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 실시와 공무원 직장협의회 출범 등으로 국회의 국정감사기능에 제동이 걸리려 하고 있다. 관선시대에 위풍을 떨쳤던 “내죄는 네가 알렸다!”식의 ‘무소불위 국회국정감사’에 강력한 도전이 점증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의회와 공무원 직장협의회 등이 지자체 고유사무에 대한 국정감사를 반대하고 있는가 하면 국정감사의 탄력적 운영을 강도 높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와 공무원 직장협의회의 국회국정감사에 대한 거부 반응은 해가 갈수록 거세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국정감사의 제도적 개선책 마련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충북등은 수해로 이번에 제외 됐지만 오는 18일부터 실시되는 국회 국정감사는 헌법상의 권한이다.

행정부, 사법부등에 대한 입법부의 강력한 견제 수단인 국회의 국정감사 조사권은 국회가 국정을 감사하거나 특정한 국가사안에 대하여 조사할 수 있으며 이에 필요한 서류의 제출 또는 증인의 출석과 증언이나 의견의 진술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이 정하고 있는 국정감사의 대상은 ①정부조직법 기타 법률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 ②지방자치단체 중 특별시·광역시·도 (다만 그 고유업무에 관하여는 지방의회가 구성되어 자치적으로 감사업무를 시행할 때까지에 한한다.) ③정부투자기관 관리기본법 제2조의 규정에 의한 정부투자기관, 한국은행, 농·수·축협등 조합중앙회, ④위의 ①내지②외의 지방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감사원법에 의한 감사원의 감사대상기관 (다만 이경우 본회의가 특히 필요하다고 의결한 경우에 한한다.)등이다.

이같은 국회의 국정감사에 대해 감사대상인 전국지자체는 지자체고유사무의 국감배제 등 개선책을 건의한바 있고(전국시도지사협의회) 시도 공무원 직장협의회는 지난해의 침묵시위 등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실력대응에 나서는 한편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7조 2항 위반 이유로 지난 13일 박관용 국회의장을 직권남용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최근 지방의회의 국정감사 시정 요구는 곳곳에서 이어 지고 있는데 그 예로 경기도의회는 지난 12일 임시회 본회의에서 국회의 국정 감사제도 개선요구를 의결했다. 도의회는 이 결의문에서 국회가 지방자치 단체의 국가위임사무만 감사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구분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지자체 고유 사무까지 감사, 인력 및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의회는 이어 국감을 폐지하고 지방의회에서 전담하도록 조속히 관계법령을 개정하되, 법령개정전 국감은 실시해야 할 경우에는 정부의 위임사무에 대해서만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경기도의회의 이러한 주장은 다른 시도 의회의 견해와 다를 바 없다.

오는 9월 2일 수감예정인 충남도교육청 직장협의회도 지방자치의 고유업무에 대한 국감은 분명 국회의 월권행위인 만큼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거부의 당위성을 알리고 국감당일 청사정문에서 국회의원들의 출입을 막겠다는 각오여서 물리적 충돌위험성이 없지 않다 하겠다.

중앙부처 공무원직장협의회 연합은 지난 13일 ‘국정감사 및 정기국회에 대한 협의회 연합의 입장’이란 성명을 발표, 이제는 연중 국회가 열려 수시로 국정을 감사할 수 있기 때문에 정기국회 기간에 별도의 국정감사를 실시하고 과다한 자료를 요구하는 것들은 낭비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국감거부움직임에 대한 국회의 대응자세는 강경하다.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20∼50%대에 머물러 있어 주요사업의 대부분을 중앙정부의 예산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를 감사하지 말라는 것은 국회의 감사권을 거부하는 초법적 발상이라고 성토하면서 지자체가 실력행사로 나올 경우 정부예산심의과정에서 지자체에 대한 국고지원을 결정적으로 제약할 수 밖에 없다는 ‘응전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합리적 해법은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이 국정감사관련법을 개정하여 국가위임사무와 지자체 고유사무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급선무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지자체 고유사무에대한 지방의회의 감사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어 국감의 필요성이 제기되지 않을 정도가 아닌한 국감에 대한 국민들의 긍정적 정서는 가셔지지 않을 것이다. 지방의회가 집행기관과 유착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하나마나한 지방의회감사’가 계속된다면 지자체등의 국감거부 명분은 상실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지자체의 예산 구성과 관련, 지자체 고유사무와 국가위임사무의 구분이 용이하지 않아 국감을 계속해야하는 현실적 당위성이 인정된다해도 ‘정치적감사’나 ‘낭비성감사’등의 국감행태는 조속히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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