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의 여러 기초자치단체들(인천 동구청, 전주시, 남원시, 부산 사하구, 오산시 등)이 상급자치단체의 종합감사를 정면으로 거부하여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충청북도의 경우 진천군에 대한 종합감사가 지난 12일부터 무기한 연기된 가운데, 올해 종합감사가 예정된 청주시를 비롯해 충주시, 단양군 등 3개 기초자치단체도 진천군과 보조를 맞추기로 해 원활한 진행이 어려울 전망이다.
또 일부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시의회와 연대,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어 이번 일이 자칫 충청북도와 기초자치단체 의회간의 마찰로 비화될 개연성까지 낳고 있다.

그럼 왜 감사를 거부하는 것일까· 공무원노조 관계자들은 그 근거를 현행 지방자치법 제158조의 내용 즉 “행자부장관과 시·도지사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에 관하여 보고를 받거나 서류, 장부 또는 회계를 감사할 수 있다.
이 감사는 법령위반사무에 한하여 실시한다”에 두고 있다. 또한 종합감사는 지방분권과 지방자치시대에 맞지 않고, 조사범위의 대상이 불명확한 대표적인 구시대 관행에 불과하다는 입장에서 거부를 하고 있다.
그들은 또한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감사가 ①감사원감사, ②행정부 종합감사, ③도 종합감사, ④부분감사, ⑤기강감사, ⑥지방의회행정사무감사, ⑦자체감사, ⑧ 각종평가 및 점검 등 중복되는 감사로 인하여 공무원들은 시민을 위한 행정을 하기보다는 감사를 받기 위한 조직으로 되어 버렸고, 실례로 감사기간이 년 100일이 넘고, 종합감사에 드는 비용이 약7억이 소요되는 모 자치단체의 분석이 있는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특히 종합감사는 그 동안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고 비리를 예방하는 차원의 감사가 아니라, 적발위주·건수위주·표적감사로서 기초자치단체 길들이기식 감사, 상급기관의 권위를 세우기 위한 군기 잡는 감사로 인식하고 있다.
반면에 충청북도에서는 지방자치법 제156조 “지자체에 위임된 사무는 주무장관과 시·도지사의 지도·감독을 받는다는 규정”과 지방자치법 158조의 단서조항인 “법령위반 사항”을 확인하기 위해서도 감사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이번 감사는 정당하다고 주장하며 감사강행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충청북도도 현재의 지방자치법이 규정하고 있는 내용이 모호한 것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감사범위와 대상에 대해서 진천군과 계속협상을 통해서 최선 안을 도출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감사와 관련된 문제의 원인은 상급자치단체의 무책임한 지방자치제도의 운영에서 찾을 수 있다.
사실 우리 나라에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된 지 약 10여년의 세월이 흘렀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관선시대식 행정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앙은 아직도 지방을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상명하복의 구시대적인 원칙을 고집하고 있고, 광역자치단체인 도 또한 자신들의 존립과 권위를 위해서 참여자치시대형 자치단체로 변모하지 못한 데에서 이 문제의 근본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분석이 감사무용론을 주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고 현 시대에 맞게 중앙과 지방간의 관계, 그리고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의 관계가 재정립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관계 하에서 지금 문제시 되고 있는 상하간 감사체제가 현 참여자치시대에 맞게 변모해야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럼 과연 어떻게 하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그것은 각층의 정부가 스스로 참여자치시대에 맞는 역할을 수행할 때 가능할 것이다. 중앙정부는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기초자치단들의 감사거부사태를 신중히 검토하고 문제점을 파악하여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 문제시되고 있는 지방자치법 제156조와 158조를 참여자치정부시대에 맞게 개정하고, 또한 중복감사의 원인이 되고 있는 다층복수감사체제를 단선감사체제로의 변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광역자치단체는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양적 감사를 지양하고 질적으로 감사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감사에 의한 통제보다는 교육과 홍보강화를 통해서 생산적이고 건전한 기초자치단체가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기초자치단체는 아직도 더 많은 감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무조건적인 감사거부보다는 먼저 현행 지방자치법 규정에 명시된 대로 위임사무와 법령위반사항에 대해서는 감사를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감사거부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먼저 행정과정을 투명하게 주민들에게 공개하고, 정책과정에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적극적으로 개발·도입하여 실천함으로서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성결대학교 교수·행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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