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두고온 아내를 데려오기 위해 2000년 6월 재입북했다가 지난 9일 재입국한 유태준씨가 소설같은 거짓 기자회견을 했는데도 당국이 하루동안 방관을 하다 합동신문내용과 다르다고 발표, 국민들을 의아스럽게 하고 있다.

-유씨 재입국 합동신문내용 달라-

관계당국인 외교부와 통일부가 잘 모른다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것도 이상한 일이다. 유씨는 13일 회견에서 “2000년 6월 함경북도 무산으로 아내를 찾으러 갔다가 6월19일 국가안전보위부에 체포돼 한달동안 취조를 받은 뒤 평양보위부 감옥에 수감됐으며 2001년 1월 3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 중국으로 탈출, 중국공안당국에 체포돼 2개월동안 구금됐다가 강제추방, 재입국했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14일 ‘보위부감옥 담장높이가 3m나 되고 감시가 철저해 도저히 탈출할 수가 없다’는 일부 탈북자들의 증언이 나온 후 당국은 ‘합동신문 내용을 검토한 결과 유씨는 탈출이전 이미 석방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유씨의 회견내용을 뒤엎었다. 그러면서 ‘작년 5월 4일 석방돼 평남의 평성 양정기업소(도정공장)에서 일했으며 11월10일 점심시간을 이용 탈출, 열차편으로 함북 길주로 갔다가 중국으로 탈출했음이 드러났다’고 확인했다. 가증스러운 것은 지난해 유씨의 처형설이 나돌자 북한언론은 “남한정보원에 속아 남쪽으로 끌려갔던 유씨가 고심 끝에 제3국을 빠져나온 기회에 조국의 품에 다시 안겼다”고 보도했고 작년 6월12일과 8월14일 두차례나 평양방송에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회견요령을 교육받은 후에 말이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작년 4월 30일 ‘아내를 사랑하는 사람은 조국도 사랑한다’는 김정일친필 지시로 풀려났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김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석방됐다고 하면 김정일만 좋아지니까 내가 그 얘기는 하지 말라고 했다”고 했다. 모자간에 입을 잘도 맞추었다.
외교부도 여행증명서가 아닌 새로 발급한 여권을 가지고왔는데도 몰랐다고 입을 다물었다. 중국공안당국이 1월17일 우리공관에 유씨가 한국인인지 확인해달라고 요청을 해왔는데도 말이다. 유씨 모자와 당국이 잠시나마 국민을 가지고 논 것이다. 유씨는 자의건 타의건 북한언론에 모습을 드러내 자체선전에 이용된 사람이다. 북에서 남쪽을 좋게 얘기했을 리가 없다. 했다면 아마 김정일 위원장의 친필석방지시도 받지 못 한채 꼼짝없이 32년형을 살아야 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우리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는데도 합동신문을 통해 사실을 다알고 있던 당국이 가만히 보고있었다는 것은 영 석연치가 않다. 북한은 같은 민족국가이지만 엄연히 우리의 주적이다. 적국에 가서 18개월동안이나 있었던 사람이 어떻게 이틀만에 조사를 마치고 나왔는지도 이상하다. 어찌보면 유씨는 남북 양쪽에서 대접을 받은 셈이다. 한쪽에서 대접받는 것은 모르지만 양쪽에서 고루 대접을 받는다는 것은 참으로 드문 일이다. 이건 보기에 따라 엄청난 오해를 살 수 있다.

-탈북자관리 철저히 해야-

지난 99년부터 탈북자가 매년 크게 늘어나 99년엔 148명, 2000년엔 312명, 지난해엔 583명이나 됐다. 그런가하면 탈북자중 사업이나 가족을 데려오기 위해 출국했다가 잠적, 체포, 납치된 사례도 7건에 이르고 있다. 당국은 이제부터라도 탈북자관리를 보다 철저히 해야한다. 포용정책이 북한을 겨냥한것이긴 하지만 탈북자를 젖혀놓고 생각할 순 없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탈북자중 남쪽에 확실한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위장으로 온 사람이 있다면 어쩔 것인가. 그런 사람이 있더라도 우리가 껴 안아야할 판이다. 여러가지로 맞지않아 적응을 못한다하더라도 적응하게 해야한다. 더 이상 유씨 같은 사람이 나와선 안된다. 자작극을 벌인 유씨는 국민앞에 마땅히 사죄해야 한다. 그의 속사정을 모르지만 그래도 국민을 속인 것은 용납할 수 없다. 당국 또한 반성해야 한다. 탈북자 관리도 잘못했지만 회견내용을 바로 잡아주지 않아 국민을 속였기 때문이다. 유씨의 거짓말이 정부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모르지만 다시는 이런일이 없어야 한다. 민심을 잠깐 돌려보자는 생각이었다면 그건 보통 패착이 아니다. 거짓회견과 당국의 방관은 참으로 부끄럽기 그지없는 일임을 알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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