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리는 젊은 세대에 대한 막연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고대 소크라테가 살았던 시대에도 젊은 세대에 대한 기성 세대들의 노파심은 있어왔다. 즉, 이들은 참을성이 없고 자기중심적이며 즉흥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타인의 대한 배려가 전혀 없고 자신이 속한 조직에 대한 헌신성도 떨어진다고 한다. 아울러 기성정치에 냉소적이며 자기들만의 세계에 몰입한다고 한다.
근대 사회를 열고 개발과 성장의 시대를 살아온 기성세대들은 이들이 보여주는 이러한 자기중심적인고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항상 근심어린 눈으로 바라 보며서 이들에게는 대단히 문제가 많다고 이야기 해왔다. 이들은 각종 선거에서 젊은 층의 투표율이 낮게 나타나는 것을 우려하며 도대체 요즘 젊은 사람들은 정치의식이 없다고 나무라기도 한다.

그런데 월드컵 이후 진행되어온 우리 사회의 변화는 기존의 패러다임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축구 국가 대표팀의 월드컵의 승리를 위해 백만이 넘는 인파들을 형성하여 도심에서 응원을 했고, 수십만이 넘는 젊은 사람들이 자신의 일과는 별로 상관없는 특정 정치인에 대해 인기 연예인에게나 있을 법한 자발적인 팬클럽을 결성해서 후원과 지지를 했고, 신효순, 심미선 여중생의 장갑차 압사 혐의로 기소된 미군들이 무죄판결을 받은 이후 20대 후반의 한 네티즌의 글이 기폭제가 되어 불과 3일 만에 촛불시위의 형태로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게 되는 현상을 보여주었다.
이들이 최근에 보여준 이러한 ‘힘’은 기존 정당이나 시민단체처럼 특정 단체나 조직이라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칠 만큼 대단히 강력한 것이다. 이제 이들은 통합적이고 특정한 이념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결정적인 시기에 사회적인 여론을 환기시키고 변화를 촉발해내는 새로운 사회적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주류’는 여론을 만들어 내고 확대 재생산할 수 있는 능력과 수단을 지닌 계층이었다. 소수의 권력층과 거대언론의 논객들, 보수언론을 통해 사회적 명망을 쌓아가는 국외유학파 학자 등이 그들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맞춰 자신들의 의견을 ‘여론’으로 포장해 내보냈고, 한 방향 교육과 전체주의적 권위에 익숙한 일반인들은 이를 그대로 자신들의 생각으로 받아들였다. 소수의 ‘주류’가 다수의 ‘주류 추종자’들을 양산해내는 체제였던 것이다. 이전까지 기득권층이 아닌 일반서민들이 보수정당에 더 많은 지지를 보낸 것도 이런 원리가 작동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번 16대 대통령선거의 20, 30세대 유권자는 전체유권자 3천5백 만 명의 48.3%인 1천 6백 십만 명에 달했다. 과거의 질서 및 대세론을 존중한 세력과 새로운 질서를 요구하며 틀의 변화를 추구한 세력이 대통령 선거라는 ‘공간’을 통해 충돌했고, 새로운 것을 요구한 세력이 극적인 한판승을 거둔 것이다.
20, 30대의 투표율이 낮기에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시각은 그들이 왜 투표를 거부하는 의사표현방식을 선택했는가를 주목해야 한다. 이들의 정치적 무관심은 기존 정치판에 대한 비판과 거부라는 암묵적 동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번 대선을 세대간의 대결 양상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단지 48.3%라는 과반수에 육박하는 숫자 때문만은 아니다. 인터넷이라는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을 향유하는 주체인가, 객체인가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이와 같이 진행된 일련의 현상들을 바라보면서 인터넷은 이제 사회변화를 만들어 내는 보조적 수단이 아니고 사회변화의 새로운 중심 그 자체이며, 이들 주도하고 있는 젊은 세대들은 과거 권위주의적 관점을 벗어나 스스로 자유롭고 자율적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조건들을 재구성해 나가는 주체가 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으로 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은 사이버 공간을 자신의 의견만을 개진하는 토론 및 공론 형성의 장으로만 활용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현실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각종 방법들을 스스로 고민하면서 만들어 내고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끝으로 이번 16대 대선에서 나타났던 20, 30대의 세대혁명 속에서 분명히 해 두어야 할 것은 20, 30대의 약 3분의 1(20대 31.7%, 30대 33.9%)이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고, 50대 이상의 39.8%가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다는 사실이다. 이번 선거 결과 나타난 변화와 안정이라는 세대 대결은 결코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20, 30대가 단순 투표자에서 적극 참여자로 변해 세대 대결이 도드라져 보였던 것이다. (충북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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