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중 몸이나 마음의 불편을 느끼는 사람을 장애인이라 부른다. 지난날에 비해서는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나 배려가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들이 겪는 고통이나 불편을 덜어주고 도와줄 대책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지난해 충청권의 한 중소도시에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보건소장 임명에서 배제되는 사건이 있어 세간의 물의를 빚은 바가 있었다. 상당 기간의 논란 끝에 긍정적 결과로 이어지기는 했으나 아직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는 사례로 느껴진다.

장애인이 느끼는 고통과 불편의 형태,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그중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것은 ‘장애인이 배제되는 장애사회’인 것이다. 일반인과 다름없이 일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배제되는 일이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너무 많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장애인이 겪는 또 다른 불편의 하나는 사회의 제반 시설이 장애인의 편의를 배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각 대학이나 관공서 등에서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확충, 보완되고 있다는 기사가 눈길을 끄는 예가 없지는 않지만 만족할만한 수준은 결코 아니라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한결같이 예산타령을 하고 있지만 그게 구실이 될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따뜻한 온정과 관심을 갖는다면 그들의 삶의 질은 크게 달리질 수 있는 일이다.
한 대학에서 한 두 명의 학생을 위해 이제껏 없던 시설을 마련해 주었다고 학교 운영상 재정적 충격을 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지방자치단체가 엄청난 낭비적 요소를 조금만 줄여도 장애인을 위한 예산을 마련할 수 있다.
지난해 지하철을 타러 갔던 한 장애인이 리프트가 고장나는 바람에 한 사람은 죽고 한 사람은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해 충격을 안겨주었던 일이 있다.
평소 장애인이 어디를 오가는 이동을 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험과 불편은 없도록 해 주어야 한다. 역시 예산타령으로 명분을 세울 수 없는 관심과 배려의 대상이다. 비장애인은 장애인들의 행복추구권을 인정하는 것이 마음가짐의 기본을 이루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다. 따라서 장애인도 그런 혜택을 누릴 권리를 갖고 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환경을 만들어 줄 의무를 갖고 있다. 그 의무를 게을리 하는 단체장이나 행정관리, 비장애인이 아무런 부담이나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불감증을 치유해야 한다.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나 배려, 관심이 특별히 베풀어지는 것이 아니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로 아는 인식이 일반화돼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장애인 외에도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은 늘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정책이나 특혜로부터 소외되어 온 내력을 갖고 있다.
이제 그런 전근대적인 사고방식부터 고쳐 바로잡는 일이 긴요하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들이 불편이나 고통을 느낄 사회 시설들, 보도, 승강장, 계단, 지하도 등등 수없이 많은 곳들을 점검해 보아야 한다.
생각에 따라 의견을 달리 할 수도 있겠지만, 장애인을 직·간접으로 도운 공이 있다해서 ‘장애인의 날’에 관련자 그들만을 대대적으로 포상하는 일은 아무래도 석연치가 않다. 어떤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안대를 주어 앞못보는 사람의 불편을 체험하게 하는 행사를 가진 것도 역시 뭔가 장애인을 참여시키는 가운데 함께 갖는 어울림만 못한 게 아닌가 싶은 아쉬움도 남는 것은 인정과 참여의 중요성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는 장애인 시설이면서도 ‘비인가 시설’이라는 이유로 각종 혜택이나 지원, 관심으로부터 동떨어지게 배제되어 있는 사례를 흔히 본다. 그런 편견이나 불균형 감각을 갖고 있는 관리나 단체장 그도 바로 정신적 장애인이 아닐는지 돌아봐야 하겠다.

장애인이 진정 세상을 살아가는 데 느끼는 불편, 고통은 장애인을 철저히 배제하고 격리해 이 사회를 선택된 사람들만의 사회로 만들려는 사람들 때문임은 너무나 가슴아픈 일이다. 그뿐이 아니다.
장애인이 힘드는 또 다른 형태는 장애인 자신의 장애 때문이 아니라 함께 어울려 살려고 하지 않으면서 ‘돕기 운동’을 벌이자고 외치는 사람들 때문이기도 하다는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하겠다.
우선 장애인이 참여하는 사회를 만드는 일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덕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 그들은 크게 동정하거나 도우려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우선 자신들을 장애인으로 보지 않고 함께 어울려 주는 참여를 갈망하고 있다.
(birdie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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