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에 의하면 인류는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을 거쳐 정보혁명의 시대를 살고 있으며 21세기는 이를 바탕으로 사회구조가 급속하게 재편될 것이라고 한다.
디지털화를 앞세운 정보화시대는 빠른 정보의 이동이 그 특징이다.
따라서 사회구성원들이 광범위한 정보를 손쉽게 공유하게 되고 정보의 고속도로를 선점한 계층의 의사가 급속도로 확산되어 사회의 가치형성에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와 같은 정보의 전달체계는 검증이 불필요할 때에는 빠른 정보전달이라는 순기능을 담당하게 되지만 검증이 필요한 경우에는 최초 정보전달자 스스로가 검증자가 되어 그의 의견이 마치 많은 다수의 의견처럼 전달되고 이것이 보편적으로 집약된 사회전체의 의사표현으로 포장되기 십상이다.


많은 세월동안 우리 사회는 기득권층의 정보독점으로 사회계층간 단절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였지만 정보화시대를 거치면서 정보를 공유하는 계층의 급격한 확대로 다수의 의견이 구체화되어 이른바 시민의식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우리사회에 이런 현상이 나타났던 해가 바로 지난해였다.
정보화라는 사회변화와 이를 응집하기에 적절한 일련의 사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세계를 감동시켰던 월드컵 4강과 붉은 악마의 신화가 그랬고, 의정부 여중생 참사에 대한 미군법정의 무죄평결에 대항하여 미국을 향해 성숙하지만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 그랬다.
또한 검찰 강력부 수사관들의 가혹행위로 숨진 피의자의 권리에 대한 관심이 그랬고, 국회에서 연거푸 부결된 총리서리 인준이 그랬고, 유례없는 수해를 슬기롭게 극복한 것이 그랬다.
하나의 동일한 목표를 지향할 때 우리사회는 올바른 길로 도도하게 물줄기를 틀면서 흘러왔고 우리 스스로도 이를 대견해 했다.
그러나 다수의 목표 중에서 선택의 문제에 봉착했을 때 우리사회의 시민의식은 검증절차 시스템에 커다란 오류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본질을 훼손하기도 하고 정제되지 않은 한 집단의 의견이 다른 집단을 인위적으로 압도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으며 그것이 마치 우리사회 주류의 의사인 것처럼 행세하기도 했다.
우리는 역사의 관리자이지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다.
따라서 역사 속에 우리의 의식을 담아 공동의 선한 목표를 향한 흐름을 형성할 책임이 있다.
대중의 선택이란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집약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사실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인민재판도 진리를 담고 있지 않은 대중영합의 한 형태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계미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에도 우리가 해결해야할 많은 현안들이 기다리고 있다.
북한 핵문제가 그렇고 초읽기에 들어간 미국의 이라크 공격도 우리에게 미치는 여파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특히, 북한의 핵문제는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기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북한이 체제유지라는 원초적 욕구를 위해 사생결단하고 대응하는가 하면 팍스 아메리카를 앞세운 초강대국 미국은 힘의 과시를 주저하지 않고 있어서 북한과 미국이 공감대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약이 바짝 오른 미국이 군사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징후는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해외의 경제변화가 즉각 국내경기에 반영되어 장기경제정책이 퇴색되고 단기 또는 초단기 정책으로 숨가쁘게 조정해야 하는 경제현실도 직시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 대다수의 의견을 올바르게 집약하는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다면 극심하게 남남갈등을 겪게 될 것이고 최적이 아닌 대안을 결론으로 제시하게 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다수의 의견을 집약하는 시스템이 천박한 시민의식을 도출해 내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우리사회 다수의 선한 의식을 시민의식으로 집약할 수 있다면 우리는 역사 위에 부끄럽지 않은 족적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계미년 새해, 올해에도 큰 욕심 내지 말자. 그저 긴 역사 속에 온전한 작은 벽돌 하나 쌓는 한 해가 되도록 하자.
(청주대학 교수, 대외협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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