾아요’라는 글을 올려 죽음의 길을 함께 가주겠다는 고모양을 만나게 된다.
이들의 자살모의는 메신저대화로 구체화되는데 왜 죽으려 하는지, 어떤 시도를 해보았는지 등에 대해 밤새도록 토론했다고 한다.
일본소설 속 여주인공의 자살장면을 연구하며 이미 한달 전에 유서를 작성한 고양과, 뛰어내리려고 계획한 장소의 바닥이 너무 넓어 장소 변경을 하기로 했다는 식의 죽을 장소 답사기까지 써놓은 손양은 뒤이어 인터넷에서 이들의 존재를 알고 합류한 여고 1년생 김모양과 함께 술을 마시고 투신자살을 했다.
이들은 생을 마감하기 전 친구들의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자신들의 죽음을 알렸다고 하니 상식을 벗어난 십대 소녀들의 엽기적인 행각에 경악하게 된다.
청소년기는 불확실성 때문에 방황할 수 있는 나이다.
자신에 대한 회의나 성공과 미래에 대한 불안 등으로 번민하며 흔들릴 수도 있지만 그 모든 문제에 대한 돌파구를 자살에서 찾는 청소년들이 늘어난다면 우선 순위로 고민해야 할 심각한 사회문제라 하겠다.
자살감정은 우울증의 증상과 비슷하며 치료 가능한 정신질환이라고 하는데 주위에서 이런 의심이 가는 청소년이 있다면 즉시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한다.
우리 나라 사람들의 말버릇 중에 가장 흔한 것이 ‘죽고 싶다. 죽겠네.’이고 실제 어른들의 경우에는 다소 거슬리기는 하나 단순한 넋두리정도로 넘길 표현이지만 청소년이 그런 말을 한다면 진지하게 행동을 예의주시 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자살을 계획하고 있는 청소년의 경우에는 자신을 이제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라거나 아무 것도 필요치 않고 다른 사람의 짐이 되지 않겠다는 등의 암시적인 말로 자신의 계획을 흘리며 자신의 주변을 정리정돈하기도 한다는데 이번에 동반 자살한 십대소녀도 평소와는 달리 자신의 방을 깨끗이 청소하고 집을 나갔다고 했다.
종교적인 시각에서의 자살은 신성의 모독임으로 당연히 최고의 죄악이고 유교적 윤리관에서 생각해도 자살은 패륜중의 패륜이지만 일부 궤변론자들은 누구든지 자기의 생명에 관해서 절대적인 권리를 가진다는 주장으로 자살을 인정하고 있다.
자살사이트 개설이 금지되면서 자살관련 모임이 은밀하게 일반 동호회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 자살은 비겁한 도피행위다-

지금도 이러한 불법적인 모임들은 독버섯처럼 음지에 숨어서 감상적이며 충동적인 청소년들을 죽음의 길로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자살의 원인이나 이유는 자살자의 수만큼 다양해서 파악이 쉽지 않을 테고 나름대로 목숨을 버릴 만한 변명이 있기도 하겠지만, 그 이유의 대부분이 눈앞의 괴로움을 피하기 위해서 택하게 된 수단이라면 이 보다 더 어리석은 행동은 없다고 본다.
동물도 자살하는 경우가 있지만 새로운 생명에 대한 희생의 감수에서 어미의 본능으로 목숨을 버린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렇다면 이기적인 자살행위야말로 스스로를 금수보다 못한 하등동물로 인정하는 자의 비겁한 도피행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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