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하면 권좌, 권부,대궐, 구중궁궐 등이 떠오른다. 그동안 수많은 대선주자들은 이곳을 부러워했으나 들어가면 권력장악의 성취감에 부정·부패·비리를 만끽한 듯하다. 민주화든 군부독재든 들어가면 국민과는 단절이다. 시스템자체도 그렇지만 지형적으로도 완전 단절공간이다.북악산과 경복궁이 앞뒤로 가로 막고 영빈관과 총리관저가 좌우로 가로막아 완전 고립무원의 폐쇄적 공간이다. 한마디로 서울 한복판 청와대는 고독한 섬이다. 500년의 구중궁궐뒤에 숨어버린 세계화시대의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집무실. 대낮에도 일반시민들이 청와대 앞길을 통행하려면 뒷골이 땡기는 음습한 지역이 아닌가. 청와대는 너무 크고, 너무 숨어 있고, 너무 비밀스럽다. 청와대 자체가 이미 군사독재와 제왕적 통치의 상징인 것이다. 민주주의 국운상승을 위해서는 청와대를 조속히 이전하는 것을 심각히 고려해야한다.

어떤 풍수전문가는 민족지도자 이승만대통령은 독재와 부정선거로 하야후 망명을 떠나고, 윤보선대통령은 혁명군쿠데타로 도중하차, 박정희대통령은 심복부하에게 암살당하고, 최규하대통령은 신군부쿠데타로 쫓겨나고, 전두환·노태우대통령은 부정축재로 감옥소로 갔고, 민주화의 상징인 김영삼·김대중대통령은 IMF사태, 그리고 아들들의 비리로 처참한 상황을 만들어 곤욕을 치렀는데 이것이 청와대터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연하게도 청와대는 그동안 군사정권이든 민주화정권이든 모든 대통령을 망가트렸다.
북악스카이웨이를 달리며 서울전경을 보려면 철책이 눈앞에 아른 거려 분단이 휴전선에만 있는 것이 아님을 절감하게 된다. 아직도 서울시 한복판이 이렇게 철통같은 방호와 경호로 되어 있음은 청와대가 과거 정통성이 약한 군사정권의 수구·반동·냉전·구세대 낡은 정치의 잔재임을 증명한다. 청와대주변은 무장공비를 막기위해 엄청난 공간을 철책으로 둘러싸 최전방의 냉전적 유물이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 34년전 68년 1·21사태로 청와대는 더욱더 경호가 살벌해졌다. 국민접근 금지구역으로 무소불위의 폐쇄적 공간으로 남아있어 열린 정치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34년동안 북한의 무장공비 청와대습격사건은 단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지금 인수위 하듯이 경호만 더 신경쓰면 정부청사도 대통령집무실로 행정수도이전까지 활용할 수 있고, 국고도 훨씬 줄일 수 있다. 청와대 내부배치를 바꾸면 나아지기는 하겠지만 이미 입성하면 노당선자 하에서 옮기기는 어려워 질 것이다. 그것은 현 위치의 청와대입성은 ‘국민이 대통령’이라는 민주적 구호와는 거리가 먼 듯해 보이기 때문이다. 들어가기 전에 불사용이나 이전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동안 청와대는 다분히 미국식이면서도 미국과는 달리 폐쇄적이고 오히려 더 권위적이었다. 땅덩어리가 우리에 50배이상되는 미국의 백악관도 산하나를 통채로 끼고 있지 않으며, 사방이 다 도로가 인접한 워싱턴 한복판에서 전세계 관광객이 항시 방문하고 있다. 이제는 청와대도 달라져야 한다. 봄·여름·가을·겨울로 대통령의 집이 친근하게 시민의 마음에 항상 와 있어야한다. 이제 구중궁궐 경복궁 뒤에 숨어있는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자. 시민의 광장으로 끌어내자. 그래서 북악산에서 남산을 바라보며 “야호”도 하고, 자유로이 산책과 등산도 하도록하여 아름다운 북악산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도록 하자. 북악산의 진달래와 철쭉을 시민이 즐길 수 없다면 우리는 낡은 정치를 청산할 수도 없을 것이다.
청남대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주민에게 돌려주자. 모든 것을 행정수도이전과 연결시키면 당분간 아무 것도 할 것이 없게된다. 청남대는 남북대처로 한반도위기시 한강이남 안전지역에 지휘부를 둔다는 전략적 차원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척에 계룡대가 있지않은가. 지금은 안보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일년에 한 두번 사용하려고 엄청난 분단의 공간을 연출하는 것은 노당선자의 정치철학과도 일맥상통하지 않다고 본다. 호수 한 켠, 그리고 산 하나를 대통령별장을 위해 묶어두는 사례는 과거 제정러시아 짜르시대에나 있을 법하다. 분단안의 분단이 바로 대청호주변에도 존재하고 있다. 청남대공간은 주민생업에 매우 소중한 지역이다.

이미 김대중대통령은 97년 선거공약으로 청남대폐쇄를 약속했었고, 노당선자는 청와대이전을 공약했다. 행정수도 이전을 통해 청와대 일원과 북한산 일대를 서울시민에게 되돌려줌으로써 서울 강북지역의 발전에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사실상 청와대축소·이전과 청남대폐쇄· 개방 문제는 노당선자가 하는 것이 제격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욕심도 없고, 서민적이며, ‘국민의 권력’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하루속히 청와대 뒷산을 오르내리고, 그리고 호반의 그윽한 정취속에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호연지기를 키우고, 주민이 생업에 종사하는 청남대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제 넷티즌, 노사모, 개혁정치모임, 그리고 시민단체는 ‘돈 먹는 하마 청와대이전과 청남대폐쇄’ 캠페인을 전개해 보자. 반드시 꿈은 이루어 진다.
(충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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