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 전 일본의 톱스타 ‘미야자와 리에’는 자신의 누드 집 산타페를 내면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의 몸매를 사진으로 남겨 놓고 싶다’ 고 했다.
최근 우리 나라 여성 연예인들의 누드 촬영계획과 누드 사진 집 발간소식이 유행처럼 줄을 잇고 있는데 그 들의 누드촬영 이유도 하나같이 젊은 시절의 아름다움을 운운하고 있어 고소를 금할 수가 없다.
가일층 진보한 한 여배우는 올 누드를 공언하며 어느 연예인의 누드보다 파격적으로 찍을 것을 계약조건으로 내걸었다는 자랑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

셀프 누드도 등장하는 세태

이처럼 연예인들의 누드촬영이 갈수록 경쟁적인 자극으로 치닫는다면 누드촬영 붐의 끝에 과연 어떠한 파격이 기다리고 있을지 호기심보다 두려움이 앞선다.
여성 연예인은 물론 빙상 국가 대표선수 출신 등 남성 연예인들까지도 누드 촬영 대열에 오르고 있는 이유는 누드사진에 대한 사회 인식의 변화와 천문학적인 수익성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러한 분석을 재분석해보면 벗은 몸을 공개하는 것이 이제 사회적으로 하등 문제가 될 일이 아니니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인 아름다운 몸을 적극적으로 상품화하겠다는 의도가 드러난다.
연예인들의 누드 사진은 단순한 화보 집 발매를 넘어 인터넷이나 모바일 서비스 등의 수익공간을 통해 누드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누드 집 한 권을 제작하는데 영화 한 편의 제작비와 맞먹는 20억 정도의 돈이 투자된다니 산업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은 것이다.

평범한 일반인들까지 누드촬영에 합류하고 있으며 디지털카메라로 스스로 셀프누드를 찍은 뒤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에 올려 벗은 몸을 당당하게 공개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고 한다.
알몸촬영은커녕 사진 찍는 것 자체를 혼이 나간다하여 금기 시 했던 때가 불과 몇 십 년 전인데 오히려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벗은 사진을 공개한다는 사람들이 있으니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누드사진 공개에 대한 여론도 공공성을 훼손하거나 타인을 위해하는 수준이 아니라면 비난할 이유가 없다는 쪽으로 흐르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기제어에 대한 판단이 해이해지고 누드를 공개하는 사람들끼리의 경쟁심이 상승작용을 한다면 단순한 자기누드표현의 누드문화가 엉뚱한 방향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중 앞에서 알몸을 드러낸다는 것은 단순한 용기만이 필요한 행동은 아니다. 개인적인 것이건 사회적인 것이건 거기에는 분명 의미가 있으리라고 본다.

그 의미가 대중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때 행위 역시 가치가 있는 것이지 의미가 담기지 않은 비즈니스화한 누드사진이라면 누드의 당사자가 아무리 예술이라고 변명해도 그것은 일회성의 포르노사진에 불과한 것일 게다. 잡지 배니티 페어(Vanity Fair)의 표지사진으로 채택되어 전 세계 매스컴에 논란을 일으켰던 데미무어의 누드사진을 기억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평소 섹스어필한 전형적인 여배우의 이미지가 아닌 배부른 임산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던 데미무어의 누드는 모델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강렬하게 전해진 수작이었다.

육체 사진만으로 호평 못사

이 사진을 제작한 작가 애니 리버비츠는 예술의 본질을 낯익지 않은 새로운 사실이나 내용을 전달하기보다는 낯익은 사실을 낯설게 표현하는 것이라는 말을 했는데 데미무어의 누드사진 역시 익숙한 배우의 모습을 새로운 모습으로 재창조하여 기존의 이미지를 파괴함으로써 보통사람의 고정관념을 바꾸어 놓고 있다.

수 없이 발매되고 있는 여배우들의 누드사진 집이 호평을 얻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그들이 사진을 통해 자신의 자아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육체를 사진으로 찍어 전시하는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비판을 누드촬영에 임했던 모델이나 제작자 모두는 겸허이 받아 들여야 할 것이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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