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각 지역주민들은 다른 지역과 더불어 잘사는 이상향을 그려왔는지 모른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지역간 경쟁 및 개발경합으로 인해 자원의 비효율적 이용이 늘어나고 지역간, 정부계층간 갈등과 분쟁이 증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더욱이 지역별 지방재정의 여건에 따라 지역개발 역량 격차가 심화되면서 그 성과의 차이도 더욱 벌어지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불균형적 특성은 오늘날에만 존재하는 특이 사항도 아니고 지역발전과 관련한 한정된 주제도 아니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언어학자 조지 지프(George Kingsley Zipf)는 영어로 된 책(현대어 성경이나 ‘백경’ 등)에 나오는 단어들을 모두 세어 그 빈도수를 조사했는데 그 결과 미국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는 ‘the’였으며, ‘of’ ‘and’ ‘to’가 그 뒤를 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순위가 내려갈수록 사용 빈도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진다는 사실이었다.

결론적으로 자주 사용되는 단어는 소수에 불과하고 다른 대부분의 단어들은 비슷하게 적은 횟수로만 쓰이고 있었다. 이와 관련한 연구가 몇 해전 우리 나라에서도 이루어진 바 있는데 놀랍게도 사용빈도 상위 1,000개의 단어만 알면 누구든 한국어의 75%를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지프의 법칙’과 같이 언어학 분야와 전혀 상관없는 곳에서도 이 같은 특성이 자주 발견된다는 점이다. 경제학 분야에서는 유럽 각국의 소득통계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소득의 불균등도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등장했던 ‘파레토의 법칙(Pareto’s law)’이 여기에 해당한다. 상위 20%의 부자들이 전체 소득의 80%를 소유하게 된다는 ‘수확체증의 법칙’은 이를 대변한다.

한편 수학에서는 ‘베키의 법칙(Becky’s law)’으로 설명되고 있다.

이렇듯 복잡한 사회 안에서 일반화된 형태로 존재하는 불균등의 특성은 결코 개선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희망을 갖게 한다. 경제적 불균등 문제는 경제학이나 경제운용기술의 발달을 통해 불균형을 균형으로 바꾸는 성공사례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지역간의 격차문제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를 풀어나가는 방법을 찾는 일이다. 충북 내에서도 개발의 불균형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보다 다양하고 적극적인 대응방안 모색이 요구된다. 지방화와 함께 지역격차 문제를 중앙정부나 상급자치단체에 일임하기보다는 지역 스스로 해결해 나가려는 노력도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예로써 충북 내 남부권(보은·옥천·영동)의 경우 각 군은 산업구조나 인구구성, 지방재정, 기타 개발여건상 다른 지역보다 우위에 있지 못하다는 점 때문에 관심의 대상이 되어왔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서 각 군 나름대로의 독자적 개발은 한계가 있다는 기본인식을 전제로 3군의 공동제휴에 의한 개발전략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할 시점이다.

남부 3군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살려서 지역개발사업의 기능적 연계 강화, 친환경지역으로서의 장소마케팅 추구, 광역행정체계 구축을 통한 지역협력 활성화 등으로 남부 3군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잡아야 할 것이다.

전남 동부권 및 경남 서부권의 9개 시·군이 공동발전을 꾀하면서 장기적으로 통합 광역시 발족을 모색하기 위해 출범시킨 ‘남해안 광역포럼’, 충북을 비롯한 대전·충남·전북의 관광상품 공동개발, 충남도·천안시·민간기업 공동출자의 민관공동 게임회사 설립 등과 같은 사례는 이미 지역 또는 민관간 전략적 제휴가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국가역할의 최소화, 기업주의적 통치, 새로운 공공관리 등 통치양식의 최근 변화(協治)를 주시하면서 충북 내 각 지역에서도 이에 부합하는 성공스토리를 하나, 둘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 충북개발연구원 연구위원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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