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것이 없는데다 가뭄까지 들어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연명하던 50∼60년대에는 시골처녀들의 ‘단봇짐 가출’이 전국에서 줄을 이었음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지겹도록 겪어온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우리 농촌의 아리따운 처녀들(물론 농어촌 총각들도 마찬가지 였지만)은 돈벌기 위해 일자리가 그래도 많은 대도시로, 서울로 몰려갔었습니다.

낯설고 물설은 타향 땅에서 일자리를 얻은 농어촌의 처녀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며 밤낮으로 일해 피땀의 대가로 받는 임금을 저축, 고향에서 굶주리고 있는 노부모님과 어린동생들에게 송금하는 ‘또순이’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이들은 집을 떠나 가족과 이별하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어머니품’인 고향을 결코 잊지 않았고 명절휴가때면 한아름 선물을 안고 어버이와 형제자매를 찾곤 했는데 그같은 현상은 지금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계속되고 있다 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한국의 정치·사회는 최근들어 ‘시골처녀의 가출’과는 차원이 다른 ‘정치인 가출’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특정 정당에 속해있던 정치인이 자기를 키워준 당(黨)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다른 당을 찾아가는 행태가 다반사가 되고있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지난 세월 돈벌이에 나섰던 시골처녀들의 가출이 대부분 ‘최소한의 절박한 생존’을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면 요즘의 정치인 가출(당적변경)은 거의가 ‘당선과 권력’이란 불빛을 찾아 몰려드는 ‘불나방’의 ‘탐욕적변신’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 싶습니다.

이 당(黨)을 버리고 저당으로 가는 정치인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국민을 위하여’,‘도(주)민의 여망을 받들기 위하여’ 등등의 말로 자신의 당적변경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런 변명에 “그렇구 말구!”하며 맞장구치는 일반인이 얼마나 될 것인가를 냉철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물론 귀하를 지지하며 조 언하고 있는 사람들은 “정치선거에서 ‘대세’를 거스르면 패배를 하게 되므로 ‘이당(黨)’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귀하의 당적변경을 권유해오고 있는 듯 하지만 그들은 귀하의 ‘전인격적 평가’와 ‘선거결과의 부정적 현상’등에 대해 궁극적으로 책임을 지거나 지겠다고 나설 입장이 아니라는 점을 지실(知悉)해야할 것입니다.

귀하께 고언(苦言)을 피력하고 있는 필자의 처지는 정치적으로 무색투명한 지역언론인의 한사람으로서 정권을 가불한 듯한 ‘이당’이나 날로 퇴락하고 있는 ‘김당’을 특별히 선호하거나 지지하고 있지 않기에 공평한 제3자의 입자에서 귀하가 ‘이당’으로 간다는 전제하에 다음의 몇마디 충언을 전하려 합니다.

첫째 수긍할 수 있는 타당한 명분을 진솔하게 밝혀야 합니다. 정치적 변신(變身)의 명분을 거창하게 “도민과 도정의 이익을 위하여”라고만 말하지 말고 솔직하게 ‘당선 때문에’라는 점도 첨언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당’이 오는 12월의 대선에서 이겨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 그 ‘새권력의 맛보기’에 동참하고 싶다는 정치인으로서의 욕망도 드러내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둘째 충북의 중요현안을 해결하는데 있어 귀하의 당적변경이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인가를 숙고해야 합니다. 귀하는 ‘이당’으로 옮겨 도지사 선거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면 ‘집권당의 도지사’로서 충북의 중요현안을 원활하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지 모르겠으나 그 어느것보다 가변성이 큰 우리 정치현실에서 ‘이당’의 승리가 땅짚고 헤엄치기라고 단언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3개월여 남은 지방선거와 10개월후에 있을 대통령선거때까지 ‘생물(生物)’이라는 정치가 어떤 ‘요술’을 부릴지 모르고 무슨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지 모르는 일입니다. 말을 바꾸어 말하면 현재의 대세(大勢)가 언제 비세(非勢)로 전락할지 모르므로 눈앞의 현상을 과신(過信)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귀하의 판단이 결과적으로 옳아 빛을 보게 된다면 다행이지만 당적변경 이후 그 반대의 현상이 빚어졌을 경우 충북의 최대 현안인 호남고속철도 오송분기역 유치문제 등은 정치적 역풍에 강타 당해 ‘물 건너갈 가능성’이 더욱 농후해지고 그에 대한 책임론은 귀하에게 집중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셋째 충절의 고장인 충북에서 “당신마저 또…”하며 ‘정치철새’란 비난을 될 수 있으면 듣지 않도록 해주었으면 합니다. 당선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변신이라고 할지 모르나 “자기를 키워준 집에서 빈한한 가세를 일으키는 맏자식의 헌신적인 자세를 보고싶다”는 일반인의 정서도 저변에 짙게 깔려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우리 정치권 인사들이 중앙이나 지방에서 당바꾸는 일을 밥먹듯이 하고 있어 도지사의 정치적 변신에 대한 비판의 강도가 낮을 것 같지만 그것이 ‘아킬레스 건’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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