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나 청주시, 청원군 등 각 지방자치단체는 입만 열면 ‘위민행정(爲民行政)’을 부르짖고 있으나 각 행정관서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대민 관련 업무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끊이지를 않는다. 불친절을 비롯해 불필요한 서류요구, 담당자가 없다 다시 오라, 복잡한 절차로 많은 시간 허비,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 장애자에 대한 불편, 불친절 등 다양하다.

충청매일 등 지방지의 독자란에는 이런 시민 불만의 소리가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 신뢰할만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우리는 선진국 국민들에 비해 셋 내지 다섯 배 이상의 금전적, 시간적 손실을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바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이 아직도 관(官)위주인채 고객 중심적, 주민위주의 행정을 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주민의 정치의식이 낮은 점도 있으나 관료들의 변화에 대한 저항도 큰 원인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 마디로 기득권을 놓지 않겠다는 것이다.

개혁을 하자면 관리부서를 줄이고 대민부서를 강화하여야 한다. 또 행정가구를 실무형 조직으로 바꾸어야 한다. 나아가서 규제 기능을 가진 조직을 대폭 줄이고 지원기능을 늘려야 한다.

이런 변화, 포기에 기득권자인 관리들은 적극적으로 저항하기 마련이다. 아직도 주민에 대한 행정불편이 많고 개혁이 부진하다는 것은 다른 말로 지자체가 주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방자치단체의 행정체제를 어떻게 하면 ‘고객 지향적 행정‘, ‘주민을 위한 행정‘으로 바꿀 수 있을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행정통제가 가능해야 한다. 행정을 좌지우지하는 정치권력에 대한 통제는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누구든 통제라는 자극이 없으면 무사안일하고 변화에 둔감하기 마련이다.

지방의 경우도 주민이 지방자치단체를 통제할 수 있는 다양한 장치를 구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주민투표, 시민감사, 외부감사, 옴부즈만 제도, 주민소환 등은 선진외국들이 주민 통제장치로 설정해 놓고 있는 제도들이다.

앞으로 주민이 지방자치단체를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검찰, 법원, 경찰, 세무서 등과 같은 권력기관에 대한 통제가 시급한 과제이다. 시민단체의 역할이 크게 강화되어야 한다.

둘째, 주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주민 의견수렴이 필요하다. 주민, 시민이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주민에 대한 의견의 수렴은 기관의 차원뿐만 아니라 개별 부서 단위로도 실시될 수 있다. 또한 사업을 집행하는 과정과 후에도 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와 만족도를 측정해서 그 결과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주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단체장이나 공직자는 퇴출되어야 한다.

셋째, 주민과 함께 하는 행정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행정에 주민, 시민을 깊숙이 참여시켜야 한다. 행정에 대한 과거의 인식은 ‘공무원의 전유물’ 이었고, 일방향적이었으며, 특히 한국의 경우 이 같은 인식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러나 서구 일류의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거의 예외 없이 주민이 행정에 다양한 방식으로 깊숙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행정은 촉매 역할만 하고, 주민이 중심이 되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자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관(官)이 아닌 민(民)이 중심이 되는 행정인 것이다. 우리들이 지향하는 방향도 바로 여기에 있다.

넷째, 주민의 강렬한 의지가 작용해야 한다. 지역주민이 행정에 적극 참여하여야 하는 것은 오늘날 지방자치단체가 해결하여야 할 과제가 매우 많고, 복잡하고, 복합적이기 때문이다.

환경오염을 줄이는 일, 지역의 사회적, 경제적 발전을 도모하는 일, 불우이웃을 돕는 일,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일, 주민간 인간화를 도모하는 일 등이 그 사례들이다.

이런 과제들은 공무원 인력만으로 해결할 수가 없다. 지역주민과 협력하여 지혜를 모아야만 효과적으로 대처해 나갈 수가 있는 것이다. 지역의 발전을 위하여 주민이 능동적으로 참여하겠다는 강렬한 의지가 발현되어야 고객지향적인 행정체계를 실현할 수가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이 당면한 최우선의 과제는 행정체계 전반을 주권자이자 고객인 주민 위주로 전환시키는 혁신임을 거듭 강조하며 전향적 자세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

/ 행정학박사 birdie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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