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연세대학교 100주년기념관에서는 재미있는 음악회가 있었다. 연세대학 남성합창단과 일본 큐우슈대학의 남성합창단의 협연이었다. 대학의 남성합창단이 아마츄어로써 얼마나 대단하랴. 그저 학예발표회 수준이리라 생각했건만 관객은 꽤 많이 모였었다.
일본 합창단원은 지휘자를 포함해 음악전공자가 아닌 순수 아마츄어로서 현재 대학 재학중인 학생으로부터 졸업한 50대 후반까지 50명이 넘는 인원이었다. 각자 바쁜 일상에서 노래라는 것을 통해 모인 사람들이었다. 시작하기에 앞서 일본 합창단 지휘자와 인사할 기회가 있었는데 각자 직장의 휴가를 받아 노래를 부르러 현해탄을 건너온 자들이었다. 그들의 표현대로 ‘노래에 미친 사람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3부로 나뉘어진 음악회는 1부에 연세대 합창곡, 2부에 일본합창단, 3부에는 함께 부르는 장으로 절정을 이루었다. 그런데 2부 공연이 이날의 관중들을 사로잡는 것이었다. 처음 몇곡은 일본어로 된 곡이고 우리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가곡이어서 멜로디만을 경청하느라 졸음이 몰려오는 순간 머리를 깨는 소리가 있었다.
갑자기 많이 듣던 곡조인 것은 물론이거니와 한국어로 된 약간 이상한 발음의 노래가 들려왔다. “모궁와 ~ 모궁와 ~ 우리나라 꽃~ 삼천리 강산에 우리나라 꽃~”하는 소리였다. 모궁와라는 발음이외엔 이상할 곳이 없었다. 그들이 너무나 진지하게 부르기에 관객들은 조용하기만 했다. 남의 나라 노래를 가사도 보지 않고 어찌 저리도 잘 부를까 하는 마음들이고 무궁화 발음에 약간은 아슬아슬한 기분마저 들었을 것이다. 곧 이어 보리밭까지 듣고 나니 관객은 이제 술렁이기 시작했다. 리듬에 맞춰 박수까지 치게 되었다. 이렇게 관객과 합창단이 흥에 겨워할 무렵 가수 한명이 앞으로 나오는데 북을 들고 있었다. 지휘자는 무대 윗단에서 내려와 북을 받더니 무대에 주저앉고 북채를 들어 북을 치기 시작했다. 갑자기 지휘자에서 고수가 되어 버린 셈이다. 완전히 관객을 사로잡은 무대가 시작되었다. “어얼씨구씨구 들어간다. 저얼씨구씨구 들어간다”라는 노래가 나오자 가수 한명이 “작년에 왔던 각설이”하면서 고수 앞으로 나오면서 뒷 합창단과 고수의 북소리에 맞춰 멋드러지게 타령을 불러댔다. 우리도 하기 어려운 각설이 타령의 긴긴 노래를 가곡식으로 편곡하여 불러 급기야 관객의 어깨를 흔들게 만들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이렇게 2부가 끝나고 3부가 되어 함께 부르는 무대는 100명이 넘는 합창단으로 무대가 무너져 내릴 것같은 웅대함이었다. 검정양복의 남성만으로 구성된 남성들 목소리의 하모니가 어떤 철벽도 무너뜨릴 것과 같은 무대였다. 더구나 이들이 함께 부른 노래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꽃이 무궁화이지 저희들(일본) 나라 꽃이 무궁화가 아니고, 우리의 소원이 통일이지 저희들 소원이 통일이 아니건만, 노래를 통해 순수하고 가슴뭉클한 뜻을 전달하고 있었으니 거기에 무슨 다른 뜻이 있겠는가.
과거의 역사를 돌아보건대 일본인을 좋아할 아무런 이유가 우리에겐 없다. 오직 미워할 이유밖에 없다. 그런데 이들 합창단을 통해 그 미움이 우정으로 변해갈 수 있었고 ‘죽일 일본놈’이 ‘일본 사람’으로 바뀌어 감을 알 수 있었다.
이렇듯 인간은 미묘한 감정의 동물인가 보다. 그런데 미국은 악감정의 불을 지피고 있다. 최근 미군의 장갑차 사건으로 ‘죽일 미국놈’이 늘어만 가고 있다. 미국의 오만함이 우리뿐 아니라 전세계 약소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미국에 기대어 살 때와는 다른 시국임에 틀림이 없는데도 말이다. 새해에는 빨리 통일이 되어 큰나라 되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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