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새해도 벌써 두달이 지나고 있는 세월의 길목에서 참으로 무거운 마음으로 ‘충북보통교육 총수’께 고언(苦言)을 드리려 합니다.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 지역 학교에 아들 딸을 보내 키워온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충북땅에 터 잡은 지역 언론 종사자의 한 사람으로 귀하의 운신(運身)에 관해 우의(愚意)를 전하려 합니다. 지난해 ‘12·10 법원판결’소식이 전해지던 날 충북의 지역사회는 ‘초유의 사태’에 경악했고, “어찌 그럴수가…”란 장탄식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습니다. 이어 날이 가면서 걱정의 말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그 걱정의 대상은 ‘충북보통교육현장’과 ‘충북보통교육총수의 앞날’로 압축되고 있고 이후 벌어질 일들이 크게 우려되어 “이대로는 갈 수 없을 것”이라는 공감대를 급격히 형성했다

할 것입니다. 적지않은 사람들이 줄기차게 귀하의 퇴진을 소리높여 요구할 때에도 ‘사법부의 판결’이 있을때까지 기다려 보자던 필자 역시 “이제는 귀하가 결단의 장에 진입했음”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죄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귀하의 입장에서는 청주지법 제6형사부의 유죄판결에도 불구하고 ‘도민과 교육 가족에게 드리는 입장’이란 글을 통해 “1심판결의 유죄부분 결과에 대해 반드시 진실을 밝혀 명예를 회복하겠으며, 그때까지 흔들림 없이 소임을 다하겠다”고 소신을 밝힘으로써 현직을 유지한 채 법정투쟁을 계속 벌일 것을 천명했다 할 것입니다.

유죄확정 이전의 자진사퇴가 ‘유죄자인(有罪自認)’으로 치부되기 십상이어서, 버리고 싶어도 현 단계에서 교육감직을 던져버릴 수도 없는 고뇌를 계속하고 있음을 모르지 않습니다. “내 한몸만 생각한다면 언제든지 교육감직을 떠날 수 있으나 자손들과 성원해 주었던 분들에게 영원히 불명예를 안겨주는 결과를 우려해 당장 버릴수도 없는 처지를 이해해 달라”는 피맺힌 하소연을 듣지 못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어차피 실기(失機)한 상황에서 상급심 재판부로부터‘신변정리 권고’까지 받고있는 귀하께서는 공직봉사(公職奉仕)의 종료와 여생(餘生)의 설계에 대해 ‘전인격적(全人格的)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에 처해 있음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의 몇가지 가측사안(可測事案)을 참고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 첫째는 ‘훼손된 명예’의 회복이 거의 어려울 것이라는 세론(世論)입니다. 귀하께서는 “1심판결의 유죄부분 결과에 대해 반드시 진실을 밝혀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집행유예가 붙지 않은 2년 6월의 징역형 선고는 상급심에서의 ‘무죄 판결기대’를 거의 어렵게 하고 있다는 법조계의 견해입니다.

물론 항소시 법원이 내릴 판결 내용은 누구도 미리 확언(確言)할 수 없는 법역(法域)이지만, 형사 소송경험이 많은 법조인의 일반적 견해는 변종석 청원군수사건에서 보듯이 상급심의 무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이고 교육감직을 고수하는 것만이 원심판결을 뒤집는데‘유효한 자리’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입니다.

1심판결이 난 이상 차라리 공직의 무거움을 떨쳐버리고 송사에 임하는 것이 항소법원의 심리와 양형참작에 유의(有意)한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둘째는 건강문제입니다. 젊고 건강한 사람도 소송(그것도 형사피고인으로서)에 시달리면 심신에 이상을 가져오기 일쑤인데 항차 인생 7학년의 노 교육자가 험난한 소송 과정에서 건강을 유지하며 정상집무하기는 지난(至難)한 일이라 할 것입니다. 공직유지가 건강악화의 중요원인으로 작용한다면 남은 인생을 뜻깊게 정리할 수 있는 체력유지를 위해서라도 ‘버리고 마음 비우는 노 교육자’의 모습을 보였으면 합니다.

이런 충언(忠言)에 대해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쓰러져도 좋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건강 잃고도 명예를 회복하지 못하는 최악의 사태까지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마음대로 되지않는게 송사(訟事)라는 점을 다시한번 깨달아 건강을 지키면서 이후사태에 대처해 나가는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중시해야 할 것은 충북보통교육계의 분위기를 일신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도교육청과 각 지역 교육청, 그리고 일선 초·중·고교의 교육 분위기는 영이 서지않고 교육감 송사문제로 인해 무겁게 가라앉고 있다는 여론이고, 특히 도교육청 참모진과 교육장, 교장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교육감에 대한 직언(直言)을 꺼리는 모습이 역력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한마디로 말해 충북보통교육계의 위기라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위기를 해소하고 청신한 기풍을 교육계에 불러 일으킬 수 있는 해결사는 현직 교육감의 용단 바로 그것입니다. 올해 새학기를 맞는 시점에서 세월이 가면 인걸(人傑)도 명예도 간다는 철칙에 예외가 있을 수 없음을 다시한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인생은 어짜피 무상(無常) 그 자체가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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