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대박정치 기획상품’으로 까지 평가를 받아오던 ‘대선 경선’이 참가후보들의 잇따른 사퇴와 이인제 후보의 ‘음모론’주장 및 경선포기 가능성 등으로 위기를 맞았었으나 이인제 후보가 27일 경선 계속 참여를 공식 선언함으로써 다시 항해를 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민주당 대선 경선은 이인제, 노무현, 정동영 후보등 3人이 각축전을 벌이며 오는 4월 27일의 ‘서울대회전’을 향해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여야를 막론하고 하루가 다르게 요동치고 있는 게 요즘의 우리정치권의 기류여서 앞으로 어떤 돌발변수가 발생하여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판을 좌지우지 할지 모르겠으나 남은 경선후보의 양식으로 민주선거의 실험에 유종의 미를 거두어 주는 것이 민주당 대선경선을 주시하고 있는 국민들의 여망에 부응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민주당 대선후보경선의 좌초위기를 초래하는 한편 위기탈출을 동시에 가능케한 이인제 후보의 ‘3·27결단’에 대해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으려 한다.

특히 이 후보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모든 것을 다 떠나 국민의 민주주의와 국민경선제에 대한 열망을 외면할 수 없었다”면서 “어려운 문제는 풀어가면서 순수한 마음으로 선거운동을 할 것”이라고 밝힌 소신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이 있었을 것으로 믿어진다 하겠다.

우리가 여기서 이인제 후보의 결심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은 민주당이나 특정후보인 ‘이인제’를 편향적으로 지지해서가 아니라 모처럼 한국정치계에 처음으로 시도되고 있는 ‘상향식 대선후보 선출’의 민주적 정치행사(게임)가 성공적으로 치러져 지금까지의 ‘하향식 민주정치 페러다임’이 근본적으로 고쳐지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바람에서 비롯된다.

제주, 울산, 광주, 대전, 충남, 강원까지 치른 민주당의 대선후보 순회경선결과는 이인제후보와 노무현후보가 1, 2위를 차지한 채 앞으로 경남, 전북, 대구, 인천, 경북, 충북, 전남, 부산, 경기, 서울의 순회경선을 남겨두고 있어 경선 계속 참여 3人의 순위가 변동될 가능성이 크다는게 중론이다.

특히 올 대선가도의 최대의 이변으로 평가될 수 있는 노무현 후보의 ‘돌풍’이 그 위력을 더해가 ‘폭풍’으로 변함으로써 ‘노무현 대안론’이 ‘노후보 대세론’으로 굳어질지, 아니면 ‘노돌풍’이 잦아져 ‘이인제 대세론’이 생명력을 이어갈지에 대해서는 엇갈리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우리는 누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더라도 그 ‘경선 게임’은 정정당당함과 떳떳함을 잃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충고하려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선 당사자들이 구시대의 음해적 정치공세를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
구정치의 상징인 3김(金)시대 이후의 ‘새정치’를 펼치고 국민 통합의 국정운영을 해보겠다는 대선 경선 후보들이 상대방을 상처내고 침몰시키기 위해 구시대의 정치악습을 원용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기성정치인의 타성적 행태에 식상해 있는 국민들은 “너희들도 별 수 없구나”하는 실망감이 번져 정치불신이 한층 심화 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뚜렷한 근거 없이 경쟁자를 음해하는 설(說)을 퍼뜨림으로써 서로 치사한 감정대결로 치닫는 추태를 보여서는 후보 뿐만 아니라 민주당에 대한 국민들의 일반적 정서가 회복되기 어려운 지경으로 추락 할 수 있다는 점을 자각하여 자제·자성하는 바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한편 민주당의 대선후보 순회경선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당 선관위와 당사자들의 노력과 결과승복 외에 여권 수뇌부의 엄정중립 자세가 요청된다 하겠다. 정권재창출을 바라고 있는 여권의 상층부는 개인적 입장에서 ‘선호인물’이 있을 수 있다 하겠으나, 그렇다고 그의 중을 드러내 영향력을 발휘해서는 ‘경선 판’ 자체를 파괴시키고 만다는 사리를 깨닳아 어떤 오해를 받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 주었으면 한다.

그렇지 않다고 하고 또 그래서는 안되겠지만 여권의 일부 실력자들이 지각없는 행위를 보여 특정후보의 반발을 유발, 경선가도나 당에서 뛰쳐나가는 사태를 빚게 해서는 만사휴의가 되어 대선본선에서 치명타를 입게 될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와 함께 여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후보 자신들이 경선을 성공작으로 이끄는 데 공동으로 힘써야지, 한국 정치판을 뒤흔드는 이슈를 제기하여 자신의 입지와 이상만을 강화하려는 행태에만 집착하게 되면 ‘경선판’이 요동치고 정계는 난기류에 휘말리면서 엄청난 후유증을 불러오고 만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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