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오송국제바이오엑스포’가 9 월 25 일에서 10 월 24 일까지, 청주시 주중동, 밀레니엄 타운에서 개최되고 있다. ‘생명속의 생명’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엑스포는, 30 일 동안, 바이오 기술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대국민교육의 장으로써, 그리고, ‘오송생명과학단지’의 성공적 조성을 위한 국내외 홍보의 일환으로 계속된다. 충청북도가 바이오산업의 메카이며, 한국의 미래 바이오과학을 선도할 것이라는 이념을 표시하고 있다.

개장 14일째인 8일 현재, 관람객 수가 35만7천명을 돌파하고 있다. 당초 예상은 45만명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추세로 보면 70만 명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돼 성공적인 행사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몇 가지 생각해 볼 점도 있다.

우선 그 이름이 말하고 있는, ‘2002 오송국제바이오엑스포’는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오송’에서 개최되는 것으로 알 것이다. 엑스포의 개최지명이 ‘오송’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송’은 청주시와 조치원 사이에 있다. 무조건 이름만 보고 ‘오송’으로 향하다 낭패를 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개최명도 플라카트나 팜플렛마다 각기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오송국제바이오엑스포’, ‘2002 오송국제바이오엑스포’, ‘ 바이오엑스포’ 등 다양한 표현이다. 더구나 한글로 표기된 이름의 뜻을 가진 영문 표기는 적절치 않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한 가지로 통일되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문자의 혼란은 개념의 혼란이며, 그것은 인식의 혼란을 가져온다.

인간은 개념을 사용하여 인식에 도달한다. ‘생명체 이야기’ 중에, “생명은 기적적으로 탄생했습니다”라는 글귀가 있는 데, 그것은 과학이 기적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적절한 기술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생명은 우연히 태어난 것이다.

또한 ‘모든 생물은 하나의 수정란에서 처음 시작되어’라는 표현이나, “1250만 종이 함께 살아요”라는 글귀가 ‘생명의 다양성’ 가운데 쓰여 있는데, 이와 같은 말은 잘못되었거나, 혹은 단순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생물이 수정란에서 처음 시작된 것은 아니고, 아직도 지구상에는 박테리아나 곰팡이들이 살고 있는데, 박테리아는 35억 년 전에도 지구상에 살았던 생물이다. 따라서 최초의 생명체는 박테리아들이었다.

윌슨에 의하면, “비록 약 140만 종의 생물이 밝혀졌지만 지구에 생존하는 전체 종 수는 1,000만에서 1억 종 사이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생물학의 99 % 이상이 알려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만물의 영장으로 태어난 인간은 너무도 소중한 우주의 중심이다”라고 ‘의약관’에 쓰여져 있다.

이와 같은 말은 고전적 이야기에 불과하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닌 것처럼, 인간 역시 우주의 중심이 아닐 뿐만 아니라, 연약하고 보잘 것 없는 존재자라는 사실을 현대과학은 말하고 있다.

인류는 자연의 일부로 다른 종들 사이에서 진화한 하나의 종이며, 생명을 지탱하여 주는 층은 일단의 미생물과, 거의가 무명인 미세한 동물들과 더불어 녹색식물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 아니라, 오히려 만물에 의존하는 동물인 것이다.

인간의 노력에 의하여 ‘인간 게놈지도’가 내년 4 월쯤이면 완성된다 한다. 그리고 5 년 이내에 ‘유전자신약’이 개발될 것이다. 인간은 염기 30억 개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종별, 민족별의 게놈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암과 심장병 등 각종 질환의 처방, 치료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120 살까지 살 수 있는 시대가 찾아올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

그러나 삶을 고무줄 같이 연장만 하는 것이 좋은 일은 아니며, 산다는 사실조차 모르거나, 혹은 행복하지 않은 삶은 의미없는 것이다. 한국은 우수한 반도체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바이오기술과 접목되면, 값 싸고 정확성이 높은 ‘유전자칩’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바이오 연구에는 막대한 돈과 수많은 연구 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우수한 연구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게놈관련 국제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2002 오송국제바이오엑스포’가 명실상부한 행사로 성공하고, 충청북도가 바이오산업의 메카가 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의 투자와 연구 인력의 확보가 선결과제인 것이다. 이를 위해서 충청북도는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한다.

현재 우리 나라 바이오 연구인력은 미국의 3 %에 불과하며, 정부의 바이오 투자비는 4,500억 원으로, 미국의 바이오 벤처인 ‘암젠’ 1 개 기업이 지출하는 연구 개발비 8억 달라에도 미치지 못한다. 인간은 자연과 환경 없이는 살 수 없다.

이와 같은 사실을 이번 엑스포를 통하여 깨닫게 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디움이 일찍이 말한 것처럼 “결국 우리는 우리가 배운 것만을 이해하고, 우리가 이해하는 것만을 좋아하고, 우리가 좋아하는 것만을 보호하게 될 것이다”. 만약 디움의 말이 사실이라면, 미래의 인간 생존은 불확실하게 될 것이다.

/ 충북대 교수·시인·이학박사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