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장이 언론광고를 통해 적십자회비 납부를 당부하고, 지자체 국장이 방송매체를 통해 특정분야 업무를 ‘행정이 열심히 추진하고 있으나 일부 시민의 비 협조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 협력을 당부한다’는 경우를 흔히 대한다.

이게 얼마나 시대감각에 뒤진 홍보방식인지를 이제는 감지하여야 한다. 적십자회비 모금은 지방자치단체장이 말하는 게 최선이라는 발상이나 지자체 주무국장이 주민을 비판하거나 훈계하는 식의 계도성 홍보는 ‘행정주도형 홍보’의 전형으로 매우 후진적 홍보방식임을 깨달아야 할 때다.

적십자회비 납부는 적십자활동을 통해 혜택을 보았거나 볼 수 있는 대상집단 혹은 주민의 존경을 받는 사회적 원로, 매우 친근감 있는 인사, 연예인, 인기인 등이 호소하느니만 못하고, 지자체 주무국장들이 벌이는 홍보의 내용도 스스로가 아니라 친 시민적 감각을 살리는 세련된 홍보방식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말이다.

그래야 설득력이 커 몇 백 배 효과를 거둘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은 시민으로부터 신탁(信託)된 것이다. 그 신탁에 응하기 위하여 행정과 시민과의 협동이라는 방식이 필요하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는 지방행정의 모든 과정을 통해서 지역주민의 관심·참여·협조가 없어서는 자치행정 활동을 능률적으로 수행할 수가 없어 여러 방법으로 PR활동을 펴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활동의 수행 방식을 보면 대략 서너 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PR활동의 주도권을 행정이 갖고 있는 ‘행정주도형’, 그것을 주민이 갖는 ‘주민주도형’, 양자간 중간개입자가 갖는 ‘중간자(marginal)형’ 그리고 ‘주민-행정 협조형’을 들 수가 있다.

두말 할 것도 없이 우리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주민-행정 협조형’이 바람직함에도 불구하고 ‘시대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채 ‘행정주도형‘을 여전히 취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행정주도형은, 행정 PR의 근본 목적은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주민의’라는 민주성에 기초하고 있다기보다는, 행정시책의 목표달성을 위한 능률성 또는 관리에 기초를 두고, PR 혹은 홍보담당자는 ‘주민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행정조직의 일원’으로서의 입장에서 주민을 대립관계로 받아들이고, 주민과의 사이에 일종의 보이지 않는 벽을 마음 속에 두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정보는 계속 유통되지만 흘러내리거나 위로 올라가는 수직관계이며, 일방적이 되지 않을 수 없고, 주민의 행정에 대한 참여와 관심, 혹은 접근의 용이성 등은 이차적 문제로 취급될 수밖에 없다. 이런 유형에서는 ‘행정에 대한’ 혹은 ‘행정 PR에 대한 참여’는 동원에 의한 참여에 불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선을 의식하거나 업적 홍보를 갈망하는 단체, 기관장은 홍보효과를 노리겠지만 방법이 너무 낡고 진부하여 기대하는 것 보다 오히려 역효과를 거두는 가운데 혈세만 낭비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잘 읽지도 않는 지자체 발간 신문’ ‘시청자가 외면하는 자가발전 TV뉴스’ ‘동원된 홍보요원에 의한 활동 체계’등을 운영하여 혈세를 낭비, 주민의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

자치단체나 교육청 등 공공기관이 소속장의 이름을 나열하여 ‘축하’ ‘협찬’ ‘결의’ 하는 내용의 광고 홍보 방법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한 해 지역, 교육을 빛낸 선생님이나 학생, 시민의 소개, 교육상의 성공사례, 효의 모범을 보이는 학생, 시민 소개, 바람직한 봉사활동을 펴는 교사나 학생 시민의 이야기 등을 홍보하면 교육장, 교장 이름, 군수 면장 읍장 이름만을 나열해 놓는 것보다 얼마나 좋겠는가.

앞으로 지방자치단체의 홍보 방향은 어떤 개별적인 정책과 계획의 집행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시민에게 협조를 당부하는 데 그치지 말고,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의 전 과정을 통해, 주민과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서로 도와 가는 ‘주민-행정 협조형 PR’ 방식을 정착시키는 방향으로 혁신을 도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주민-행정 협조형 PR’ 은 어떤 지역문제가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의 공동의 과제로 인식되도록 해주고, 또 그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주민과 지방자치단체가 ‘공동 협조’를 하게 해 준다.

사회주의국가에서나 있음직한 ‘행정주도형 PR방식’을 하루 속히 탈피해 선진민주사회의‘주민-행정 협조형 PR방식’으로 전환하는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단체장이나 공무원이 앞장서는 행정홍보, 공직자 입장에서 보는 일방적 주장의 홍보는 그 방식이 낡아 주민의 공감을 살 수 없어 세금만 낭비할 뿐이다. 지방자치단체도 이제는 전문가를 육성, 세련된 홍보를 해야할 시점이다.

/ 행정학박사 birdie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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