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를 바라보는 긍정적 시각과 그에 따른 기대감은 자못 크다. 반면에 기존 정치관행에 비추어 다소 우려와 불안감으로 지켜보고자 하는 시선도 그에 못지 않다. 이번 대선의 결과를 놓고 향후 국정운영을 저울질할 여러 사회계층의 마음은 그만큼 부산할 듯 하다.
민주정치는 민의에 의존하고 그 민의는 표심의 향방에 따라 결정된다. 대선 결과를 놓고 환희나 아쉬움 속에 아직 취해있을 정치인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 그 눈과 귀는 냉정히 국정현실과 심층적 민의에 기울여야 한다. 소위 정치피드백을 통해 새롭게 변모해야 한다. 수권정당이든 패배정당이든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관련 정치인과 정당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대선 과정에서 산만해져 있는 민의를 다독거리는 일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그 일이야말로 주권자인 유권자에게 보이는 정치배려이며 서비스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정도정치의 기본이다. 여기서 특히 노당선자와 새 정부의 마음가짐은 매우 중요하다.

돌이켜보건대 이번 선거는 나름대로 보수와 진보, 정권유지와 정권교채,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간의 정치선호의 결과로 판가름되었다. 이 과정에서 노당선자의 승리는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얻어진 것이다. 또한 기성정치와 다른 젊고 새로운 정치표명 앞에 덜 권위적이며 탈엘리트주의로 어필하는 노당선자의 이미지, 그리고 이와 연관된 약간의 진보개혁적 성향을 기대하는 계층의 선택결과였다. 아닌게 아니라 그간 사회의 부정과 부패로 얼룩진 가치상실의 이러저러한 사건성 내용들은 기성정치세계의 수구적 결과로 여겨져 유권자들에게 변화필요성의 명분과 촉매가 되었다. 더욱이 미군장갑차사건과 SOFA개정을 둘러싼 반미기류속에 반사적 이익을 보았다는 세간의 이야기도 설득력이 없진 않다.
여기서 노당선자와 새 정부는 무엇보다도 향후 적실한 국정운영의 토대를 마련키 위해 먼저 정부출범 시 염두에 두어야 할 일이 있다. 참신하기 때문에 경솔할 수 있고, 덜 권위적이기 때문에 질서가 무시되며, 덜 엘리트적이기 때문에 극히 단순한 정책결정을 하지 않을까하는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대외적으로는 진보적일 것이라는 우려 속에 북핵문제처리와 교역 등 대북관계나 다양한 한미협약 및 공조관계에서 검증되지 않은 정치성향과 능력이 지적 받는다. 그래서 자칫 한반도에 평화위기나 명분 없는 비실리적 국제교류를 자초할지도 모른다는 의혹의 시선도 있다. 국내적으로는 정치개혁과 경제정의 재편 분위기 속에 사회전반의 체제긴장흐름의 파장을 염려하는 견해도 있다. 또한 선거공약 시 천명했던 정책내용이 현실적으로 실현불가능한데서 오는 정치신뢰성의 상실을 우려한다. 그리고 아직은 타 정당이 패배후유증으로 자기개혁성향을 보여 침묵하지만 언제라도 정치적 불협화음이 가중되어 국정운영에 심각한 혼란을 가져오지나 않을까 걱정하기도 한다.
결국 기대감과 우려 속에서 노당선자와 새 정부가 우선적으로 역점을 두어야 할 부분은 그간 정권획득에 격렬했던 정치에너지를 다른 곳에 전환하는 일이다. 먼저 향후의 국정운영에 행여나 우려와 궁금해하는 민의 심정을 헤아리는 노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최대한 폭넓게 이해와 협상과 설득으로 심리적 동조영역을 이끌어 내려는 실천의 수순을 밟아야 한다.
짜임새 있는 정부구성의 모습은 두 가지 축을 얼마나 잘 조화롭게 운용하느냐에 달려있다. 즉 대중적 정서(popular sentiment)와 체제능력(competence)을 기능적으로 잘 소화하여 국민들에게 적절한 서비스로 되돌려 주는 일이다. 그 소화력은 환호하는 집단, 적대감 있는 집단, 무관심한 집단에 두루 파고들려는 수고로움의 정도에 달려있다. 역대 한국정부의 잘못된 전통은 이러한 수고로움을 찾아 나서지 않았다는데 있다. 그 결과 정치는 정적과의 대립적 외길정치가 되었고 진정 민의를 품는 ‘더불어정치'가 아니었다.

실상 국민은 수 십 년간 정치현상에 지쳐있다. 이제 새 정부는 정치패러다임을 바꾸어 나가야 한다. 특정정당과의 힘 겨루기가 아니라 전체국민을 상대로 하며, 그 마음을 안심시키고 다독거림으로 정부탄생의 첫 행보를 삼아야 한다. 현실정치에서 수권자가 눈에 보이는 무엇인가를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나 추진전략보다 먼저 마음과 마음을 엮어내려는 감성정치가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인 듯하다. 이렇게 하는 새 정부의 첫 행보라야 말로 과거의 정치관행과는 다른 새로움에의 정치개혁이며 진짜 잘하는 정치이다. 그것이 바로 국정관리능력이니까.
향후 노당선자가 정권 초심으로 표명한 ‘국민을 대통령으로 여기는 정치’를 주시하고, 성의와 수고로움이 배인 신 정부의 정국운영변화를 요구하며 그 맛을 기대하고자 한다.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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