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인 복장으로 의원선서를 하려다 온 매스컴의 주목을 받고 있는 한 의원을 보며 그의 훌륭한 개인 홍보활동 성과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회 본 회의에서 4·24 재 보선 당선자 유시민 위원이 의원선서를 하기 위해 캐주얼 차림으로 단상에 나왔다가 여야 위원들의 반발로 선서를 하루 미루는 소동을 벌였다는 소식은 온 국민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이벤트였다.
이 문제를 놓고 그가 다시 말끔한 정장차림으로 본 회의장에 나와 선서를 마쳤던 다음날까지 각 언론사의 홈페이지에는 유 의원에 대한 격려와 비난의 목소리가 수천 건씩 올랐다고 하는데, 독자들의 메일이 웬만한 스타의 팬 레터를 능가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그의 뛰어난 언론플레이가 다시 한번 놀라울 뿐이다.

내가 사는 지역의 국회의원에게조차 별 관심이 없던 보통 사람들도 면바지에 라운드 티셔츠를 입고 의원선서 단상에 오른 그를 보고는 그토록 튀는 행동을 할 수 있는 그가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했고 그가 당선된 경기도 고양의 덕양 갑지구까지 관심을 갖게 되었으니 유 의원은 자기 이미지를 온 국민의 뇌리에 강하게 심는데 일단은 성공한 것 같다.
여기서 구구하게 국회의원은 어떤 복장을 해야 하는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어떤 것인지를 논하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그가 이 시대의 지성을 대표한다는 평을 듣는 지극히 상식적인 사람이라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유 의원은 국회의원 당선 후 등원 옷차림에 대해 나름대로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다. 그의 말에 따르면 평상시에 입었던 정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한 할인매장에서 문제가 되었던 캐주얼의상을 특별히 구입했다고 한다.
의상에 대한 가격까지도 구체적으로 밝혔는데 감색의 캐주얼 자켓은 4만원, 흰색 면바지는 3만원, 라운드 티셔츠는 1만 8천원을 주고 샀다고 했다. 그는 아내가 골라준 옷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그 옷을 골랐다고 자랑하며 단정한 옷차림을 갖추기 위해 모처럼 새 옷을 사 입었는데 다들 몰라준다고 주위를 원망했다.
자신이 할인매장을 이용하는 검소한 사람이고 사소한 옷 하나를 고르더라도 자기의 행동은 자신이 결정하는 확신이 서있으며 또한 격식을 갖추어야 하는 장소에 새 옷을 입고 갈 만큼 주의를 의식하는 신사라고 나름대로 자신을 대변하는 말인 것 같다. 그러나 이 말 또한 얼마나 웃음거리가 될 소지를 안고 있는가를 과연 몰랐는지 그에게 묻고 싶다.
일부러 말꼬투리를 잡는 것은 아니고 혹시 도움이 된다면 몇 가지 의견을 유 의원에게 제안하려고 한다. 자신의 옷을 어디에서 샀건 국민들은 전혀 궁금해하지 않는다. 할인매장이 아니라 벼룩시장에서 단 돈 100원에 구입한 옷을 입었다해도 그것은 개인적인 일이지 자랑하거나 일부러 드러내어 선전할 일이 아닌 것이다.
자신이 입은 정장들도 할인매장에서 오래 전에 구입한 옷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돈이 많은 재벌도 외국에서는 태연히 가라지세일에서 1달러 짜리 중고품 옷을 골라 입는다. 그러나 옷을 꼭 할인매장에서 사 입는다고 강조하는 경직된 사고는 곤란하다.
명품을 입건 헌옷을 입건 그것은 개인의 문화이며 그 문화 또한 탄력적이어야 하는 것이 자본주의이기 때문이다.
내 옷은 아내가 아니라 내가 고른다라는 독립심도 곤란하다. 꼭 아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등원할 의상에 대한 자문을 구하였다면 적어도 라운드 티셔츠는 추천하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염려스러운 것은 의정활동에 전념해야할 의원이 사소한 옷 고르기에 신경을 써서야 되겠는가 라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등원을 위해서 특별히 케주얼을 구입했다는 말은 실수였으며 앞으로 그런 해프닝은 제발 자제해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무지에서 생각이 모자라 저지른 행동이었다 해도 충분히 구설에 오를만한 사건인데 파격복장의 이유를 설명하는 보도자료까지 미리 준비한 케주얼복장 등원은 작정하고 문제를 일으키려한 고의적 허세일 뿐 개혁이나 소신으로는 절대 비쳐질 수 없음을 바르게 판단해야 한다.
관례나 상식을 깨는 파격은 개혁이 아니다. 예의와 기본을 갖춘 후 소신과 개혁을 펼치는 것이 의식있는 정치인의 소양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유시민의원의 파격복장 소동은 그가 정장으로 옷을 갈아입고 선서를 마침으로써 정리가 된 듯하지만 그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일종의 쇼맨쉽이라는 비판과 함께 획일주의를 깬 신선한 시도라는 의견들이 엇갈리지만 다양한 민의를 겸손하게 수용하는 일이야말로 사소한 옷 고르기와는 달리 유의원 자신 이외에 어느 누가 대신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것이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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