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각종 모임의 송년회를 갖느라 저녁 일정이 매우 바빴던 성인세대는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해 보았을 것이다. 이렇게 먹고 마시고 흥청거리는 송년회보다 조금 색다르고 의미 있는 것은 없을까 하고 말이다. 반주를 포함한 식사로 1차, 노래방에서 2차, 그리고 입가심으로 3차를 가는 것이 일반화 된 일정일 것이다.
그런데 입가심으로 하는 3차의 맥주잔 안에 악마의 독약이 들어있다. 그것을 마시면 독기를 뿜어내며 호기와 객기를 부리게 된다. 그 호기와 객기가 어떤 방식으로 터져나올지 몰라 폭탄주라 이름지은 것일 게다. 알코올로 인간의 한계를 실험하는 일종의 테스트도 아닐진대 스스로를 실험대상으로 몰아간다. 또한 누가 더 센가를 시험하는 관문도 아닐진대 거기서 지면 큰일날 것인 양 꼬꾸라질 때까지 마셔댄다. 거기에서 패배하면 사회생활에서 패배하는 것마냥 엉뚱한 곳에 목숨을 걸고 마셔댄다. 그러다 보면 결국 누군가 떨어지게 되고 그러면 판이 깨져 흩어지고 그래야 모임이 일단락 지어진다.
이렇게 날을 잡아 망가지고자 하는 심리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선 일상에서의 탈피를 원하는 성인일 것이고, 그 탈피를 술의 힘을 빌어 무의식 속에 있는 것까지 끌어내고자 하는 것이다. 나 혼자만 망가지면 비밀스런 속알맹이까지 다 드러내 보인 것 같아 억울하고 창피하니 같이 망가지고 잊어버리려는 망각의 동류의식을 갖고자 함일게다. 나 혼자 미친 짓(망령된 것)하고 나면 손해볼 것이 분명하니, 아니 나의 잠재의식이 들통나 버릴테니, 서로 까놓고 서로 묵인하자는 것일진대 이러한 망령된 짓을 더 나이 들어 노인이 되어서 하면 그것을 두고 “치매”라 한다.
치매는 망각으로 인해 일어나는 병적 증상을 말하는데 우리는 이를 망령이라 불러왔다. 치매의 종류로는 알쯔하이머성 치매, 혈관성치매, 알코올성 치매가 주를 이룬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알코올성 치매가 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매우 당연한 일이고 우리의 음주문화가 이를 부추긴다. 술을 먹고 미친 짓 한 것을 다음날 모른다고 사과하면 웬만큼은 봐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같이 망가지려고 폭탄주를 마셔대는 것들이 훗날 치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과음은 성인병과 비만을 유발하고 따라서 이는 알코올성 치매 뿐아니라 고혈압 동맥경화와 관련 있는 혈관성치매에도 영향을 미친다. 고통과 슬픔을 잊으려고, 또는 화가 나서 먹는 ‘홧술’은 더욱 위험하다. 술먹은 다음날 필름이 끊겨 정말로 생각나지 않는 사람이 있어 그 횟수가 잦아지면 그것이야말로 알코올성치매의 지름길이다. 술의 힘을 빌어서 하는 망령된 짓이나 늙어서 하는 망령이나 그 맥락은 같은 것이다.
2026년이 되면 노인인구와 전 인구의 20%, 즉 인구 5명중 1명이 노인이 되고 만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아직 정확한 치매노인 숫자도 파악되고 있지 않다. 단지 현재 약 300여만 명의 65세이상 노인 중 10%인 30여만 명이 치매환자라고 추정하고 있는데 더욱 심각한 것은 50대의 치매환자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 치매환자가 는다는 것은 그만큼 노인부양비가 엄청나게 증가한다는 것이 된다. 따라서 치매는 가정파괴의 주범이 되고 결국 망국병의 원인이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최근 신년회 모임이 늘고 있다. 구정을 앞두고 또 다른 망년회를 하고 있는 셈이다. 부디 망년회가 ‘망령회’가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술로 인해 우리서로 망가지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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