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정가가 술렁이고 있다. 정치지망생들은 각기 지역주민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선거공약 준비에 한창이다. 지방자치시대에 걸맞게 ‘생활정치’ 사안이나 ‘효율 또는 형평’, ‘개발 또는 보존’과 같은 쟁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장황한 개발사업 열거라는 지적이 이번에도 불거지고 있다.

물론 현 시점이 지역경쟁력 강화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만큼 다른 지역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계획된 개발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문제는 합리성과 객관성이 결여된 개발공약이다. 단순한 즉흥적 아이디어의 남발을 막기 위해서는 이들 공약들이 쉽게 검증될 수 있도록 과학적 기반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대표적으로 지역통계 확충 문제가 이에 속한다.

지식기반사회에서 모든 경쟁력의 원천은 창의적 지식창출이며, 이 과정에는 계량화된 데이터가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예로써, 일부에서는 최근 첨단과학기술분야로 주목받고 있는 6T 즉, IT(정보기술), BT(생명공학), NT(나노기술), ST(항공우주기술), ET(환경기술), CT(문화기술) 외에, DT(Data Technology: 데이터기술)를 추가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것은 데이터의 수집·처리·응용기술이 적절히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첨단과학기술 발전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논리에 근거를 두고 있다.

지역적인 측면에서는 지방자치제 실시이후 지역통계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통계적 방법은 불확실성을 줄여 주는 수단으로서 사회 각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데, 이를 위한 기초작업으로 지역통계를 확충하는 것은 체계적인 지역정책 결정을 위한 필요조건인 동시에 치열해지는 지역간 논리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지역연구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정확하지 못한 지역통계 때문에 발생하는 부정적 파급효과는 국내나 지역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얼마 전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중국 지방정부의 ‘통계 부풀리기’ 관련기사(The Numbers Game)를 통해 세계적으로 그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 그 사례다.

이 보도에서 중국의 관영일간지 ‘管理日報’는 중국 국가통계국조차 지방정부 보고서의 부풀리기 때문에 어느 해 국내총생산(GDP)을 자그마치 40%나 낮춰 잡았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두고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국 국가차원의 통계가 몇몇 유럽국가에 결코 뒤지지 않지만 지방단위 통계는 믿을 것이 못된다고 강조하면서 한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 ‘지역의 경제통계치를 근거로 어떤 성(省)에서 사업에 착수한다면 타격을 입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결국 지역통계 미비와 이에 대한 불신은 지역경제동향 파악과 공공정책 결정에 혼선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 세계화시대를 맞아 확대될 수밖에 없는 국제경제 교류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은 ‘국가통계발전계획(1997)’을 통해, 사회현상을 올바르게 파악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국가 제도적 틀의 설정과 유지, 사회구성원의 합의 도출 및 이에 근거한 일관된 국가전략 추진을 위해서도 통계는 필수불가결한 ‘사회간접자본’임을 천명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지역통계가 중요한 이유는 지역발전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로서 지역의 백년대계를 위한 ‘기본’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통계 확충은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역량만으로는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중앙정부의 지원과 지역 통계전문가들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렇지만 통계업무에 대한 외부적 인식부족과 상관의 관심부족으로 인해 그나마 부족한 통계부서 담당자들의 업무만족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어느 연구결과를 감안할 때, 일차적으로는 지자체 조직내부에서 특히 지자체장의 역할에서 그 보완가능성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한 단초로서 이번 지자체장 선거에서는 정치로 입신을 꿈꾸는 지망생들의 자질과 관련하여 무늬만 화려한 개발공약보다는, 지역통계와 같이, 지역발전에 기본이 되는 사회간접자본 등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검증해보고 적임자를 결정하는 것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 충북개발연구원 연구위원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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