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민 기자의 문화유적 탐방기
‘천년의 미소에서꽃이 피다’ 펴내
문화유산 속 다양한 얼굴들 조명

수백년전 이 땅에서 살다간 사람들의 얼굴 모습은 어떠했을까.

문인으로도 활동중인 연지민 충청타임즈 기자가 중원땅을 비롯한 주요한 문화유적지를 오랜시간 탐방해 선인들의 신비로운 얼굴을 취재한 책 ‘천년의 미소에서 꽃이 피다’를 펴냈다.

이 책은 14가지의 주제 아래 50여개의 문화재를 소개하고 있다. 충주미륵리 석불입상과 덕주사 마애불에선 패망한 신라의 슬픔을, 봉황리 마애불상군에서는 권위적인 모습을, 옥천 용암사 마애불과 지암리 석조여래입상에선 여신의 모습을 한 얼굴을 조명했다.

들과 산 속에, 마을에 흩어져 있는 책 속 얼굴들은 단순히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오래된 야외 예술 작품이자 미래 가치를 내포한 상징 기호들이다.

문화유산 속 얼굴은 그 시대의 문화와 심성이 가장 잘 드러나 있으며, 시공을 초월한 첫 시선이 오가는 만남의 장이다.

돌사람들은 깊은 산 속 바위에 서 있기도 하고, 마을 입구에서 미소 짓고 서 있기도 하다. 때로는 묘소 앞에서 죽은 이를 묵묵히 지키고 있으며 장소를 옮겨 박물관에 가 있기도 하다. 저자와 이들 돌사람과의 만남은 마음으로 이루어졌으며 눈빛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얼굴은 우리 역사 속에 다양한 형태로 남아 있다. 고분벽화, 불상, 불화, 무신도, 장승, 탈, 그림, 도자기 등에는 그 시대 살았던 사람들의 자화상이 들어 있다. 특히 중원인의 옛 얼굴은, 구석기 시대에 살았던 단양 수양개 사람이나 청원 두루봉 동굴 흥수아이의 복원상에서 볼 수 있으나, 그 시대 살았던 사람들이 직접 새긴 얼굴 모습은 6~7세기경부터 바위에 새긴 불상을 통해서다. 이러한 불상은 충주 봉황리 마애불과 영동 신항리 삼존불을 비롯해 수많은 불보살이 옛 중원인의 자화상으로 남아 있다.

고려시대에는 호족의 자화상인 철불이 지금도 충주 단호사에 앉아 있으며, 새로운 세상을 염원하던 중원인들의 마음이 담겨진 미륵불이 중원 땅 곳곳에 세워져 들녘을 바라보고 있거나, 거대한 바위에 새겨져 지금도 의연한 자태로 서 있다.

이들 불상은 네모진 얼굴에 눈·코·입이 얼굴 중앙에 올망졸망 모여 있는 중원인의 얼굴 특징을 하고 있기에, 그 마음 역시 중원인의 심성을 담고 있다.

저자는 “청주 보살사의 쌍둥이 애기부처를 시작으로 진천 용화사의 키다리 부처님을 마지막으로 만나온 지난 시간들은 작은 점들로 이뤄진 그림과도 같다. 그래서 하나하나 점을 찍듯 길을 나선 시간은 자아를 찾아가는 작업이기도 했다”며 “돌사람과의 만남은 마음으로 이뤄졌으며 눈빛으로 대화를 나누었다”고 말했다.

연지민씨는 2000년 문단에 입문한 뒤 현재 지역일간지 충청타임즈 문화부기자로 재직중이다. 저서로는 천연기념물의 웅혼함이 깃든 ‘충청의 천연기념물 그 천혜의 비상’과 청주지역의 문화탐방 ‘콩닥콩닥 휴’, 박물관 미술관을 소개한 ‘충북의 박물관 미술관’ 등이 있다.

해드림 출판사. 174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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