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를 비관하여 동반자살을 하거나, 불화로 가족 간 삭일 수 없는 분노의 불길을 태워 불행을 자초하는 사례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부모가 자식을, 자식이 부모를, 아내가 남편을,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뿐이 아니다. 사회에 만연하는 위기 상황은 여러 종류를 들 수 있으나 가족윤리 또한 이렇게 심각한 실정이다. 이제 부부간, 부자간, 형제간, 고부간, 기타 가족 간에 불어닥치는 위기는 사회의 총체적 위난으로 대두되고 있다. 인간생활에 있어서 기초단위로서 가정, 가족이 해체되거나 균열로 파괴되는 한계상황에 이른 느낌이 든다.

이런 사회의, 가정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새로운 가족윤리의 형성이 시급하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시급한 새 가족윤리 형성의 방향을 논의해 보고자 한다.
첫째, 새로운 가족 윤리형성의 기본 방향은 우선 먼저 가족 간 감정과 지성의 조화를 말할 수 있겠다. 우리의 전통윤리에 있어서 특정한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정신의 바탕에는 나에게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위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으며 혈연 또는 지연 등으로 가까운 사람이란 정리의 유대가 두터운 사람들이다. 그래서 개인주의적이고 합리주의적 성향이 강한 사람을 우리의 전통사회에서는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가족주의적 친애의 정에 심리적 기반을 둔 전통적 윤리의 힘만으로는 복잡하고 거대한 현대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어렵게 되었다. 전통적 감정과 새로운 이성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둘째, 오래인 전통적 집단의식과 현대인의 자아의식의 조화를 도모해야 한다. 우리의 전통윤리는 본래 가족적 소규모사회에 적합한 규범으로서 형성된 것이었다. 전통적 가족윤리는 본래 가족 또는 가문이 곧 나인 것으로 의식하는 집단적 자아의식에 바탕을 둔 혈연과 농토에 묶인 닫힌 폐쇄적 사회를 바탕, 배경으로 형성된 것이었다. 따라서 그것이 오늘날 개인적 자아의식이 강한 현대인의 심리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현실감각에 맞게 재조정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인 것이다.
셋째, 새로운 가족 제도, 가족 윤리를 정립함에 있어서 유의할 또 다른 사항은 비민주적 요소의 제거이다. 민주사회가 원만히 실현되기 위해서는 국민 각자가 민주적 사고방식과 민주적 행동양식에 익숙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민주적 환경 속에서 민주적 교육을 받아가며 성장해야 한다. 그래서 수직적 인간관계, 권위주의적 사고방식, 남녀불평등, 성도덕문제, 음주흡연문제 등을 원만하게 극복하는 지혜를 발휘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원래 산업사회란 그야말로 종전의 농업사회에 비해 문제가 많은 사회인 것이다. 이를 인정하고 그 문제점을 최소화하거나 극복하는 일에 우리가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총체적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넷째, 우리가 이런 상황에서 확실하게 정립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은 동등한 인간관계를 지향하는 일이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통적 가정윤리는 국민의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며, 같은 성씨끼리 모여서 취락을 형성하고 살던 전통사회에 있어서는 대체로 적합한 사회규범으로서의 구실을 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한국은 이미 민족중심의 농경사회가 아니며, 공업과 도시화로 상징되는 산업사회 아니 지식. 정보화 사회로 발빠른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다섯째, 우리 모두는 급변하는 사회상을 바로 보아야 한다. 우리가 사는 이 사회는 지난날과는 아주, 전혀 다른 변모되었고, 이 순간에도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 사회이다. 보수적 사고나 완고한 사고, 고집스러운 시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주변에서 자연스레 연출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지난날 금과옥조로 여겨오던 유교적 가족주의 윤리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사회적 갈등 내지 문제에 부딪치고 있으며, 또 서구문명이 수용되는 과정에서 차이점이 큰 현대적 윤리의식도 이미 우리 마음 속에 상당히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이의 조화가 긴요한 실정이다.
끝으로 새로운 가족윤리의 근본 바탕은 ‘사랑’에 있음을 재확인하여야 한다. 동서고금, 세계 어느 곳에서나 인간관계 정립의 바탕은 바로 ‘사랑’에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랑이 없는 인간관계, 윤리의식은 허구일 수밖에 없다. 그런 인간관계는 이해득실에 따라 이합집산이 이루어지는 하등동물의 세계일 수밖에 없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새로운 가족 윤리를 확립하지 못하면 ‘인간이 인간에게 늑대가 되는’ 암울한 ‘동물의 세계’ 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윤리관을 확립하는 일이 불행을 막을 시급한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개인은 갈등과 파탄을 면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을 바로 알아야 할 때로 여겨진다.
사랑이 넘치는 가족관계의 수립, 새로운 가족윤리의 확립 그것은 바로 행복의 근원이 될 것임을 바로 알아야 하겠다. 지방자치단체는 그런 생활환경 조성에 한층 힘써 나가야 한다.

(충북여성민주연대대표·정치학박사)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