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가족, 뉴질랜드 가다
유황의 향기에 빠지다 <13>

와이오타프(Wai-O-Tapu)는 마오리어로 ‘신성한 물’이라는 뜻이다. 신비한 온천지대로 15만년 전에 열수작용과 화산활동을 시작했으며 분출된 온천수는 와이오타포 스트림(지천)을 통해 와이카토 강으로 흘러간다.

와이오타프는 와카레와레와 지열지대 중에서 가장 화려한 간헐천이다. 분화구에는 다양한 광물들이 물에 녹으며 노란색(유황), 적갈색(산화철 H), 흰색(실리카), 자주색(이산화망간), 오렌지색(안티몬), 녹색(액색유항/염화철), 검정색(유황·탄소) 등의 오묘한 빛을 만들어 낸다.

와이오타프(Wai-O-Tapu)는 짙은 안개 속에 자욱한 유황 연기를 내품으며 우리를 첫 손님으로 맞이한다. 진흙 풀(Pool)로 강수량에 따라 수심이 변하고 소량의 흑연과 원유(原油)로 인해 분화구 주위가 검은 색을 내는 악마의 잉크병(Devil’s Ink Pot), 화산의 분기공에서는 증기가 소리를 내며 분출되며 바람의 방향과 물의 양에 의해 색이 수시로 바뀐다는 예술가의 파레트(Artist’s Palette), 연녹색의 놀라운 빛을 연출하는 악마의 목욕탕(Devil’s Bath) 등 총 25개의 풀이 색다른 모습을 연출한다.

짙은 안개로 화려한 빛깔의 풀(Pool)들이 제대로 보이질 않지만 윤지는 자세히도 관찰을 한다. 화학물질과 색깔의 관계에 호기심을 갖고 설명문을 자세히 들여다보기도 하고 학교 실험에 사용할 것이라며 유황 알갱이를 찾는다. 곳곳에서 땅을 헤집고 유황 연기가 올라오고 작은 풀에는 100도 푯말이 붙어 있어 조심하라 알려준다.

이 지역에서 가장 큰 풀(Pool)은 샴페인 풀(The Champangne Pool)로 900여년 전에 열수의 방출로 형성되어 지름 60m, 깊이 60m, 온도는 74도다.

과학도의 꿈을 갖고 있는 윤지는 “이곳은 나에게 있어 화학의 성지야. 수많은 원소들이 쫙 깔려 있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한껏 들뜬 목소리로 형빈이에게 “샴페인풀이 청록색인 이유는 황산성분 때문이고 주변의 주황색 띠는 가라 앉아있는 안티모니 결정체 때문이야. 저기 뽀글뽀글 물거품이 올라오는 것은 이산화탄소 때문이지. 그리고 땅속에서 황화수소가 분출돼 물에 용해돼 황산호수가 만들어진 거야”라고 설명하느라 분주하다. 만약 안개가 걷히고 풀의 화려한 빛깔을 모두 볼 수 있었다면 우리는 아마도 저녁이 돼서야 이곳을 떠났을 것이다.

차로 3분 정도 이동해 레이디녹스 가이저(Lady Knox Geyser) 간헐천으로 향했다. 이곳은 원래 불규칙하게 화산분출이 일어나고 있지만 관광객들을 위해 비누가루를 이용해 매일 10시15분에 간헐천 분출 장면을 보여준다. 비누가루의 주성분인 가성소다(수산화나트륨)가 아래에 고인 뜨거운 온천수와 만나면 압력팽창을 일으켜 지상으로 물을 분출시키는 것이다.

안내자가 비누가루를 넣으니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용출수가 10m나 되는 물기둥을 만들어 하늘로 뻗어 올라간다. 실제 화산이 폭발하면 어떠할지를 가늠하게 한다. 빼곡히 둘러앉은 관광객들은 그 광경을 카메라에 담느라 바쁘다. 분출활동이 수그러지자 관광객들이 떠나고 우리도 5번 국도를 타고 레드우드로 향했다.

레드우드(The Redwoods Forest)는 미국 캘리포니아산 수목으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병사들을 추모하기위해 심었는데 이를 산림청이 관리하면서 아름다운 숲으로 만들어졌다.

아름드리 레드우드는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고 그 틈으로 태양빛이 내려앉는다. 레드우드는 폰사펀(Ponsa Fern, 다년생)나무와 어우러지며 더욱 울창한 숲을 만든다. 코끝으로 스며들어오는 피톤치드의 향내가 정신을 맑게 만든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걸어도 보고 앵글 각도에 맞춰 포즈도 취해 본다. 주민들도 숲에서 심호흡을 하고 운동도 한다. 통나무로 지어진 방문자 센터에서 시작하는 30분 정도부터 8시간 소요되는 것까지 다양한 코스가 개발돼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빨강, 파랑, 노랑 등의 색으로 코스별 표시를 해놓아서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는 것이다. 이용자를 위한 꼼꼼한 배려가 돋보인다.

숲에서 심신의 피로를 달랜 우리는 몽고타하산(Mt Nogotatha·487m)에 위치한 스카이라인 곤돌라(Skyline Gondola)로 향했다.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면 호수와 어우러지는 로투루아 시내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곤돌라에서 내리면 루지코스가 있다. 루지(Luge)는 땅위에서 초보자도 쉽게 탈 수 있는 바퀴 달린 봅슬레이다. 가장 긴 스케닉(Scenic) 코스와 인터미디어트(Intermediate) 코스, 어드벤쳐(Adventure) 코스가 있다. 루지 하강이 끝나면 리프트를 타고 다시 올라가면 된다.

정상에서 산 아래까지 긴장감과 박진감 넘치게 내려 달리는 루지는 스릴과 서스펜스를 제공한다. 피부에 느껴지는 강한 바람은 살 속까지 스며들어 신선함을 불어 넣어준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서로를 격려하며 즐기고 있다. 저마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화끈하게 날려 보내려는 듯 좁은 슬로프를 쏜살같이 질주한다. 처음 경험을 하는 윤지와 형빈이도 대자연을 삼키며 쏜살같이 질주한다. 균형을 잃은 윤지가 숲속으로 쳐 박혔다가 스스로 루지를 끌고 올라와 태연히 다시 질주를 한다. 여린 줄 알았던 윤지가 어느덧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할 만큼 성장했다 생각하니 대견했다.

시내 중심부에서 펜톤 카페(FENTON CAFE)에 들렀다. 한국인 김진씨(46)가 운영하는 가게다. 그녀는 18년 전에 이곳에 정착해 삶의 터전을 이뤘는데 지금이 제일 어렵단다.

로투루아도 10년 전에 비해 규모가 줄었으며 한국교민도 500명에서 200명으로 줄었다고 한다. 세계 경제의 여파가 이곳에도 미치고 있었다. 딸아이(16)와 아들(14)이 반듯하게 사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자녀들이 희망하는 꿈을 이루기를 바라고 있었다. 자녀들의 꿈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것이다. 어떻게 대하느냐만 다를 뿐이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녀의 미래를 위해 좀 더 좋은 학군으로 이사를 가거나 유명한 학원으로 아이들을 밀어넣고 있다.

그게 최선의 방법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역할에 대한 성찰이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부쩍 커버린 윤지, 형빈이와 함께 하늘을 바라보니 어둠속에 별이 빛나고 있다.

빛나는 별은 준비하고 극복하려는 사람이 만끽할 수 있는 조물주의 축복이다. 윤지와 형빈이가 별을 품을 수 있기를…. 글·사진 박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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