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다. 모든 생물들이 기지개를 펴고, 반가운 봄을 맞이하고 있다. 식물들은 제각기 꽃망울을 터트리려 하고 있다. 머지 않아 꽃이 피고 새우는 즐거운 세상이 될 것이다.

때를 맞추어 모든 학교들은 신입생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학문의 최고 전당인 대학들이 좋은 학생들을 선발하여 이미 입학식을 마친 상태다. 대학은 학문과 진리의 탐구의 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새로운 대학의 문을 들어서는 신입생들에게는 여러 가지 감회가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기초가 되는 것만을 보편성에 입각하여 익혀 왔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를 통하여 학생들은 인간의 생활에 보편 타당하고 없어서는 안 될 삶의 기법, 학문의 터전을 이루는데 필요한 논리적 구조와 규칙을 배웠다.

그리고 상징과 기호로서 이루어지는 세계를 익혀 왔다. 이것들은 인간이 이 세계를 보고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하고 필요하다. 그러나 이 세계는 보고 이해하는 것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이 세계에는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있으며 볼 수 없는 것도 있고 더 나아가서는 알 수 없는 것이 더 많다. 그리고 일의적인 구조가 아니다. 그러나 삶은 이 세계보다 더 복잡하다. 그런데 인간은 단순성에 기초하여 세계를 이해하려 든다.

대학은 학문과 진리의 전당이라 할 수 있다.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들에게 몇 가지 말을 하고 싶다. 그것은 대학이 지금까지의 학교와는 달리 전문적이고 기초적이며 더 나아가서 어느 특수한 분야의 학문만을 하는 곳이라는 사실이다. 이것은 대학이 자기가 하는 학문 이외의 것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학문은 국경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국경을 없앰으로써 학문의 자유가 완성되고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학문의 국경에서 학문이 발전한다. 이미 물리학과 화학, 화학과 생물학, 그리고 물리학과 생물학의 국경은 없다.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런 학문들이 서로 돕고 화해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문학과 철학, 그리고 인문학과 같은 여러 학문들이 인간과 세계를 아는데 기여해야 한다. 한 송이 진리의 꽃을 이해하기 위해서 학문들은 서로 돕고 통합적인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진리는 자유롭기 때문에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절대적인 진리는 없다. “절대적인 진리가 없다는 것이 절대적인 진리다.” 그러므로 아무리 위대한 학자의 이론이라 할지라도 의심하고 반성해야 한다. 아인슈타인의 위대한 상대성원리는 뉴턴의 이론을 의심하는 데서부터 출발하였다. 완전무결한 것은 없다. 그리고 학문에게 필요한 것은 자유다.

자유 없는 학문은 시체와 같다. 주검은 움직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인간 정신의 위대함은 자유에 있다. 자유는 감출 수 없는 사건이며 진리는 이런 비은폐성에 있다. 은폐되지 않은 즉 비은폐성이 진리라고 하이데거는 말하였다. 그리고 이런 자유는 창조를 이끌어 낸다.

창조는 모든 관념의 부정을 통하여 가능하다. 인간의 관념은 세계를 왜곡하고 유폐시킨다. 그리고 마치 이 세계가 관념인 것처럼 여기게 한다. 그러나 이 세계는 관념이 아니며 살아 있는 사이다. 활동하고 진화하는 생명의 사건인 것이다. 우리가 직선의 개념을 안다고 해서 삼각형의 개념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직선의 관념에 갇혀 있는 사람은 삼각형의 관념을 창조할 수 없다. 그러므로 관념의 파괴는 자유와 창조의 정신에 있다. 이 세계는 사건의 단자들이 서로 유기적인 결합에 의하여 구성된 그물과 같다. 그러므로 꽃의 눈물이 우주의 눈물이며, 우주의 생명이 인간의 생명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대학 생활은 인생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을 아끼고 진리의 탐구에 정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인색한 생활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끔 산과 들을 거닐며 호연지기를 기르고 아지랑이 피는 언덕에 누워 흰 구름이 생겨나고 없어지는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일이야 말로 인생에게는 보석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자기가 선택한 학문이 중요한 만치 다른 학문에 대한 애정도 키우며 통합적이고 역동적인 대학 생활을 이루어 나가기를 바란다. 또한 조국의 학문적 발전에도 기여해야 할 것이다. 모든 지식은 목적이 아니며, 인간의 행복에 공헌해야 한다.

우리 나라는 아직도 과학기술 논문색인, 이른바 SCI 등재 순위 16위이며 논문의 질적 수준을 나타내는 피인용도는 세계 60위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조국의 미래가 신입생들의 어깨에 달려 있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 충북대 교수·시인·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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