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밤잠은 잘 자고 있나요?”
“잘 자고 있어요.”
“그렇게 마음이 편합니까?”
“(당적변경을)결행하기 전까지는 불면의 나날을 보냈지만 일단 결심하고 실행한 이후부터는 정상적인 수면을 취하고 있지요.”
“(자민련을 떠나 한나라당을 택한데 대해)정말 후회는 없습니까?”
“물론이지요. 내 선택이 떳떳하다고 생각하는데는 변함이 없어요.”

공개석상에서 짧게 나눈 이원종지사와의 대화에서 그의 최근 심정을 알것도, 모를것도 같았다.

이지사의 심정을 적나라하게 촌탁(忖度)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당적변경 이후’를 살고있는 그의 심리상태는 다음과 같이 두가지로 유추해볼 수 있다 하겠다. 그 첫째는 ‘나의 결정은 불가피했고 옳았다’는 소신을 더욱 굳혀나가고 있는 양상이다.

자민련·민주당과 비판적 네티즌 등이 어떤 욕설을 퍼붓고 인신공격을 가해와도 당적변경 지지자가 많아 ‘마이웨이’에는 흔들림이 없다는 생각이다.

여기서 말하는 ‘마이웨이’에는 이지사가 지난 3월 19일 자민련에서 한나라당으로 가며 먹은 마음이다. 비록 일부로부터 일시적인 질책을 받는다해도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고있는 자신이 한나라당 후보로 금년 도지사 선거에서 재선되고 이회창총재가 연말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하면 충북도민의 권익신장과 충북지역발전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계속 유효하다는 신념이다.

다시 말하면 이지사가 보기에 ‘재선이원종지사’·’이회창대통령’을 가능케 하는 한나라당으로의 이적(移籍)은 당연한 것이라는 믿음의 유지인 것이다. 이런 마음상태에서는 당적변경에 따른 ‘양심의 가책’이나 ‘후회’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 그 두 번째 심리는 예상치 못한 ‘장애요인’이 발생했어도 ‘한번 쏜 화살’은 거두어 들일 수 없다는 ‘고우(GO)론’이다.

여기서 예상치 못했다고 하는 것은 이지사의 한나라당 입당이후 박근혜의원의 탈당과 비주류 의원들의 공세 등 당내분으로 인해 한나라당의 국민지지도가 낮아지고 ‘제왕적총재’·’집권야당총재’격의 절대적 위상에 ‘하향적 변화’가 발생한 것을 우선 들 수 있다.

민주당이 국민참여 대통령후보 경선이란 ‘16부작 주말정치 드라마’를 통해 국민의 관심과 지지도를 살려나가고 있는 과정에서 ‘노무현돌풍’이 일어 이회창 총재와의 가상 대결에서 상당한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여론조사가 나타남으로써 ‘이회창대통령’은 ‘따논당상’이 아닐수도 있다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자민련 탈당에 대한 일반 주민들의 비판적 시각과 자민련 의 반발수위 등이 예상보다 강하게 표출되고 있어 곤혹스러움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이같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의 전개에 ‘앗차!’하는 심정이 한때는 들었을 법도하나 ‘한번 내 디딘 발걸음은 되돌릴 수 없다’는 스스로의 결심과 격려를 거듭 다짐하고 있을 터이다.

이 지사가 감정없는 ‘철인(鐵人)’이거나 세속을 초월한 ‘성인군자’가 아닌바에야 스스로의 결정에 아쉬워하기도 하고 애써 합리화도하면서 올 지방선거를 준비하고 도정을 수행해 나가고 있다고 보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우리가 여기서 이지사의 ‘요즘심리’를 사유(思惟)해 보는 것은 그의 당적변경의 행태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가 이제는 기왕지사(旣往之事)가 됨으로써 어찌해볼수가 없게 됐다는 현실을 직시하자는 데 있다.

자민련 등이 아무리 그를 ‘철새도지사’로 비난해도 ‘한나라당행 이지사’가 자민련으로 되돌아오지 않을 것이므로 ‘이지사몰아 세우기 공세’를 심사숙고 해야겠다는 것이다.

‘이지사 때리기’가 어느 정도까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겠으나, 그 도가 너무 지나치고
집요하게 전개될 경우에는 역(逆)으로 ‘핍박받는 이원종’이란 동정론이 일어 선거에서 비판자측이 예기했던 결과와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날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민심은 가변적이어서 처음에는 함께 욕을 하다가도 (장본인이) 안스럽게 여겨지면 지나치게 때리는 사람을 되레 나무라는게 ‘인지상정’이란 사실을 ‘매를 든 측’은 유념해야 한다. 앞으로 이 지사에 대한비판과 검증은 후보연설회, 라디오·TV후보 토론회, 신문의 후보분석 등에서 심층적으로 다루어진 후 6·13선거일에 충북도민의 심판이 내려질 것이므로 자민련과 민주당이 제대로 ‘화풀이’를 하려면 ‘이원종 이기는 대항마’를 출전시키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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