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는 비 수도권 지역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지역에서의 공장총량제 완화, ‘산업집적활성화법’에 의한 각종 첨단산업시설의 입지 허용, 수도권내 2-3개의 또 다른 신도시 건설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와 같은 일련의 내용을 접하면서 정부는 수도권 집중완화 및 지역균형개발에 대한 더 이상 정책적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얼마 전 발표된 수도권내 신도시건설 내용은 종합적인 신도시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배제한 채, 단지 서울지역의 폭등하는 아파트 값을 진정시켜 보겠다는 차원에서 주택공급논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발표 안이 실현될 경우, 서울의 교통혼잡 가중은 물론 수도권 집중문제 또한 한층 심화될 것이 분명하다.

비록 ‘선거용 발언’이라는 측면이 없지않지만 민주당의 노무현 대선후보는 지난 30일 “한계에 부딪힌 수도권 집중억제와 낙후된 지역경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충청권에 행정수도를 건설, 청와대와 중앙부처부터 옮겨 가겠다”고 공언했다.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후보도 지난 1일 “정부가 지방경제와 지역균형개발에 앞장서기 위해 일부 중앙부처 및 공공기관·공기업·정부산하단체·국립공립대학 등의 지방이전을 적극추진하고 관련 민간기업이 뒤따라 이전하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올 대선후보들도 수도권 집중폐해를 절감, 이를 시정해보겠다는 얘기다.
따라서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도시개발은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한 토대 위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

첫째, 신도시 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균형을 실현하는 것이다. 전국 인구의 45.9%, 외국기업의 75%, 금융자본의 66%, 공공기관의 88%가 수도권에 집중해 있는 상황에서 전국의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수도권의 집중을 억제하고 획기적인 지역균형발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강력한 욕구가 대두되고 있는 시점이다.

그러나 국토의 균형발전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쑥 발표된 수도권 중심의 신도시 계획은 재고되어야 마땅하다.

둘째, 신도시는 모도시(母都市)로부터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입지하여야 한다. 서울의 과밀문제와 신도시의 지가앙등, 주택에 대한 투기문제 등을 고려할 때 더욱 그러하다. 정부의 계획안대로 수도권 남부지역 30∼40㎞내에 신도시를 건설한다면 안양, 의왕, 수원, 성남 등의 도시간 경계가 사라지고 거대 연담도시권(conurbation city)을 형성할 것이 자명하다.

이럴 경우 수도권 남부지역에서의 심각한 교통체증 및 환경문제가 야기될 것으로 전망되며 향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막대한 사회적 기회비용이 소요될 것이다. 우리는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런던 대도시 지역의 인구분산에 대응하기 위해 시내에서 72㎞나 떨어진 밀턴 케인즈(2,660만평)에 자족적인 신도시를 건설한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째, 신도시는 도시 자체의 자족성을 확보하여야 한다. 기존 모도시의 인구와 산업의 분산입주를 목적으로 하는 신도시는 도시자체의 자족성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서울의 직접 통근권에 있는 경기도 판교 신도시를 비롯하여 현재 계획중인 수도권 남부지역의 신도시는 자족도시가 아닌 서울의존형의 신도시로 개발될 가능성이 많다. 신도시의 경제활성화를 위한 산업의 입지기반이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거나 잠재력이 있는 지역만이 장기적으로 자족성을 이룰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신도시 정책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수도권의 주택정책은 수도권의 주택수요에 공급이 따라가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수도권에 부족한 주택의 공급은 수도권에로의 새로운 집중을 유도하여 다시 주택수요가 생기는 악순환이 오늘날의 수도권 문제를 만들었다.

정부가 수도권 과밀화의 해소를 위한 정책을 수행할 의지가 정말 있다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수도권의 택지를 근본적으로 줄이는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수도권의 기능을 보완하는 신도시가 아닌 수도권의 일부기능을 분담하는 신도시가 되어야 한다.

국토는 종종 인간의 몸체에 비유된다. 인체의 각 부분은 각각의 기능과 형상이 다르며 그들이 건강하고 균형 있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혈액과 영양분이 한 곳으로만 집중되어서는 안 된다. 수도권 집중이 적정수준을 넘어 구조자체가 비정상적으로 고착되어가고 있다. 중증 비만증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획기적인 다이어트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 충북개발연구원·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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