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근로자의 날이다. 근로자의 권익을 위한 노동운동은 18세기 영국에서 산업혁명의 진행과 함께 노동력이 산업자본으로 대체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시작되었다. 오늘날까지 영국에서조차도 노동운동이 사회적 불협화음 속에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 노사간의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짐작케 한다.
동시에 이런 역사적 경험은 합리성과 객관성이 결여된 노동운동은 사회발전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우리 나라는 초기 경제발전과정에서 자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풍부한 노동력에 크게 의존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노동부문이 국가의 경제와 사회 부문에 기여한 정도를 과소 평가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80년대 후반 사회전반의 의식이 제고되면서 노동자도 스스로의 몫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본격적인 노동운동이 전개되었다. 이러한 인식은 분명히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할 올바른 방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탄탄하게 형성된 기득권층과 힘에 부치는 대립을 해야했고 또한 단기간에 큰 성과를 얻어내야 했던 노동운동 핵심세력의 조급함은 과격성이나 제도로부터의 일탈로 이어졌지만 과거의 피해를 보상받는다는 사회적 분위기는 이런 행동과 방법을 어느 정도 묵인해 왔다.
참여정부의 출범이후 노동계와 경영계의 대리전 양상을 띄었던 두산중공업의 노사갈등 현장에 정부가 개입하여 노동자측에 유리한 해결방안을 제시했다고 받아들여지면서 사용자측은 춘투의 계절을 맞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친노동자적이라고 평가받는 참여정부 하에서 노동운동이 필요이상으로 탄력을 받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이다.
최근 철도파업에 대해서도 정부가 법과 원칙에 입각하여 대응하는가 했더니 결국은 민영화라는 철도부문 경영의 대전제를 무너뜨리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으로 전개되어 이번의 철도파업 해법은 노사간의 영역을 애매모호하게 만들고 말았다.
원만한 노사문제의 해법은 노사간의 안정적 관계설정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우리의 노동운동은 아직까지도 본질에 초점이 맞춰지기보다는 오히려 지난 20여 년 동안 노동운동의 주도세력들이 축적해온 신흥 기득권을 과격하고 미숙한 방법으로 지키려는데 더욱 비중을 두고 있다는 느낌이다. 왜냐하면 노사간 갈등의 현장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대립이 이런 요인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 기득권은 노동운동가들이 혐오하고 타도의 대상으로 삼아 사용자측에 도전할 수 있는 명분으로 삼았던 바로 그 기득권이다. 초기 노동운동의 대상은 주로 경직된 정치·경제구조를 바탕으로 한 공공부문과 기업부문이었다. 그래서 대응방법이 다소 경직되더라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지금은 우리 사회조직이 그래도 객관적이고 유연해졌다.
따라서 노동운동의 대응방법도 당연히 합리적으로 변해야 한다. 경직된 방법이 아니더라도 이제는 노동자가 의도하는 바를 표현할 수 있고 사회 전반에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지나친 행동은 노사관계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고 결과적으로 사용자측의 올바른 정책결정 방향을 혼란스럽게 해서 조직발전을 근본적으로 저해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준법정신을 바탕으로 한 합법적인 노동운동이 하루 빨리 자리잡아야 하고 탈법적 행위가 노동운동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적당히 무마되는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
그리고 조직에 대한 책임은 사용자뿐만 아니라 노동자에게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보수적인 조직에서는 비합리적인 노조활동의 폐해가 묻혀 버리기 쉽고 이런 형태의 조직파괴적 행동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서 서서히 조직의 집약된 힘을 약화시키게 된다.
강력한 노조의 힘을 바탕으로 조직경영의 일정한 몫으로 노조가 참여했던 미국의 한 항공사가 결국은 폐업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물론 정부도 노사관계의 균형을 잡아주고 일관된 정책을 수행해야 한다. 노사간 건전한 힘의 균형이 이루어야 한다는 사실은 맞다.
그리고 대화와 타협을 기조로 하는 사회통합적 노사관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도 맞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사가 수평적 관계를 유지해야 하며 수평적 관계를 원한다면 모두가 그렇게 행동해야 한다.
(청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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