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쓰는 다소 거친 말이라서 언급하기가 뭣하긴 하지만, 현역병으로 군대에 갔다온 사람이면‘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거나‘×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라는 말을 잘 알 것이다.

좋게 해석하자면 전자는 세월이 가면 언젠가는 제대할 날이 올 거라는 졸병 시절의 염원의 표현이고, 후자는 고참들이 아무리 괴롭힌들 세월은 갈 것이고, 그러다 보면 자기도 고참이 되는 시절이 올 것이라는 희망의 표현으로 볼 수도 있다.

후자에 대한 다른 해석으로는, 개가 짖는 것과 기차가 철길을 달리는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건으로 보아, 누가 뭐라 하든 전혀 상관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마이동풍(馬耳東風)이나 우이독경(牛耳讀經)과 같은 의미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군대 용어를 화두로 꺼내는 이유는 요즘의 우리 사회가 이런 용어처럼 자조(自嘲)하는 듯한 분위기로 되어가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의 청와대는 21세기 국가 경영에 대한 희망적 담론보다는 언론과 논쟁하다가 급기야 대통령이 언론과 야당의원을 제소하는 유례 없는 일을 벌리고 있다. 또, 상생의 정치를 하기보다는 야당과는 이념 논쟁을 하는 쪽에 그 무게를 더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IMF 때보다도 더 어렵다는 작금의 경제 상황에서 어려움에 처한 곳의 민정을 살펴야 할 민정수석도 언론 오보에 대한 고소 사건에만 매달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이를 보는 국민들의 마음이 편할 리 없는 것이다.

민생은 뒷전 인 채 언론탓만

나라를 이끌어야 할 사람들이 정치보다는 언론과의 전쟁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국민의 여론이 어떻든 내 고집대로 하는 듯한 모양은 그야말로 ‘×개는 짖어도 기차는 간다’라는 모습이다.

노사분규로 문을 닫는 기업이 늘어나고 길거리 노숙자는 그 수가 줄지 않고 있는데, 대기업 노조는 내 몫 찾기에만 매달려 수적 우세를 앞세워 파업을 일삼고 있다.

지역 이기주의의 팽배로 국책사업이 흔들리고, 지연되고, 중단되고, 그 지역 주민들의 시위로 툭하면 고속도로가 점령되어 통행 객들이 애꿎게 애를 먹기도 한다.

일부 시민단체와 대학생들의 반미운동에 안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도 무엇하나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우리 국민들은 무척 불안하다.

정치, 경제, 교육, 치안 등 지금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 각계의 내 몫 찾기나 내 주장 관철하기 현상들에 대하여 국민들의 마음속에는 앞날에 대한 불안과 불확실성에서 오는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다.

지금 우리에게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할 정치 지도자는 없고 저잣거리의 필부들이나 다름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큰 문제이다.

국민의 꿈 키우는 정치래야

그래도 군대에서는 제대할 날에 대한 확실한 목표가 있어서 버티고 견뎌낸다고 하지만 지금 우리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버티고 견뎌낼 만한 어떤 확신이나 희망을 찾기가 어렵다는 사실이 더 큰 문제인 것이다.

현대아산의 정몽헌 회장의 자살도 추진하던 사업의 희망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희망이 사라져서 생기는 심리적 공황현상은 결국에는 사회불안의 큰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태로 갔을 때, 5년 뒤의 우리의 모습이 어떤 것일까 하는 곳에 이르러서는 모골이 소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멀리 달아나는 일본과 바짝 추격해오는 중국 사이에서 우리 산업과 경제는 동북아의 허브 국가가 되기는커녕 한낱 낙동강 알 신세가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가는가?’라는 말을 자꾸 되씹게 되는 요즘이다.

(서원대학교 수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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