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지방자치단체장은 물론 연임 단체장도 변화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선거공약을 지키고 ‘히딩크 식’ 리더쉽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공직자의 행정업무 수행상의 비효율성을 바로 잡는 일이 중요하다. 무난이 능사가 아니다. 조직의 구조조정이 잘 되어 있어도 행정업무가 비효율적으로 처리되면 조직혁신의 효과는 반감된다. 업무처리과정의 비효율이 발생하는 원인부터 살펴본다.

시대가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직에서는 우선 문제해결 그 자체보다 형식과 절차를 중시하는 관리 지향적 경향 때문에 비효율의 문제가 발생한다. 군대식 제식행렬처럼 엄격하게 형식에 치우친 행사가 많다. 또 행정업무처리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비효율적인데 이는 공직자 불신에 기초하여 행정업무를 설계하는데서 오는 결과이다. 부정이나 오류를 염려하여 이중 삼중 안정장치를 하는 결과이다.

또, 보고업무가 지나치게 과다하여 고유업무가 뒤로 밀리고 있다. 시·군의 자치행정과(내무과), 건설과, 민방위과에서 각각 하부기관에 수해실태 보고를 강요하는 사례를 들 수 있다. 단위 부서 간 자료(정보)가 공유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급관서의 많은 지시공문도 문제다. 대통령, 총리, 장관, 도지사, 시장, 구청장 등등 상급기관에 제출되는 정기, 수시 보고 ,실적보고, 현황보고 등이 너무 많다.

나아가서, 행정업무처리상 결제단계가 대부분 5~7단계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중간단계에 있는 공직자는 내용을 형식적으로 파악하고, 문서로 남겨야하기 때문에 결재문의 자구, 모양, 맞춤법 등에 집착하는 경향도 갖고 있다. 형식적으로 작성하는 대장, 일지 종류가 지나치게 많고, 각종 감사가 업무 성과나 효율성을 중시하기보다는 규정대로 대장, 일지를 작성해 비치했는지를 점검하곤 한다.

공직의 속성은 또 업무와 관련해 말썽이 없기를 선호한다. 창의를 추구하는 자는 질시를 받고 전체 분위기는 무사안일로 틀이 잡히게 된다. 그래서 주먹구구식 행정, 통밥 행정, 감에 의한 행정, 눈치 행정, 해바라기 행정, 구호 행정, 전시 행정, 요령 행정, 안면 행정, 삼무(무책임, 무소신, 무기력) 행정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신임 지방자치단체장은 이런 상황을 극복, 개선, 개혁하기 위하여 다음 몇 가지사항의 이행에 철저를 기하여야 할 것이다.
첫째, 업무처리과정의 효율화를 위한 발상의 전환을 유도하여야 한다. 개선 개혁은 윗선의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각자의 위치에서 효율화, 합리화를 추구하는 기풍을 진작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둘째, 행정 지시 보고업무의 양을 줄여주어야 한다. 지난날 횡행했던 ,알뜰 살림 추진 실적보고, 행락질서 상황보고, 이웃돕기 상황실적 보고 등과 같은 불요불급한 사항은 폐지해도 문제가 될 게 없을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내부 업무추진에서도 역시 같다.

셋째, 업무처리 절차를 간소화하여야 한다. 시대 감각에 맞게 정보통신기술을 지혜롭게 활용하는 것도 한 수단이 될 것이다. 줄여도 되는 절차를 굳이 고집하지 말고 업무처리 방식의 단순화, 간소화를 도모하여야 한다.

넷째, 신속한 결재체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결재체계의 전산화. 기안 전 내용에 대한 정보공유 등이 필요하고, 단독결재, 전결규정 등의 폭을 넓혀야 한다. 기업에서 벤치마킹 하면 좋을 것이다.

다섯째, 문서관리 방식이 개선되어야 한다. 문서의 개인별 관리보다는 부서 중심의 집중관리가 필요하다. 문서의 보존, 보관 중심에서 파일을 업무체계와 연계시켜 보관, 관리하여야 한다.

여섯째, 업무추진 환경의 개선이 긴요하다. 현실의 행정은 문제해결적, 연구지향적, 지식사회형이다. 과거에는 발로 뛰는 행정이어서 육체적 노력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두뇌가 활용되고 정보가 중요한 자원이 되기 때문에 이에 맞는 업무추진 환경이 공직자에게 주어져야 한다. 컴퓨터가 있어야 하고 연구분위기가 제공되고 학습의 기회가 부여되어야 한다.

일곱째, 행정업무 추진 정보가 공유되어야 한다. 부서별로 사무진단을 실시하여 숨겨진 업무 구조를 드러내 놓고, 많은 업무에 대해 비판적 점검을 하고, 효율화의 여지, 방향을 찾는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신임 지방자치단체장은 합리적 목적이나 효율적 근거를 찾을 수 없는 행정업무는 과감히 폐지하고, 법령이나 조례상 그러기가 어려운 행정업무는 업무처리 방법, 방식이라도 개선하여 행정의 비효율을 개선해 나가는 노력을 경주하여야 할 것이다.

/ 청주대학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birdie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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