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유신! 100억불 수출! 1천불 소득!’이라는 거창한 구호가 학교 건물에 걸려 있던 유신시대의 학교 교육은 매우 엄격하였다.

아직도 그 때의 교육방식을 그리워하는 ‘보수적’인 교육자가 없지 않은 가운데 충북교육계의 거목(巨木)이셨던 고(故) 이두호(李斗鎬) 선생이 내걸었던 교육목표가 지금도 기억에 새롭다.
“너와 더불어 내가 있고, 가족과 더불어 내가 있고, 사회와 더불어 내가 있고, 겨레와 더불어 내가 있다”
이른바 ‘더불어 사는’ 교육이다.

‘더불어 산다’는 것은 물론 나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남을 생각하며 사는 것을 의미한다.

어차피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혼자서는 살 수 없음이 분명한데도 새삼스럽게 ‘더불어 사는 교육’을 이야기하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충북 출신으로 현재 일본 후쿠오카 한국총영사관에 재직 중인 이남교씨는 최근 펴낸 한 저서에서 일본과 우리나라 교육의 근본적인 차이를 지적하고 있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착한 어린이’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교육 목표였다. 그러나 일본은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어린이’로 기르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교육목표라고 한다.
이건 사회성과 공동체 의식을 키워주는 것이다. 그리하여 자기보다 남을 의식하고 타인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습관이 몸에 배게 되고, 부부간에도 예의바르게 행동한다.

일본인은 겉마음과 속마음이 같지 않다 해서 혼네(本音)와 타테마에(立前)라는 표현도 있긴 하나 어쨌든 일본인은 근본적으로 주변과 남을 배려하는 의식이 있는 건 분명하다.
내가 모르는 남에게는 아무렇게나 하는 나라가 한국이라면 어떻게든 남에게 폐가 되어서는 안 되는 나라가 일본이다.

한국은 정(情)의 나라이고 일본은 지(知)의 나라라고 한다. 한국의 효(孝)는 정(情)에서부터 출발하고 그 바탕에는 사랑이 있다.
반면 타인을 배려하는 일본의 사회성은 사리판단의 논리를 바탕으로 하는 지(知)에서부터 출발하기 때문에 감정을 억제하고 인내를 미덕으로 하는 분별력이 있다.

이러한 차이에서 이지적인 일본인과 감성적인 한국인이 만들어지는지 모른다. 물론 여기서 어느 편이 더 나은가를 논하자는 건 아니다.
더불어 살아간다는 의식 속에는 무의미한 배타심을 버려야한다는 것도 포함돼 있다. 월드컵 경기에서 우리와 맞붙었던 이탈리아도, 스페인도, 독일도 사실은 모두가 더불어 살아갈 상대였던 것뿐이다.

더불어 살기라는 기본 인식은 어릴 때 몸에 배어야 한다.
4살짜리 아이는 유아원에서 배운 대로 쓰레기를 주워 쓰레기통에 버리는 참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참 모습’의 아이들이 교육을 받으면서도 ‘이상하게’ 변한다.

남을 생각지 않는 자신의 행동 때문에 어느 누군가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를 입는다는 것을 ‘다 큰’ 아이들이 모를 리 없다.
그러나 이 아이들에 대한 모든 걸 학교에서 해결해 줄 것으로 생각하는 건 안 될 말이다.

지금의 사회는 온통 반(反) 또는 비(非)교육적인 분위기로 나아가는 것 같다. 아니 교육적인 문제에는 아예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저 아이들에게 관심 끌어 ‘돈 되는’ 일이면 뭐든지 한다.

이렇다보니 선생님 말씀은 아이들에게는 고리타분할 수밖에 없다. 아예 아이들의 이런 분위기에 함께 휩싸이고 묵시적으로 동조하는 그런 선생님이 ‘진짜 교육’을 하는 인기 있는 선생님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본래 기본생활 교육의 첫 번째 터는 가정이다. 학교나 사회는 그 다음이다.
집집마다 하나, 둘뿐인 귀한 왕자며 공주인 아이들이다. 그러나 정말 훌륭한 ‘임금’을 만들려면 그에 걸 맞는 ‘제왕학습’도 필요하다.

사랑의 매를 선생님께 전하는 학부모가 사랑의 매를 전하는 그것만으로‘사람 만들기’가 끝나지 않는다. 가정에서도 사랑의 매를 들 수 있는 엄격하고 ‘고리타분한’ 가정분위기가 필요할 것 같다.

주위에 대한 배려가 없는 아이들이 이대로 큰다면 30년 뒤의 세상은 우리가 우려하는 정도 그 이상으로 정말 ‘걱정되는’ 세상이 될 것이다. 더불어 산다는 건 남을 위한 게 아니라 바로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걸 가르쳐야 할 것이다.

/ 충북고 행정실장 idish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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